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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노스탤지어 금단증 "Nostalgia"전쟁터에 나간 군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적 고통을 뜻하는 의학용어였다고 합니다. 물론 요즈음엔 이 단어가 '고통'보다는 '그리움' 정도의 서정적 뉘앙스가 되었습니다.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상황에선 '고통스런 그리움'은 잠시이고 금세 '애틋한 그리움'으로 바뀌며, 그 그리움이 고통스런 현실을 이겨내게 해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군대시절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됩니다. 잠시동안을 제외하곤 '그리움'이란 것이 늘 기쁨의 에너지로 작용했었습니다. 세월에 시달리면서도, 얼차려를 받는 동안에도 그리운 것들을 떠올리면 고통을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잊었습니다. 그 짧은 걸 노스탤지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어쨌든 군대에서의 이 '유사' 노스탤지어는 제대와 동시.. 더보기
끝 시작 걷기 여행중이던 친구와 순천역에서 합류했습니다. 얼마 전엔 제가 통영에서 누군가를 마중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누군가가 순천역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차 초행길인 주제에 마중하고 마중받는 상황에 잔재미가 있습니다. 깜깜한 새벽첫차를 탄 덕에 순천역에 도착하니 아침입니다. 60리터 배낭을 짊어진 그를 보며 잠시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27년간 매일 왕래하던 곳을 어느 날부터 나가지 않게 된 느낌이 어떤 것일까.. 복잡하게 얽혀있을 그의 심경을 감히 상상하기 힘듭니다만 여기서만큼은 그것이 자유인의 해방감이길 바랍니다. ‘사장을 3년씩이나 해먹었으면 할만큼 한거짐마’ 기분좋게 햄버거로 아침을 먹었습니다.미세먼지 없는 날을 잡기를 잘했습니다. 매서운 칼 바람이었지만 남도의 바닷가엔 맑은 공기가 그득했습니.. 더보기
제사에서 벗어나기 온 도로를 꽉 메운 ‘민족의 대이동’을 봅니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일입니다만 약간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가족이 모이는 행사’라면 협의해서 장소나 날짜를 조정할 수 있을텐데, 왜 기를 쓰고 '같은 날'에 '같은 장소'에 가는 걸까요? 아마 상당부분 ‘제사’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1970년대에 ‘마주앙’이라는 포도주가 나왔을 무렵이었습니다. 설날 제사를 시작하려던 시간, 장손인 큰댁형이 마주앙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곤 어른들께 여쭈었습니다. ‘요즈음 제일 좋은 포도주인데요, 오늘 이걸 올리면 어떻겠습니까?’ 순간 어른들이 잠시 당혹해 하셨지만 제 아버지가 재빨리 거드셨습니다. ‘괜찮은 아이디어 같은데.. 할아버지들도 좋은 포도주 드셔보시고..’ 그러자 제일 큰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