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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얘기

불놀이 7

(이 이야기의 뒤를 궁금해 하는 독자가 있을줄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슴이 철렁한다. 사건을 전부 알고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할 겨를도 없다.
얼마나 심장이 내려앉고 쿵쾅거리는지 아무도 대답을 못한다. 담담한 공일병이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상황실 앞. 아무도 인기척을 하지 못한다. 다들 가슴이 쓸어져 내리고 있나 보다.
상황실 문이 갑자기 확 열린다. 대대 작전관이다. 담담했었는데 그를 보니 숨이 확 막힌다.

‘또라이 새끼들.. 들어와’ 한쪽에 쭉 늘어섰다.
‘야야 징그러워.. 대가리 박어’ 귀찮다는 듯이 말한다. 약간 기분 나빠지려고 한다.

‘어떤새끼가 범인이야?’
‘넵 일병 공일병’ 박은채 대답했다.
‘뭐? 일병새끼가?.. 일나 봐’ 얼른 일어섰다.
‘어? 너 지난번에 목욕탕 유리문 깬 그 새끼 아냐?’ 별걸 다 기억한다.

공일병이 얼마전에 장난치다 목욕탕 유리문을 깬적이 있는데 그걸 다른 중대 어떤 새끼가 공일병 얼굴을 기억했다가 보고하는 바람에 온 동네 창피하게
‘내가 왜 이럴까.. 사회에선 안그랬는데.. 군대와서 돌았나봐’

이 유치하기 짝이없는 구호를 복창하면서 완전군장으로 저녁시간에 대대전체를 뺑뺑이 돌았었다.
퇴근하던 작전관이 그 모습을 보고 불러서 한대 쥐어박았던 적이 있었다. 별걸 다 기억한다.

‘예 그렇습니다’
‘이 새끼 이거 완전히 또라이새끼구만.. 박어’

작전관은 여기저기 전화를 하느라 부산하다. 뭐라고 하는지 정확히 들리지는 않는다.
그렇게 한 십분 정도 흘렀을까, 소름이 쫙 끼치는 소리를 한다.
‘니들 전부 남한산성 7년 6개월씩이야. 미친넘들 어쩌다가.. 쯔쯔. 그리고 너 또라이새끼 넌 좀 더있다 나올거다. 니가 범인이니까.. 불만있냐?’

바닥이 꺼져라 한숨소리가 들리고 급기야 한넘이 꺼이꺼이 울기 시작한다.
제대를 코앞에 두고 남한산성이라니.. 아 씨바 세상에 이럴수가.. 조때따…
속으로들 이랬을거다.

그러나 공일병은 담담하다. 뭔가 감이 잡히는 것 같다.
무서운 말이었지만 이상한 냄새가 좀 난다.


그때, 급하게 달려오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공일병네 중대장의 오토바이 소리다.
이제 우린 죽었다.. 그러나 그 무시무시한 중대장이 들어와선 병사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작전관에게 간단히 경례를 하고 둘이서 한쪽으로 가서 수근수근 이야기만 한다. 군화발에 짓이겨질 줄 알았는데 일단 다행이다.

또 하나의 오토바이 소리가 나고 이번엔 대대 병기관이 상황실로 들어섰다. 그 역시 우리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뭔가 자기네들끼리 긴히 이야기만 한다.

드디어 대대장이 대대장실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다들 대대장실로 간다.


텅빈 상황실에 매복조만 대가리 박은채 그대로 있다. 평소 같았으면 슬그머니 일어나서 요령을 피웠을터.. 그러나 모두들 꼼짝 안하고 그대로 원산폭격을 유지하고 있다. 어디서 이런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걸까. 하나도 힘든줄 모르고 그대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문이 벌컥 열리고 누가 들어왔다.
‘기상’
우리 중대장이다.

오랜시간 원산폭격으로 피가 거꾸로 몰려서인지 갑자기 일어서자 몹시 어지럽다.
‘중대로 내려가’ 기분나쁠만큼 차분하고 조용한 어투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이동하는데 공일병의 뒷통수에 한마디가 꽂힌다.
‘어이 공, 니 군화 어쨌어?’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미친 섀끼’ 하고 만다.

중대로 내려가다보니 다섯시쯤밖에 안된 깜깜한 그 시간에 중대원들이 다 일어나서 밖에 나와 모여 있다. 인솔 소대장이 뭐라 지시를 하고 잠시 웅성거리더니 전체가 어디론가 이동을 한다.

‘소대에 가서 대기하랍니다’
행정병이 알려준다. 텅빈 내무반으로 들어가서 하염없이 앉아있었다.

기상나팔소리가 들리고, 다른 중대원들 점호받는 소리가 들리고.. 구보 떠나는 소리 들리고, 돌아와서 청소하는 소리 들리고, 아침식사 나팔이 울리고 웅성웅성 식사집합 가는 소리 들리고.. 우리중대 애들만 아직 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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