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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대학 등록금은 예전부터 쭉 비쌌었다.

전경에게 햄버거를 건네준 대학생
대학생들이 전경들에게 햄버거를 줬는데 전경들이 그걸 안 먹었단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기사를 클릭했다. 김제동이 시위 대학생들에게 오백만원을 줬단다. 근데 당부하길 니들 대학생들이 반 쓰고 나머지 반은 고생하는 전경들을 위해 쓰라고 했었단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생각해 낸 게 햄버거였다. 그걸 사서 반은 자기들이 먹고 반은 전경들에게 줬단다. 근데 이걸 전경들이 거부했단다. 

윗선이 무서워서 그랬을까? 아니다. 모멸감을 느껴서 그랬단다. 햄버거를 박스에 넣어 정중하게 전달한 게 아니라, 일부 대학생들이 햄버거를 손에 들고 전경들에게 먹으라고 했다는 거다. 전경들이 그 상황에서 어찌해야 했을까? 쿨하게 받아서 기분좋게 먹어야 하나? 아니면 씨바 어디서 이따위로 길거리에서 개 밥주듯이 햄버거를 줘? 해야 하나.. 전경들은 아마 후자였던 모양이다. 모멸감을 느꼈단다. 그들의 심경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물론 대학생들이 일부러 전경들에게 모멸감을 주려고 그랬던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거다. 대학생들이 일부러 그랬던 거라면 차라리 욕을 할지언정 이렇게 속이 상하진 않았을 거다. 대학생들이 모르고 저랬다는 거.. 그렇게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었다는게 안타까운 거다.


반값 등록금 요구는 계약 위반
아무리 엄중한 국가적 사태가 발생해도 놀라울 정도로 ‘의연’하던 대한민국의 대학생들이 ‘드디어’ 거리로 나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반값 등록금 쟁취’다. 등록금이 너무 비싸 도저히 공부를 할 수가 없단다. 우리 대학생들이 그 동안 아무리 엄중한 국가적 사태가 발생해도 눈을 돌리지 못했던 것도 이렇게 살인적인 등록금에 짓눌려 겨를이 없어서 그랬었나 보다. 오죽 상황이 어려웠으면 저렇게 거리로 뛰쳐나왔겠나 안쓰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니들 대학 등록금 비싼 거 몰랐었니? 그거 모르고 대학에 갔던 거니?’

아니다. 다 알고 대학에 입학했었다. 그 등록금 낼 생각으로 대학에 입학했었던 거다. 일종의 계약이었던 거다. 근데 학생들이 중간에 그 계약을 깨자고 나선거다. 그러니 이렇게 거리로 나섰다면 분명히 등록금 인하 필요성에 대한 논리를 완벽하게 갖추고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그들의 날카로운 논리가 기대된다. 이거였다.
 
비싼 등록금 - 취업난 – 비정규직 양산 - 늦어지는 결혼 - 저출산으로 얽히는 구조적 악순환.. 때문에 반드시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단다. ??

아무리 머리를 짜봐도 비싼 등록금이 취업난과 연결되는 고리를 도무지 모르겠다. 등록금과 취업난이 겹쳐서 힘들다는 건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등록금과 취업난이 도대체 무슨 인과관계가 있단 말인가?

좌우로 심각하게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비싼 대학등록금의 원인을 누구나 정확하게 안다. 심각한 ‘학력 인플레’와 심각한 ‘학력차별’ 때문이다. 그 배후에 족벌 쓰레기언론과 그 언론사가 운영하는 불투명한 사학재단이 버티고 있고. 그런데 대학생들이 이 얘기는 안하고 엉뚱한 소릴 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좀 미안한 얘기지만.. 시위에 나온 학생들의 자질이 의심된다. 논리도 없이 거리로 나섰으니 그저 무조건 떼를 쓰는 철없는 아이들처럼 보이는 거다. 햄버거 껀도 그렇고.. 논리도 타당한 이유도 없이 무조건 계약을 다시 하자고 거리에 나선 저런 아이들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등록금을 깎아준다? 학생들이 돈 마련하느라 힘든 건 충분히 안다. 하지만 말이다. 등록금은 예전에도 지금처럼 '상당히' 비쌌었다.


