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소설속의 그 1월 3일이다. 21년전 오늘, 그리고 이 시간즈음이었겠지. 계속한다.)
조용해졌다. 다 터졌을까..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공일병은 분침호를 향해 걸어간다. 비록 불길은 약해졌지만 아직도 전체가 불로 뒤덮여 있다. 그러나 공일병은 불타는 분침호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간다.
‘저새끼 잡아’
고함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뛰어와서 공일병의 머리통을 세게 치고 잡아 끈다.
‘야 이새끼야 너 미쳤어? 너 어디가?’
둑뒤로 다시 끌려 들어오기 무섭게 또 큰 폭발이 하나 이어진다.
갑자기 무전기에서 쉭쉭 호출음이 들린다. 누가 무전기를 들고 나왔나 보다.
극도로 긴장한다. 산꼭대기 상황실에서 상황을 확인하려고 무전이 온거 같다.
판단이 서질 않아 모두들 머뭇거린다. ‘어떡하나.. 아무일 없다고 해야 하나?’
분대장이 무전을 받는다. 역시 매복조 근처에 무슨 폭발이 있었냐는 물음이었다.
‘아무일 없다. 이상’
이제 진짜로 조용해 졌다. 모두들 얼이, 넋이 완전히 나갔다.
한넘이 주저앉아 꺽꺽거리면서 울기 시작한다.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말년들에게 이 사고는 치명적이다. 다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전부 바닥에 털퍼덕 주저 앉아 있다.
숨막히는 침묵이 얼마나 흘렀을까, 누군가가 일어서서 인원점검을 한다. 혹시 죽은 넘 없나 확인한다. 다 살아 있다. 장비를 점검한다. 다들 자기 소총들만 들고 나왔다.
크레모아 여덟개, 수류탄 16개, 203유탄 네개, 실탄 900여발..
이것들이 모두 겨울 밤하늘로 날아갔다.
‘너 발 안 시렵냐?’
그제서야 알았다. 공일병은 지금 군화를 신지 않고 있다. 양말만 몇겹 신은 발로 그냥 눈위에 서 있다.
그러나 발이 시려운 지는 전혀 모른다. 믿기지 않는 이 사고를 친 당사자는 아직까지도 얼이 빠져있다.
울고 한숨쉬고 땅을 치던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수습을 논의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수습책이 있을 리가 없다. 사고가 웬만해야 어떻게 수습을 하지 이건 도리가 없다.
뒤야 어떻게 되건 일단 폭발로 날아간 무기부터 채우기로 했다. 민통선 통문초소 위에 있는 화약고를 털기로 했다. 일단 민통선 초소쪽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초소에 도착했다. 공일병에게 떨어진 임무는 초소 근무자들의 정신을 딴곳에 쏠리게 만드는 일이었다.
‘어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철수하십니까?’ '하도 추워서..'
그제서야 시계를 보니 겨우 두시반쯤 되었다.
'전 근무자들이 아까 교대때 그러던데.. 매복조 쪽에서 폭발음이 있었던것 같다고 하대요..괜찮으세요?'
'우린 못 들었는데..'
'폭발음이 꽤 컸다고 그러던데..'
'우리쪽이 아니라 다른쪽이었나보지..'
다행히 초소 근무자 둘이 공일병과 친하던 다른소대 쫄들이다. 비 피하라는 작은 초소안에 들어가 주재도 없는 얘기를 떠벌인다.
그러는 동안 초소 옆 야트막한 산중턱 무기고에서 조그맣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공일병의 귀에는 들린다. 다행히 근무자들은 못 듣는 눈치다. 탄약고 문을 열 수 있을까. 제발 열려야 할텐데..
‘어? 공일병님. 군화는 왜 안 신으셨습니까?
‘잃어버렸다’
‘군화를 잃어버려요? 어떡하다가요?’
무기고에 올라갔던 사람들이 빈손으로 내려왔다. 의아하게 생각한 근무자들이 묻는다.
‘왜 거기서 내려오십니까?’
‘오줌누고 내려오는 거다’
‘오줌을 왜 산에 올라가서 누세요?’
도대체가 말도 되지 않는 이상한 소리들만 쏟아내자 초소병사들 눈빛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한넘은 한겨울에 군화도 없이 매복갔다가 나와 서있지, 몇넘은 오줌눈다고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지..
이상한거 투성이다.
어떡할까.. 아무도 선뜻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렇게 삼십분 정도를 그곳에서 머물렀다.
‘탈영할거 아니면 들어가자’
그랬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의아해 하고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는 초소병들을 뒤로 하고 부대로 향했다. 아마 지옥으로 가는 길이 있어서 그 길을 걷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우린 어떻게 되는걸까?
막막한 생각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가슴은 메어지지 않는다.
도대체가 실감을 못해서 그런가 보다.
저 말년들.. 나를 얼마나 죽이고 싶을까. 나야 여기나 영창이나 남은 군대생활 똑 같지만 말년들한텐 정말 미안하네.. 씨바. 그 와중에 말년들 처지가 불쌍해져서 공일병은 그 걱정을 한다.
그러나 전에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남한산성 군 교도소 복역기간은 군생활에 포함 안된다더라. 나와서 남은 군생활 마쳐야 한다더라.. 그렇담 씨바 나나 쟤네나 똑 같네..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다보니 어느덧 부대 위병소앞이다.
모두들 큰 숨을 들이쉬고 위병소로 다가가는데 위병소 근무자가 먼저 황급히 나온다.
‘매복좁니까? 지금 빨리 상황실로 전부 올라오랍니다.’
