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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양력을 쓸까 음력을 쓸까 1 - 한해의 시작은 왜 January? 어렸을 때, 다른 집들은 다 음력설에 제사를 지내는데 우리들은 양력설에 제사를 지냈었다. 이유인 즉슨 우리 집안의 장손, 큰댁 형님께서 '양력을 쓰기로 한것은 국제사회의 약속이니 모두가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셨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계신 마당에 장손의 이런 주장이 씨알이 먹혔던 것은 이분이 당시로선 드물게 미국유학을 다녀오신 번쩍번쩍한 미국박사인데다가 한국에 와서도 승승장구하면서 잘 나가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화려찬란한 장조카의 강력한 주장을 집안 어른들께서 자의반 타의반으로(속말로 하자면 끽소리 못하시고..^^) 엉겁결에 받아 들이시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꽤 오래전부터 양력설을 쇠기 시작했었다. 그 형님은 제에 올리는 술을 한때 ‘마주앙’으로 바꾸기까지 했었다. '조상님께도 새로 나온.. 더보기
중년은 몇살부터? 한 친구가 '중년' 이란 말을 자연스럽게 한다. '우리같은 중년의 남자들이..' 그냥 들어 넘겼지만 사실 그 중년이란 말이 난 전혀 와 닿지 않았다. 우리가 벌써 중년은 무슨 중년? 양심불량하게스리 아직도 청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중년이라는 말에는 거부감이 분명히 있었다. 근데 그 친구는 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었다. 아마 위계질서 분명한 한국의 조직에 속해 있어서 일부러 나이먹은 체를 해서인가 보다. 조직에서 이제 윗사람은 별로 없고 아랫사람들이 우글우글하기 시작한 지 꽤 되었을테니까. 도대체 몇살무렵이 중년일까? 사전적 의미에서 중년은 ‘마흔 안팎의 나이’라고 한다. 마흔 안팎이라면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까지를 의미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난 벌써 중년을 지났다. 이거 현실성이.. 더보기
내 죽음을 내가 몰라야 하나? - 이영훈 작곡가 나는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아직까진 죽음을 그저 먼 훗날의 일, 솔직히 말하면 내겐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로 여기며 덮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분을 떠나 보낼 때 잠시 죽음을 실감하지만 곧 잊는다. 나도 언젠간 죽는다.. 하면서도 실제론 전혀 실감하지 않는다. 죽음을 가까이 인식하게 된 계기가 내게 하나 있었다. 팔십중반의 할머니.. 주무시기 전에 항상 목욕을 깨끗이 하고 깨끗한 속옷을 꺼내 입고 잠자리에 드신다고 했다. ‘왜 그러시는 건데요?’ 여쭤봤다. 무심한 그 질문에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가 오늘밤 갑자기 죽을 수도 있잖아요’ 그만 말문이 막혔다. 아니 말문이 막힌 게 아니라 숨이 턱 막혔다. 그렇구나 죽음이 오늘밤 갑자기 닥칠 수도 있구나.. 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