등록금은 아직 그리 비싸지 않다, 문제는 딴 거다. 
내가 1987년도에 처음으로 받은 월급이 아마 50만원 정도였을 거다. 보너스를 포함하면 연봉 850만원 정도이니, 이걸 다시 월로 나누면 월 70만원 정도를 받은 셈이다. 그리고 당시 대학 한학기 등록금은 60~70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된다. 즉 대학 한학기 등록금과 대기업의 대졸 초임 월급이 비슷했던 거다. 따라서 졸업 후 조금 절약하기만 하면 대학 때 빚졌던 등록금을 쉽게 털어낼 수 있었다.

요즈음 대기업 대졸 초임 연봉은 3,500만원 정도 하는 모양이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직장에 따라 연봉액수는 천차만별이긴 하겠다. 아무튼 대기업 초임연봉을 기준으로 월로 따지면 300만원 정도다. 그리고 요즈음 한 학기 등록금은 대략 400만원 정도 한다고 하니, 한학기 등록금이 대졸 초임 월급보다 1.3배 정도 많다. 단순비교하면 30년동안 대졸초임 상승보다 대학 등록금 상승이 30% 정도 더 많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지금의 등록금 역시 아직은 취직해서 조금 절약하면 빚을 곧 갚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아직은 '살인 등록금'이라 불릴만한 수준이 전혀 아닌 것이다. 

지금 등록금이 살인적으로 비싼거라면 우리 때 등록금도 '거의' 살인적으로 비쌌었다. 한동안은 불법 몰래 과외(전두환 시절), 제대 이후엔 막일 알바, 하다하다 안되어 나중엔 은행융자를 내서 학비를 충당했었다. 민주화 요구로 숱하게 거리로 뛰쳐나왔던 세대였지만, 단 한번도 등록금을 문제삼지는 않았었다. 무슨 차이일까?


문제는 취업난
교과부의 발표에 의하면 2010년 대졸자 취업률이 51.9%였단다. 그 고생을 해서 대학엘 들어가고, 그 고생을 해서 학비를 마련해 졸업을 했는데, 반 가까이가 실업자 신세로 사회에 내몰리는 상황인 것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값비싼 대학 생활, 아마 그들의 영혼을 짓누르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

만약 대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정상적으로 취직을 할 수 있다면 사실 등록금 문제는 문제가 안된다.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등록금이 비싸서가 아니다. 그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취업이 보장되어 있지 않으니, 그게 불만이고 그런 미래가 불안해서 거리로 뛰쳐 나온거다.

하지만 취업난이라는 게 그리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님을 그들도 잘 안다. 그래서 절망에 빠진 그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명박의 ‘반값 등록금’공약을 물고 늘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청년 실업. 이거 보톤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 취업난도 진짜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학력 인플레와 학력 차별
현재 우리나라엔 대학이 400여개에 육박하고, 4년제 대학만도 200 여개가 된단다. 대학진학률은 80%를 웃돌고, 대학생이 무려 310 만명이나 된단다. 고등교육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임은 부인하지 않으나, 80%가 넘는 대학 진학률은 확실히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낭비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무렵이 ‘백만 학우’였었으니 삼십년만에 대학생 숫자가 200만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 정도 숫자라면 소수 ‘꼴통’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대학에 간다는 얘기다. 즉 이제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과거 삼십년전의 고등학교 위상과 비슷해진 거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이젠 ‘비정상인’ 취급을 받을 수도 있는 세상이 되어 버린 거다. 발에 채이는 게 대학생, 대졸자 세상인 거다.

여기서 우리가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앞서 대졸자의 취업비율이 51.9%라고 한거.. 과연 모든 대학의 졸업생들이 모두 이런 취업률로 직장을 얻게 될까? 아니다. 서울 주요대학들의 졸업생 취업률은 80%를 넘나든단다. 소위 명문대들에겐 ‘청년실업’이 여전히 먼나라 얘기인 것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서울의 주요대학들은 지금보다 등록금을 오히려 두배 이상 올린다 해도 신입생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게 현실이다. 왜냐하면 그 대학들을 졸업해야만 사람구실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워낙 광범위하게 깊이 깔려있어서, 천금 만금이 들더라도 그 대학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부지기수로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그래서 바로 이 부분들이다. 심각한 학력 인플레와 학력차별을 줄여 나가는 일.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많은 젊은이들이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학력인플레와 학력차별.. 대한민국이 ‘살고 싶은’ 나라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절박한 문제들인 것이다.