→ 불놀이 1
→ 불놀이 2
→ 불놀이 3
→ 불놀이 4
→ 불놀이 5
→ 불놀이 6
→ 불놀이 7
→ 불놀이 8
조용해졌다. 다 터졌을까..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공일병은 분침호를 향해 걸어간다. 비록 불길은 약해졌지만 아직도 전체가 불로 뒤덮여 있다. 그러나 공일병은 불타는 분침호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간다.
‘저새끼 잡아’
고함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뛰어와서 공일병의 머리통을 세게 치고 잡아 끈다.
‘야 이새끼야 너 미쳤어? 너 어디가?’
둑뒤로 다시 끌려 들어오기 무섭게 또 큰 폭발이 하나 이어진다.
갑자기 무전기에서 쉭쉭 호출음이 들린다. 누가 무전기를 들고 나왔나 보다.
극도로 긴장한다. 산꼭대기 상황실에서 상황을 확인하려고 무전이 온거 같다.
판단이 서질 않아 모두들 머뭇거린다. ‘어떡하나.. 아무일 없다고 해야 하나?’
분대장이 무전을 받는다. 역시 매복조 근처에 무슨 폭발이 있었냐는 물음이었다.
‘아무일 없다. 이상’
이제 진짜로 조용해 졌다. 모두들 얼이, 넋이 완전히 나갔다.
한넘이 주저앉아 꺽꺽거리면서 울기 시작한다.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말년들에게 이 사고는 치명적이다. 다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전부 바닥에 털퍼덕 주저 앉아 있다.
숨막히는 침묵이 얼마나 흘렀을까, 누군가가 일어서서 인원점검을 한다. 혹시 죽은 넘 없나 확인한다. 다 살아 있다. 장비를 점검한다. 다들 자기 소총들만 들고 나왔다.
크레모아 여덟개, 수류탄 16개, 203유탄 네개, 실탄 900여발..
이것들이 모두 겨울 밤하늘로 날아갔다.
‘너 발 안 시렵냐?’
그제서야 알았다. 공일병은 지금 군화를 신지 않고 있다. 양말만 몇겹 신은 발로 그냥 눈위에 서 있다.
그러나 발이 시려운 지는 전혀 모른다. 믿기지 않는 이 사고를 친 당사자는 아직까지도 얼이 빠져있다.
울고 한숨쉬고 땅을 치던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수습을 논의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수습책이 있을 리가 없다. 사고가 웬만해야 어떻게 수습을 하지 이건 도리가 없다.
뒤야 어떻게 되건 일단 폭발로 날아간 무기부터 채우기로 했다. 민통선 통문초소 위에 있는 화약고를 털기로 했다. 일단 민통선 초소쪽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초소에 도착했다. 공일병에게 떨어진 임무는 초소 근무자들의 정신을 딴곳에 쏠리게 만드는 일이었다.
‘어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철수하십니까?’ '하도 추워서..'
그제서야 시계를 보니 겨우 두시반쯤 되었다.
'전 근무자들이 아까 교대때 그러던데.. 매복조 쪽에서 폭발음이 있었던것 같다고 하대요..괜찮으세요?'
'우린 못 들었는데..'
'폭발음이 꽤 컸다고 그러던데..'
'우리쪽이 아니라 다른쪽이었나보지..'
다행히 초소 근무자 둘이 공일병과 친하던 다른소대 쫄들이다. 비 피하라는 작은 초소안에 들어가 주재도 없는 얘기를 떠벌인다.
그러는 동안 초소 옆 야트막한 산중턱 무기고에서 조그맣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공일병의 귀에는 들린다. 다행히 근무자들은 못 듣는 눈치다. 탄약고 문을 열 수 있을까. 제발 열려야 할텐데..
‘어? 공일병님. 군화는 왜 안 신으셨습니까?
‘잃어버렸다’
‘군화를 잃어버려요? 어떡하다가요?’
무기고에 올라갔던 사람들이 빈손으로 내려왔다. 의아하게 생각한 근무자들이 묻는다.
‘왜 거기서 내려오십니까?’
‘오줌누고 내려오는 거다’
‘오줌을 왜 산에 올라가서 누세요?’
도대체가 말도 되지 않는 이상한 소리들만 쏟아내자 초소병사들 눈빛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한넘은 한겨울에 군화도 없이 매복갔다가 나와 서있지, 몇넘은 오줌눈다고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지..
이상한거 투성이다.
어떡할까.. 아무도 선뜻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렇게 삼십분 정도를 그곳에서 머물렀다.
‘탈영할거 아니면 들어가자’
그랬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의아해 하고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는 초소병들을 뒤로 하고 부대로 향했다. 아마 지옥으로 가는 길이 있어서 그 길을 걷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우린 어떻게 되는걸까?
막막한 생각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가슴은 메어지지 않는다.
도대체가 실감을 못해서 그런가 보다.
저 말년들.. 나를 얼마나 죽이고 싶을까. 나야 여기나 영창이나 남은 군대생활 똑 같지만 말년들한텐 정말 미안하네.. 씨바. 그 와중에 말년들 처지가 불쌍해져서 공일병은 그 걱정을 한다.
그러나 전에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남한산성 군 교도소 복역기간은 군생활에 포함 안된다더라. 나와서 남은 군생활 마쳐야 한다더라.. 그렇담 씨바 나나 쟤네나 똑 같네..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다보니 어느덧 부대 위병소앞이다.
모두들 큰 숨을 들이쉬고 위병소로 다가가는데 위병소 근무자가 먼저 황급히 나온다.
‘매복좁니까? 지금 빨리 상황실로 전부 올라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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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놀이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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