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29. 01:36

Raven 과 Crow

미식축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각 팀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었는데, 그 중 이상한 이름이 하나 있었다. 볼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 레이븐스? 사전을 찾아보니 ‘까마귀’란 뜻이다. 까마귀는 crow 아닌가? 아무튼 이렇게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워지는 모양이다. 스포츠팀의 이름에 별의 별 동물들이 다 등장하는 미국이니 까마귀라는 이름이라고 해서 놀라울 것은 아니겠으나, 아무리 그래도 NFL 풋볼팀의 이름이 ‘까마귀들’인 것은 좀 의아했다. 어떻게 ‘까마귀’를 팀 이름으로..

그 이유는 까마귀에 대한 옛 기억때문인 것 같다. 83년 1월 그 춥던 논산훈련소.. 하얀 눈밭을 새까맣게 덮고 있다가 짬밥통에 음식물이 버려지면 한꺼번에 ‘마귀처럼’ 달려들어 까악까악- 아귀다툼을 벌이던 그 수백마리의 까마귀들. 가뜩이나 배고프고 황량하던 훈련병들에게 그 까마귀떼의 소리와 모습은 참 싫었었다.
 

내가 알고 있던 까마귀의 영어단어는 crow 였다. 우리집 새를 조사하기 시작했을때 조류도감을 찾아봤더니 까마귀는 역시 crow였다. 그래서 아무런 의심 없이 우리집 새 'crow'라고 쓰고 '까마귀'라고 주석을 달았었다. 그리고 그냥 싫어했었다. 새총으로 쏘고..

 American Crow
그러다 얼마후 못 보던 새 하날 발견해서 조류도감을 다시 보다가 우연히 crow 뒷 페이지에 raven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렇지. 레이븐도 까마귀였지 참.. 무슨 차이가 있나? 하지만 사진에서 보이는 생김새로는 전혀 구분이 가질 않았다. 

하지만 crow와 raven은 '전혀' 다른 새란다. 내가 훈련소 이후부터 싫어하던 그 까마귀가 crow, 그리고 raven은 우리나라엔 살지 않아 내가 전혀 모르는 새였던 것이다. 번역을 보니 '갈까마귀'라고 되어 있었는데, 조사를 해보니 이건 '잘못된 번역'이었다. 갈까마귀는 일반 까마귀들보다도 더 작은 종이란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이 새를 그냥 '레이븐'이라고 해야만 할 것 같다.
 Common Raven
어떻게 다른지 찾아보니 많은 자료가 금세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미국 사람들도 많이 헷갈려 한다는 뜻이다. 자료의 대부분은 레이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공했는데, 아마도 자기들이 사랑하는 레이븐을 크로우 '따위'와 혼동하지 말라는 바램인 것 같다. 실제로 레이븐은 까마귀라기 보다는 '검은 독수리'같은 자태와 포스다. 둘의 차이를 보자.



그렇다면 우리 동네 까만새들은 과연 ‘크로우’인가 ‘레이븐’인가? 

위 동영상에서 배운대로 구분을 해보기 시작했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크기인데(레이븐이 거의 두배 가까이 크다), 우리집 위 창공엔 똑같은 종류들만 날아다니다 보니 그 크기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매(hawk)보다 큰걸 보면 아무래도 raven인 것 같은데, 우리집 매가 정확히 어떤 종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걸로 결론 짓기는 무리다.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걸 보면 crow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울음소리는 raven에 훨씬 더 가깝다. 꼬리의 모양을 보려 열심히 살폈지만 아무래도 날아다니는 걸 관찰하다보니 확실치가 않다. 삼각형인것 같기도 하고 편평한 것 같기도 하다. 부리의 모양은 더더욱 분간이 힘들다. 뾰족한 것 같기도 하고 구부러진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나중에 동네 노인들에게 여쭤봐야 정체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새총으로 쫓아내던 그 녀석들이 점차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몇몇 동영상을 보니 강아지 못지않게 인간들과 친하다. 특히 raven이 더욱 그렇다. 어느 조류학자가 발표한 조류 지능지수 순위에 부동의 1위는 언제나 이놈들이다. 혹자들은 침팬지보다도 영리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 마리 길러보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



미국인들에게 이 새들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Raven:
Introspection, courage, self-knowledge, magic.


Crow:
Justice, shape shifting, change, creativity, spiritual strength, energy, community sharing, balance.

 
보다시피 우리가 생각하는 '흉조' 까마귀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다. 둘 다 '靈物'급에 속한다. 앞으론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말아야겠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crow는 여전히 약간 꺼려진다. 다른 걸 떠나 그 울음소리가 영 듣기 싫다. 우리 동네 까만 새들이 부디 crow가 아니라 raven이길 간절히 소망한다. ^^

Trackback 0 Comment 12
  1. 남가주주민 2011.09.29 02:20 address edit & del reply

    한국에서는 까마귀가 흉조이고 까치가 길조인데 미국에서는 반대라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crow 하고 raven 이 다른 새인지 몰랐네요. 하긴 chipmunk 하고 squirrel, mouse 하고 rat 의 차이도 아직 확실히 모르네요.

