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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사주팔자 7 - 짜투리, 토정비결

우린 연초마다 토정비결이란 것을 재미 삼아 본다. 인터넷 사이트에 년월일 세가지만 입력하면 바로 한해의 신수가 총평부터 월별까지 한 세트로 좍 나온다. 그 내용이 좋으면 슬그머니 미소가 번지지만, 나쁜 내용이면 마음이 무겁다. '捕兎于海, 求魚于山' 같은 점괘가 나오면 상당히 찝찝하다. ‘아무리 해봐야 결국 허당’ 이라는 의미 아니든가. 아무리 심심풀이였지만 이런 소릴 듣고 마음이 개운할 수는 없다. 고달프고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니.. 띠바.

그래서 혹시나 하고 딴 사이트에 가봤다. 어? 이게 뭐야? 내용이 다르다. 여기선 내 운세가 올해 굉장히 좋단다. 아무리 공짜라지만 보는 사이트에 따라 내용이 다르게 나온다니. 토정비결.. 이거 도대체 어떻게 보는거길래 이렇게 결과가 다르고,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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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정비결의 점괘 가짓수는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144가지뿐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가지가지 생년월일을 입력해도 프린트되어 나오는 출력물은 144가지중의 하나라는 말이다. 괘가 같으면 시작부터 끝까지 똑같은 한 세트다. 대한민국 4천5백만 국민으로 보면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일년 열두달 똑같은 신수를 가진 사람이 대략 30만명 정도라는 말이다.


좋은 괘와 나쁜 괘의 비율은 어느정도일까?
이 144가지의 괘는 전체적인 내용으로 봤을 때 대략 다섯가지로 나눌 수 있다. 행운괘 50, 조건부 행운괘 20, 중립괘 10, 불운괘 50, 금기괘 14 정도이다. 즉 좋은 괘(70) : 나쁜 괘(64) : 중간정도의 괘(10)의 구성이다. 결국 좋은 괘와 나쁜 괘의 비율이 대략 1:1 이란 얘기다. 뒤에서 다시 얘기하겠지만.. 한 해가 나쁘다고 쭉 나쁜게 아니라 월별로 좋고 나쁨이 교차한다.


토정비결의 점괘는 어떻게 뽑는 것일까?
복잡할 거 같아서 사람들은 돈을 내고 본다. 그러나 그럴 필요 없다. 간단해도 너무 간단하다. 사람의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간단하게 더하기 나누기만 하면 된다. 나이에 따라 저절로 숫자 하나가 결정되고, 내가 태어난 월로 또 하나의 숫자, 그리고 생일로 마지막 숫자가 결정된다. 이게 그 유명한 身數다, '신수가 훤하시네요..' 할때의 그 신수. 비록 간단하지만 이를 하려면 만세력이 있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시간이 30초쯤 걸린다. 그게 귀찮으니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토정비결 작괘 조견표’라는 걸 본다. 이 표를 보면 5초면 내 신수가 나온다. [무자년 토정비결 작괘조견표] 를 옮겨보려 했으나 쓰기가 어려워 관둔다.

입력된 이 작괘조견표가 틀리면 사이트별로 신수가 다르게 나온다. 공짜다보니 작괘조견표를 프로그래밍할때 대충대충 하다가 실수를 많이 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토정비결은 최소한 서너군데는 돌아다녀 봐야 한다.

간단하게 세 숫자가 나오는데 그것을 차례대로 나열하면 (예 731) 그 숫자가 한해 토정비결의 身數가 된다. 이제 그 숫자를 토정비결 책에서 찾기만 하면 그 밑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이 세트로 죽 붙어있다.   

731 - 有權威之象
雷門一聲 萬人驚倒 立身揚名 道德文章 財星助我 財帛津津 智謀兼全 意氣男兒 중략

1월 禍去福來 終時亨通 預爲治誠 凶禍自消 南方之人 偶來助力 중략
12월 每事如意 苦盡甘來 莫近親人 恩反爲仇 若近女色 必有損財

숫자(신수)가 같으면 전체가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똑 같다. 과정이 이렇게 간단하기 때문에 토정비결을 만원씩 받아쳐먹고 봐주는 사이트는 도둑놈들이다. 뽑는 과정으로만 보면.. 우리가 무시하는 '당사주'보다도 훨씬 더 간단하다.



토정비결의 점괘는 어떤 내용들일까? 
위12월의 내용을 예로 들어본다. 每事如意 苦盡甘來 (매사여의 고진감래) 매사가 여의하니 고진감래로다. 고생이 한계에 이르면 즐거움으로 변하는 법이라 이제부터는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될 것이다. 莫近親人 恩反爲仇 (막근친인 은반위구) 친한 사람을 가까이 마라. 은혜가 도리어 원수 된다. 까닭없이 친절한 사람을 주의하라. 은혜를 입고도 뒤에는 원수관계가 된다. 若近女色 必有損財 (약근여색 필유손재) 만일 여색을 가까이 하면 반드시 손재가 있다. 여색을 탐하면 자칫 함정에 빠져 큰 돈을 잃게 될 우려가 있으니 주의하라.

이렇게 '4언 3구' 싯구절 모두가 비유와 은유의 표현이다. 길흉화복의 표현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으며 비록 총평이 좋더라도 중간에는 좋았다가 나빴다가 한다. 활기를 주고 힘을 북돋아주다가도 조심하라고 경고를 준다. 좋고 나쁨의 비율이 월별로 비슷하여 희망과 경고가 적절히 섞여 있다. 

잘 나가던 사람에겐 지나침을 자제하고 겸허한 자세로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되고, 절망에 빠진 사람에겐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조심하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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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나와 똑 같은 한해 신수를 가진 사람이 30만명이고, 좋은 괘와 나쁜 괘가 대략 1:1 정도이며, 한 괘에 희망과 경고가 교차하며 섞여 있는 이 토정비결..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인간사 모든 것은 끊임없이 돌고 돌기 때문에 복이 있으면 반드시 액이 따르고, 불행이 있으면 곧 이어 행복이 온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성하면 언젠가 쇠하며,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고, 만나면 헤어지게 되어 있는 세상의 이치를 자각하게 해준다. 우리들을 겸손하게 만들어 주며 적절히 자기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게 해준다.

토정비결의 의미는 이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 사주팔자 1 – 팔자 더러운 놈은 어찌 살란 말이냐
→ 사주팔자 2 – 안 좋으면 바꿔야지
→ 사주팔자 3 – 인생의 고비에 서서
→ 사주팔자 4 – 원하는대로 안되는 것이 인생살이
→ 사주팔자 5 – 근심걱정을 놓는 법
→ 사주팔자 6 – 인생에는 계획이 없다
→ 사주팔자 7 – 자투리, 토정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