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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사주팔자 1 - 팔자 더러운 놈은 어찌 살란 말이냐

‘머리 좋은 년 얼굴 이쁜 년 못 따라가고, 얼굴 이쁜 년 팔자 좋은 년 못 따라간다.’ 이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주변에 이말을 증명하는 상황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팔자 좋은 년’은 과연 어떤 년일까? 여자들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팔자 좋은 년’이란 ‘빵빵한 놈에게 시집 가는 년’을 말한다. 여자의 인생이 남자에 달려있다니 여자들 자존심 상할 만 하지만 사실이다. 요즈음 같으면야 여자 본인의 팔자가 좋아서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경우라고 해도 되겠지만 좌우간 과거엔 확실히 여자팔자는 남편팔자 따라갔다. 게다가 요즘이라도 아직 우리 사회는 잘난 여자를 잘난 그대로 봐주는 사회가 아니다. 잘 난 여자는 모난 돌 취급을 받아 정을 맞는다. 그래서 여성에겐 좋은 취업보다는 좋은 ‘취집’이 행복해질 가능성이 더 높은게 사실이다.

요즈음이라 할지라도 여자가 잘 나가기만 하면 행복할까? 아쉽게도 별로 그래보이지 않는다. 잘난 여자들에겐 꼭 가정문제가 있다. 여자가 잘나면, 남자가 아주 ‘못나거’나 ‘비굴해지기’ 때문이다. 자기가 기둥서방이라는 자격지심 때문에 남자는 정상일 수가 없다. 남자의 자존심을 포기하고 등신처럼 죽이고 살거나, 아니면 포악해져서 뒤집어 엎는다. 이래저래 현실적으로 여자들에겐 ‘사장님 팔자’ 보다는 ‘사모님 팔자’ 인 것이 훨씬 더 행복해 보인다.


남자들에게 혹은 일반적으로 적용해 보자. ‘능력있는 놈 빽있는 놈 못 따라가고, 빽있는 놈 운 좋은 놈 못 따라간다’쯤이 되겠다. 팔자를 운으로 슬쩍 바꿨다. 팔자나 운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고 반문하겠으나 여기서 운이란 그에게 닥치는 기운의 흐름만을 친다고 보면 되겠다. 늘 움직이는 남자에겐 변화하는 운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같은 사람일지라도 잘될때엔 무얼 해도 다 잘 되고, 안 될때엔 앞으로 넘어져도 똥구멍에 돌이 박힐때가 있는 법이다.

문제는 이 운과 팔자가 사람이 태어나면서(혹은 수태되면서) 정해져 버린다는 데에 있다. 나쁜 사주팔자를 타고난 사람은 어떻게 살라는 거냐.. 운명을 믿는 사람이 어느 날 ‘너는 평생 고생만 하고 가난하게 살다 죽을 팔자’라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하느냔 말이다. 또 요즈음 하도 힘들어 철학원에 문의를 했더니 ‘앞으로 칠팔년은 더 고생해야겠어..’ 했다면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냔 말이다. 지금도 당장 죽겠는데 이 고생을 앞으로 칠팔년을 더 해야 한다고? 까짓거 일이년이라면 눈 딱감고 버텨보겠지만 칠팔년이라고라?


당연히 의구심을 갖는다. 사주팔자라는 게 과연 얼마나 믿을만 한 것일까?.. 그래 맞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그걸 어떻게 믿어? 그런건 애시당초 없는 거야.. 생각해보자. 사주팔자의 가짓수는 모두 몇가지일까? 하루에 12개의 사주가 나올 수 있으므로 한달에 360개, 일년에 4,320개가 나온다. 이런 것이 모두 60개(해의 가짓수는 모두 60개)가 있으므로 총 259,200이 되며 남녀가 서로 다르므로 총 518,400 가지가 나온다. 우리나라 인구를 사천만으로 잡으면 우리나라에 나랑 똑 같은 사주팔자를 가진 사람은 150명 정도가 더 있다는 말이다. 원칙적으로 사주가 똑같으면 운명이 같아야 한다. 하지만 그 150명의 사람들중 나와 똑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마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쌍둥이들의 운명을 살펴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주팔자가 똑 같지만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쌍둥이중 한명이 교통사고를 당해 불구가 될 수도 있고, 한명이 병에 걸려 일찍 죽을 수도 있다. 사주팔자라는 건 애시당초 거짓말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내 경험상.. 사주팔자는 거짓말이 아니다.