근데 이런 걸 풀지 않고 무조건 대학 등록금을 깎아준다? 공멸의 길이다. 현재의 학생들도 망하고 미래의 학생들도 망하고 미래의 대한민국도 어려워지는 최악의 방안이다.


반값 등록금은 불가하다
지금 대학 등록금이 비싼 건 일부 명문대학들이 배짱을 부리면서 등록금을 먼저 인상하고, 나머지 대학들도 눈치를 봐가며 슬금슬금 따라서 올렸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걸 막을 유일한 방법은 불매운동이다. 즉 '등록금이 너무 비싼 대학'에 신입생들이 가지 않으면 된다. 근데 아쉽게도 불매운동을 해야 할 그 대학들이 모조리 명문대들이다. 학벌 공화국 대한민국에선 가능성 0의 방안이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그걸 줄여달라고 학생들이 거리로 나선거다. 학생들과 거기에 ‘동참한 척’ 하는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반값 등록금.. 방안은 크게 두 가지인 듯 하다. 정부의 지원을 늘리라는 것과 대학들이 쌓아둔 적립금을 전용하라는 것. 하지만 둘 다 실현하기 쉽지 않은 방안들이다.

등록금이 비싼 줄 뻔히 알고, 기꺼이 낼 생각으로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 등록금 부담을 국민의 세금으로 반으로 깎아준다? 또 대학시장이 정리되며 소수 대학만이 살아남을 위기의 시대에 대학의 미래와 ‘미래 학생’들을 위해 모아둔 적립금을 아우성치는 ‘지금 학생’들의 등록금 보전으로 써버린다?

대학들이 적립금을 과도하게 쌓아두는 문제는 물론 집고 지나가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 다른 차원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부금입학문제, 재단의 전입금 문제, 정부의 국공립대 지원확대등등.. 시간이 걸리더라도 등록금 문제는 이렇게 구조적으로 천천히 해결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지원과 재단의 적립금으로 등록금을 갑자기 낮추는 방안은 실현될 수도, 실현되어서도 안되는 방안이다. 등록금 문제.. 비록 많이 아프지만 이를 악물고 이겨내야 한다. 
 

지금은 과도기의 시작
분명한 건 지금이 과도기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학력인플레와 학력차별이 비등점에 이르러 폭발하기 직전이다. 이제 그게 터져야 한다. 그래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부실 대학들이 정리되어야 한다. 터져야 한다. 그래서 대학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기득권층과 족벌언론들의 악행이 사라져야 한다. 터져야 한다. 그래서 대학에 가지 않아도 취업 걱정할 필요 없는 사회, 소수의 인재들만이 대학에 가는 사회, 이름이 아니라 특성에 따라 신입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사회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해여 한다.

물론 쉽게 이루어질 사안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상위 기득권층이며, 복마전 사학재단을 직접 소유운영하고 있는 박근혜 정몽준 같은 자들이 추앙받는 정치지도자로 있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학재단의 비리 정점에 대한민국 최고발행부수의 족벌언론들이 있는게 현실이기 대문이다.

이들 정치인들을 먼저 솎아내야 하는건지, 아니면 사학재단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의도적으로 학벌서열화를 부추기는 족벌언론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아니면 국공립대의 위상강화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니면 부실대학의 정리부터 시작해야 할지.. 그 어느 것도 쉬워 보이는 게 없다. 그래도 해야 한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 때문에 노무현도 하지 못한 이걸 손학규와 유시민이 다시 불 지펴야 한다.

반값 등록금 약속(공약은 아니었다는 지적을 받고 약속으로 바꿈)을 했던 한나라당과 이명박..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이 수백가지가 넘으니 반드시 역사적으로 처단해야 할 것이지만, 이 허황된 집단의 '반값 등록금' 약속을 꼬투리잡고 정쟁을 벌인다면 그 역시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시위대에 낑겨 앉아있는' 손학규와 유시민.. 그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부디 빨리 제자리로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



‘미국 중년좌빨새끼’가 ‘조갑제류’들이나 지껄일 법한 얘기를 한다는 게 좀 놀라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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