    • Favicon of http://nabucco47@gmail.com BlogIcon kuru 2011.09.29 03:02 address edit & del

      예전에 국민학교에서 쥐잡기를 많이 했지요
      잡은 증거로 쥐꼬리를 몇개이상 가져와서 선생님에게 제출해야했습니다

      그때 들었던 쥐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spuirrel은 다람쥐라고 알고요 mouse는 자세히 보면 한번 키워보고싶은 마음이 들만큼 자그마하고 귀여운 생쥐종류이고 rat 은 그야말로 흔히보는 시커멓고 커다란 혐오감주는 쥐라고 알고 있습니다

  2. Favicon of http://nabucco47@gmail.com BlogIcon kuru 2011.09.29 02:49 address edit & del reply

    까마귀가 저렇게 나뉘어지는줄 몰랐네요
    갈가마귀라는 말을 들어봤어도 저런새인줄 몰랐습니다
    사진을 아무리 봐도 약간 크기가 다를뿐 구별하기 어렵군요

    제가 리비아에서 본건 뭐였는지 확신은 못하겠지만 저 밑의 동영상에 나오는 새와 다른건 입을 벌렸을때 입속이 벌건색이었는데 저새는 조명탓인지는 모르지만 붉은색이 아닌거 같습니다
    그리고 리비아 까마귀는 무척이나 부산스러워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데 비해 저새는 조용하네요

    • 저도 남가주민 2011.09.29 05:10 address edit & del

      크기가 '약간' 다른게 아니라 엄청나게 다릅니다. 거의 두배 가까이 차이납니다.그래서 두 종류를 나란히 놓고 보면(유투브에 동영상 많이 있습니다) 금방 구분이 됩니다. 따로따로 봤을때 구분이 잘 안가죠.

    • Favicon of https://yopangyopang.tistory.com BlogIcon 요팡 2011.09.30 07:57 신고 address edit & del

      엄청난 크기 차이입니다. 크기만 차이나는게 아니라 자태가 많이 다릅니다. 아랫분 말씀처럼 날아 다니는 걸 보면 레이븐은 검은 독수리 같습니다. 우리동네 새들도 날아다니는 걸 아래에서 보면 분명히 검은 독수리인데..ㅋㅋ

  3. 레이븐즈 2011.09.29 05:52 address edit & del reply

    레이븐은 색깔로 보면 까마귀쪽이지만 전체적인 자태는 독수리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렇게 멋진 놈이 영리한데다가 인간에게 친근하기까지 하니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겠죠.

  4. 북가주민 2011.09.29 06:45 address edit & del reply

    수십마리 무리를 지어서 날아 다닌다면 아마 크로우일 겁니다. 레이븐은 혼자로 다니거나 많아야 두마리 정도라고 하거든요.

    • Favicon of https://yopangyopang.tistory.com BlogIcon 요팡 2011.09.30 07:55 신고 address edit & del

      생김새도 레이븐이요, 우는 소리도 레이븐인데.. 수십마리가 다니는 걸 보면 크로우 같기도 합니다. 아직 뭔지 모르겠습니다.

  5. 동쪽사람 2011.09.29 06:58 address edit & del reply

    굼금증이 풀렸습니다. 레이븐즈의 레이븐이 일반 까마귀가 아니었군요. 감사합니다.

  6. Favicon of http://리나의 호주 30년 이야기 BlogIcon 리나 2011.09.30 07:28 address edit & del reply

    아~~그렇군요.
    우리집에 날아드는 녀석들은 누구인지 자세히 살펴보아야겠읍니다.
    대학다니면서 우리 아들녀석이 자신의 이름을 Raven이라고 지었어요.
    확실히 녀석을 닮은 이름이란 생각이 이제 확고해졌읍니다.
    까마귀녀석들에대한 포스팅....
    어쩐지 저와 kuru님을 위해서? ㅎㅎㅎㅎ
    감사 감사.....
    이곳은 봄이더니 갑자기 비.비.비.비....한 닷새는 이렇다네요.
    그러다 갑자기 여름이 오겠지요....
    오늘은 다시 겹옷을 두껍게 입어야할것 같네요.
    건강하십시오.

    • Favicon of https://yopangyopang.tistory.com BlogIcon 요팡 2011.09.30 07:53 신고 address edit & del

      예전에 싣니보이가 북반구에 사는 우리더러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 산다'고 했었는데, 우린 남반구 분들을 그렇게 생각한다는.. 여름을 기다리고 계신다는 게 참 희한합니다.^^

  7. BlogIcon 112 2021.09.12 22:08 address edit & del reply

    ? 한국에서도 까마귀는 길조입니다... 동양에서는 길조문화와 흉조문화로 나뉘는데 한국에서 흉조로 여겨지는 설화는 제주도 지방의 설화인 저승사자 이야기 때문에 그렇게 여겨지는데 오히려 길조로서의 역할을 더 많이 해왔습니다. 그 가장 증거로서 삼족오 문화가 있는데, 이 문화에 대해서 중국에서는 양사오 문화에서 한국에서는 고구려나 신라, 고려 시기 까지도 길조로서 여겨져 왔습니다. 일본에서는 야타가라스 라는 이름으로 불려왔고, 삼족오를 묘사합니다. 물론 현대로 오면서 일본에서는 흉조로서 한국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설화가 돌면서 흉조로 여겨지지만 원래는 길조로서 여겨지던 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