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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얘기

'그 바닷가'의 기타리스트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곡인데 자기만 알며 자기만 좋아하는 곡이 누구에게나 한두곡쯤 있을 겁니다. 숨겨놓은 보물처럼 말입니다. 제게도 그런 곡들이 몇 있는데, 그 중 그 바닷가라고 하는 곡이 있습니다. 해변가요제에서 남자 대학생 둘이 통기타를 치며 부르던 노래입니다

제가 이 노래를 품고 있는 건 추억이 있거나 멜로디 가사가 좋아서가 아니라, 오로지 곡 중반부의 통기타 연주 때문이었습니다. 곡 중반부의 어쿠스틱 기타연주를 귀담아 들어보십시요. 



70년대 말 대학생의 통기타 연주라고는 믿기 어려운 실력입니다일렉기타라면 모를까 통기타로 이 정도 연주를 하기는 웬만한 프로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그런데 아마추어 대학생이 이런 연주를 했다니, 그는 내게 신화적인 존재였습니다.

 

과연 누구일까? 이 엄청난 대학생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 바닷가’ 음악파일에 기록된 이름은 용균 이현식.. 전혀 모르는 이름들이었습니다해변가요제 한번 출전 이후 자취를 완전히 감추었는지이 두엣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습니다이 엄청난 기타실력을 가진 사람이 음악을 놓고 다른 일을 한다니 그 결연함에 존경이 느껴졌습니다인터넷으로 이들을 추적해볼까도 했었지만 그대로 덮었습니다. 숨어버린 무림고수로 영원히 남기기로 했던 겁니다.

 

근데 어제..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 이들이 궁금해져서 생각없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습니다. ‘해변가요제 그 바닷가’.. 그랬더니 이용균 이현식이 아니라 벗님들이 뜹니다. 벗님들? 이치현과 벗님들의 그 벗님들? 벗님들이 부른 그바닷가라는 노래가 따로 있는 것이겠거니 했습니다. 기성가요가 아니라 '대학가요'임을 확실히 해서 다시 검색.. 하지만 여전히 벗님들이 뜹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작곡 이용균 작사 이현식'이었습니다. 내가 아는 그 노래가 맞는 겁니다. 근데 웬 벗님들

 

결국 스토리를 찾았습니다. 우리가 아는 이치현과 벗님들의 그 이치현이 대학시절에 '벗님들'이란 밴드를 했었는데, 팀원들이 군대를 가고 난 후, 남아있던 둘(이치현 이현식)이 해변가요제에 나갔었던 거랍니다.  이 곡 중반부의 현란한 기타연주는 '이름없는 대학생'이 아니라 바로 이치현이었던 겁니다. 어쩐지 말도 안되게 너무 잘 치더라니.. 

이치현씨 잘 지내십니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