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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東海가 도대체 어디? '한국해'라고 주장했어야지

'앞골'이 도대체 어디야?
70여년만에 아버지의 고향마을을 찾아갔었을 때.. 내비게이션이나 인터넷지도가 없던 시절이라 마을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주소지를 겨우 찾았지만 정확한 마을은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70년전의 모습이 남아있을 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기억하고 있는 마을의 이름은 ‘악굴’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사람들에게 물어도 악굴을 기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어찌어찌해서 아버지가 기억하시는 ‘악굴’이 ‘앞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겨우 마을을 찾았다. 동네 사람 한분에게 그 ‘앞골’이란 이름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야트막한 능선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 마을을 ‘뒷골’과 ‘앞골’로 부르는 거였다. 

앞쪽 마을(앞골)이 어디에 있나요?
??? ‘뭐의 앞쪽’이란 얘기야? 앞에 있는 마을이 한두개야?

동네사람들끼린 앞골이라고 불러도 된다. 하지만 '뭐의 앞'이라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앞쪽 마을'은 한국땅에 만개도 넘는다. 그래서 앞골의 지리적 명칭은 ‘장곡면 지정리’라고 불러야 한다.

사람 이름도 마찬가지다. 우리집 막내를 집에서는 '막내야'라고 불러도 되지만, 다른 사람들이 불러줄 이름을 따로 지어줘야 한다. 우리집 막내라고 이 아이의 이름을 진짜 '막내'라고 지어주면.. 이 아이의 인생은 고달퍼진다.  


해보나마나한 싸움.. 우린 '오른쪽능선' vs 쟤넨 '양촌리능선'
여기서부터는 상상이다. '왼골' 수구리와 '오른골' 양촌리 사이에 능선이 하나 있다. 수구리 사람들은 그걸 ‘오른쪽 능선’이라고 불렀고, 양촌리 사람들은 그걸 ‘왼쪽 능선’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왼쪽 오른쪽을 알리가 없는 다른 마을 사람들은 그 능선을 ‘수구리 능선’ 혹은 ‘양촌리 능선’이라고 불렀다.

그러다 마을간 전쟁이 벌어졌었는데 앙촌리가 일방적으로 이겼다. 그래서 수구리의 모든 땅이 양촌리 소유가 되었었고, 그 능선이름도 자연스레 ‘양촌리능선’이 되어버렸다. 양촌리 복판의 능선이니 당연했겠다. 그러다 다시 세상이 바뀌어서 수구리 사람들이 땅의 소유권을 되찾았다. 근데 남은 문제는 능선의 이름이다. 수구리 사람들 입장에선 능선의 이름에 양촌리가 들어간 걸 참을 수가 없었던 거다. 하지만 그것때문에 전쟁을 벌일 수는 없으니 제 삼자의 중재에 따라야 하겠다.

중재자가 각각 의견을 물었다. 양촌리사람들은 이미 그 능선의 이름이 널리 양촌리능선으로 알려졌는데 이제와서 헷갈리게 뭘 또 바꾸냐며 버틴다. 하지만 수구리 사람들은 그 능선의 이름에 양촌리가 들어가는 건 절대 인정할 수 없단다. 그러면 뭘로 하자는 거냐 물었더니 ‘오른쪽 능선’으로 부르잰다. 아니면 최소한 두 이름을 나란히 같이 쓰거나. 우리 수구리 사람들이 예로부터 그렇게 불렀으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불러줘야 한다는 거다.

꽉 막힌 수구리 사람들을 안쓰러워한 중재자가 보다못해 힌트를 준다.
'오른쪽 능선'이란 이름은 수구리사람들끼리나 부르는 이름입니다. '오른쪽에 있는' 능선이 세상에 어디 한두개예요? 수구리 입장에선 능선 이름에서 양촌리라는 이름을 빼는 게 더 중요한게 아닌가요? 그렇다면 그 능선을 ‘수구리 능선’으로 부르자고 주장하세요. 그래야 제 3의 다른 이름, 예를 들면 '수구양촌 능선'이나 ‘싸리능선’ 같은 게 중재안으로 나오죠.

근데 막무가내로 ‘오른쪽능선’이라니요? 지명이라는 건 모름지기 위치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냥 오른쪽능선? 세상에 누가 그런 무지몽매한 ‘오른쪽 능선’이라는 이름을 인정해주겠습니까?

그리고 양촌리 사람들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들에겐 그 능선이 분명히 '왼쪽에 있는' 능선인데 그걸 '오른쪽' 능선으로 부르자고 하면 그 사람들이 그걸 받아들이겠습니까? 어차피 그 능선 이름이 이미 '양촌리 능선'으로 알려져 있는데 말입니다. 

여기만 그런게 아니예요. 발트능선 남중국능선.. 이 능선들도 원래는 한쪽 동네사람들에겐 모두 '오른쪽 능선'이었는데, 그쪽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도 '오른쪽' 능선이란 이름은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이름이라서 '상식적'인 이름으로 모두 바꾼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고집 좀 버리세요. 당신들 끼린 '오른쪽 능선'이라고 부르더라도, 다른 이들에겐 '수구리 능선'으로 불러달라고 하세요. 

하지만 수구리 사람들은 여전히 막무가내다.
아 글쎄 우린 그걸 '오른쪽 능선'이라고 부른다니깐요. 우리마을 마을가 가사에도 있고..

그래서 중재자들이 결론을 냈다.

수구리 사람들.. 도대체 협상과 중재의 기본도 모르네요. 자기네 오른쪽에 있다고 '오른쪽 능선'으로 해달라니. 도리 없네요. 그냥 ‘양촌리능선’으로 부르기로 합시다.

어느 바다가 '일본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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