아무리 사주쟁이라 할지라도 사주에 의해 사람의 운명이 100% 결정된다고 하진 않는다. 일반적으로 그 구성을 부모덕 25%, 내 성품 25% 그리고 환경 25%, 자신의 노력25% 정도로 본다. 즉 불변요소(부모덕 성품) 50%와 가변요소(환경 노력) 50%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말해놓으면 틀린 사주풀이로 인한 공격도 덜 받고 일정부분 틀려도 할말이 생긴다. 여기서 만약 수양이나 완벽한 연기에 의해 보이는 성품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 가변요소는 75%에 육박할 수 있다. 즉 노력여하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변요소라 할지라도 실제로 그것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타고난 ‘성품’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어떻게 보면 ‘노력’이라는 것도 원래 타고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부지런한 놈은 평생 부지런하고 게으른 놈은 평생 게으르기 때문이다. 또 환경이라는 것도 사실은 자기 스스로는 바꾸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많은 선배들이 인생은 運七技三이라고 했을 것이다. 즉 자기 스스로 초인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한 불변요소 70% 가변요소 30%인 것이다. 그렇다. 이 가변요소 30%에 운명을 걸어야 한다.


그러나 당장 처지가 급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빨리 상황을 바꿔보고 싶다. 그래서 교회에서 기도를 열심히 하거나, 절에 가서 열심히 불공을 들여본다. 근데 지구인의 99.9999999999999%는 ‘Unanswered Prayer’ 들이다. 아무리 열심히 빌어봐야 안된다. 왜 이렇게 응답을 안 주시는 걸까? 그건 다 우리들을 똑 같이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믿음 좋고 기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 소원 다 들어주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난장판이 된다. 기도에는 원래 응답이 없는 게 당연한 이치다. 기도에 응답이 있다면 지구는 바로 멸망한다.

그래서 다시 돌아온다. 아까 가변요소가 뭐랬지? 환경과 노력이라고 했지.. 근데 노력은 지금도 초인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환경을 바꾸는 것 뿐인데 그걸 어떻게 바꾸란 말인가?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면 바뀔까? 이혼을 하면 바뀔까? 그러고보니 예전에 여자 재혼하는 걸 보고 '팔자 고치는 거'라고 했었다. 그게 바로 이말이었구나.. 하지만 막상 생각해 보니 환경을 바꾼다는 것도 말이 쉽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냐 말이다.


→ 사주팔자 1 – 팔자 더러운 놈은 어찌 살란 말이냐
→ 사주팔자 2 – 안 좋으면 바꿔야지
→ 사주팔자 3 – 인생의 고비에 서서
→ 사주팔자 4 – 원하는대로 안되는 것이 인생살이
→ 사주팔자 5 – 근심걱정을 놓는 법
→ 사주팔자 6 – 인생에는 계획이 없다
→ 사주팔자 7 – 자투리, 토정비결


누군가 그런다. 팔자 더러운 놈이 돈 버는 방법은 남의 걸 뺏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그래서 악을 품고 남의 껄 뺏으려고 해본다. 남의 껄 빼앗아서 누군 대기업 총수도 되고 대통령 당선자까지 되는 걸 보니 이것이 괜찮은 방법이겠다. 그러나 착각하지 마라. 그놈은 운이 겁나게 좋은 놈이다. 팔자 더러운 놈은 남의껄 훔쳤다간 제까닥 감옥에 간다. 띠바 아무래도 행복한 인생은 아예 포기하고 그럭저럭 목구멍에 풀칠이나 하면서 사는 걸로 만족을 해야 할까보다.

근데 改運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운을 바꿔? 눈이 확 트인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 改運이란 걸 생각한다. 어떤 의식을 통하거나 이름을 바꾸거나해서 운명을 바꾼다고 한다. 그러나 엄마 뱃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는 한 ‘개운’이란 새빨간 거짓말이다.

아 방법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