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팡생각

내 블로그가 날 심각하게 왜곡한다

1. 예전부터 날 알아왔던 가까운 분들이 그동안 댓글이나 쪽지로 내게 했던 말들.
상당한 사상적 변화가 보임.. 니가 원래 이렇게 유식했었니?.. 다른 사람인거 같아 낯설다.. 선비가 되신 모양.. 자연의학을 설파하고 있는.. 직접 얼굴을 볼 수 없었던 10년이란 기간동안 오직 블로그의 글들만을 대하다 보니 가지게 된 나에 대한 심각한 ‘굴절과 왜곡’들이다.

2. 얼마전 간만에 블루그래스 카페에 들렀었는데, 내 흔적 밑으로 나란히 달린 댓글 두개.
밴조맨: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알프스: ‘나라 걱정 지구 걱정하면서 지내셨겠지요’
물론 농담이셨겠지만, 나라는 인간을 전혀 모르시는 분들은 화장분으로 떡칠을 한 모습을 내 본질로 ‘오해’하실 소지도 약간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3. 그러다 급기야 그저께. 메신저로만 대화하던 송충이와 오랜만에 직접 전화 통활했는데.. 늘 그랬듯 편하디 편한 대화, 그러자 느닷없이 송충이 왈 ‘아니네. 너 옛날 그대로네’.... ‘당연히 똑같지 스꺄’ 하고 웃어 넘겼지만 사실 속으론 깜짝 놀랐다. 내 블로그가 자행하고 있는 내 이미지의 굴절 왜곡이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음을 느꼈다.

---

글이라는 것엔 사람의 표정과 말투, 억양에 따른 미세한 뉘앙스가 전혀 없다. 글만 읽어서 글쓴이의 의도를 정확히 판단한다는 것은 어렵다. 또 읽는 사람은 그 글이 글쓴이의 평소 수준과 생각대로 한꺼번에 휙 쓰여진 것인지 아니면 일천한 지식으로 숨을 할딱거리며 쓴 글인지 조차도 알 수가 없다. 글만 읽어서 그 글쓴이의 지식수준이나 사고능력, 인간성을 본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나는 죽을똥 살똥 머리를 쥐어짜고 자료들을 보며 '간신히' 글을 쓴다. 근데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다. 블로그에 써질러 놓은 글만 보면서 ‘혹시 이 날탱이 셰이가 그새 진짜 선비가 된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는 모양이다. 대략난감이다.

하지만 변한 부분도 틀림없이 있긴 있을 터.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었지만 LA에선 인간관계가 극도로 제한적이다. 대부분 혼자 놀거나 야채랑 둘이서 논다. 사람들과 바글바글대지 않는 이런 환경이 첨엔 숨이 막히더니 이젠 이력이 붙었다. ‘사람 부추겨 놀러다니기’ 는 이제 전혀 없다.

담배를 끊었다. 술도 거의 끊었다. 물론 술은 기회가 적다보니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지만 아무튼 ‘신사동의 뭉게구름’ 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 선술집이나 호프집의 기억조차도 까마득하다. 담배와 술을 하지 않으면서 머리가 맑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예전보다는 훨씬 길고 깊게 생각을 할줄 알게 된 것 같다.

‘취미 대식, 특기 속식’.. 하지만 이젠 쳐먹는 음식의 양이 예전의 반 이하로 줄었고 그것도 야채와 과일이 주가 되었다. 상추잎사귀만 씹어 먹어도 맛있다고 느끼고 고기를 먹으면 며칠동안 속이 불편할 정도가 되었으니 상당한 변화다. 덕분에 몸무게는 25년전으로 돌아갔고, 육식을 끊은 덕에 몸도 건강해졌고 성격도 온순해졌다. ‘어른하고 싸우고, 애들 울리는’ 짓은 이제 전혀 안한다.


이 외엔 특별히 내가 변했음을 인지하는 게 없다. 아마 모든 게 그때 그대로일 거다. 아니 한국을 떠나던 순간에서 정신 성장이 멈추었으니 한국에 있는 또래에 비해 오히려 훨씬 철이 없을 거다. 여전히 하루의 대부분을 대가리 터지게 재미난 일을 머리속에 그리면서 보내고, 어떡하면 일 안하고도 먹고 살며 재밌게 놀 수 있을지 궁리한다. 예전 그대로의 딱 그 모습일거다.

---

고리타분 꼰대.. 과대망상과 과대포장.. 아는 체 잘난 체.. 고집과 교만.. 따지고 들고 가르치려 들고.. 특정종교와 특정직종에 대한 증오.. 혹시나 하고 지난 글들을 읽어본 후 가진 객관적인 느낌이다. 띠바 재섭다. 이러지 말아야겠다.


'요팡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잇값  (0) 2009.09.18
2009 기축년, 내멋대로 예측  (0) 2009.01.28
사주팔자 7 - 짜투리, 토정비결  (0) 2008.01.26
사주팔자 6 - 인생에는 계획이 없다  (0) 2008.01.19
사주팔자 5 - 근심 걱정을 놓는 법  (0) 2008.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