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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주에 다녀왔습니다 미국 서부의 북쪽 끝 워싱턴주에 갔었습니다. 시애틀 공항에 내리자마자 알싸한 숲의 냄새가 나는 듯, 비록 겨울이라 전형적인 시애틀 날씨 - 아주 우중충한 그런 날씨였었지만 그것도 좋았습니다. 그곳에서 하루에 자동차로 약 350마일씩 5일, 총 1,750마일, 대략 3,200 킬로미터를 운전하며 돌아 다녔습니다. 자동차는 아는 분에게 빌린 오래된 X terra였는데.. 탱크를 방불케 하는 엔진소리, 고장난 연료 게이지, 운전석 앞 유리창의 길다란 금.. 아 띠바 그냥 렌터카 빌릴 걸.. 언제 청소를 했는지 코를 찌르는 악취 때문에 추운 날씨였지만 창문을 열고 히터를 켜고 달려야 했습니다. 앞차 뒷바퀴에서 구정물이 잔뜩 튀었길래 와이퍼와 워셔액으로 닦았는데 워셔액이 없었습니다. 앞 유리창에 회색 페인트칠을 .. 더보기
제대 초기 한두번 꾸던 꿈 1. 우리 부대의 경례 구호는 ‘백골’이었다. 그런데 제대 말년 어느 때부터는 쫄따구들로부터 이 경례를 받지 않는다. 백골은 니들끼리나 해라. 나한텐 구십구골 구십팔골.. 알겠냐 이 띠바들아.. 날짜가 더 다가오면 몇십몇골 소리도 듣기 싫어서 그냥 ‘안녕하십니까’ 라고 하라고 하다가, 날짜가 진짜 초읽기로 다가오면 ‘어이 형씨 잘 잤어?’라는 쫄따구들의 도발에도 '예 군인아저씨들'이라고 화답한다. 아마 오십몇골 무렵이었을 거다. 행정반 서무계가 소대 내무반으로 날 찾아왔다. 습관적으로 ‘특명 내려왔냐?’라고 물었고, 그는 ‘예’라고 대답을 했다. 그런데 환하게 웃어야 할 그의 표정이 흙빛이다. 숨이 콱 막히는 불길한 예감.. 얘기인 즉슨, 6월 전역자 특명이 내려오긴 내려왔는데 거기에 내 이름이 빠져있더.. 더보기
'그 바닷가'의 기타리스트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곡인데 자기만 알며 자기만 좋아하는 곡이 누구에게나 한두곡쯤 있을 겁니다. 숨겨놓은 보물처럼 말입니다. 제게도 그런 곡들이 몇 있는데, 그 중 ‘그 바닷가’라고 하는 곡이 있습니다. 해변가요제에서 남자 대학생 둘이 통기타를 치며 부르던 노래입니다. 제가 이 노래를 품고 있는 건 추억이 있거나 멜로디 가사가 좋아서가 아니라, 오로지 곡 중반부의 통기타 연주 때문이었습니다. 곡 중반부의 어쿠스틱 기타연주를 귀담아 들어보십시요. 70년대 말 대학생의 통기타 연주라고는 믿기 어려운 실력입니다. 일렉기타라면 모를까 통기타로 이 정도 연주를 하기는 웬만한 프로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그런데 아마추어 대학생이 이런 연주를 했다니, 그는 내게 신화적인 존재였습니다. 과연 누구일까? 이 엄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