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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수맥 1 - 수맥은 풍수지리에서 온 게 아니라 유럽의 이론

수맥이 건강과 직결된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으니, 수맥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대단한 것으로 들리는 수맥.. 뒤에 꼬랑지를 붙여 수맥기 수맥파가 되면 그 의미는 한층 심장해 보인다. 수맥이란 사실 ‘땅속의 물’ 즉 ‘지하수’에 불과하다. 근데 왜들 이 난리일까?

수맥이란 게 뭔지 또 과연 의미가 진짜 있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 먼저 풍수지리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기로 한다. 수맥의 이론은 틀림없이 풍수지리학에서 왔을 것 ‘같으므로’..


풍수지리
‘풍수지리’ 하면 ‘신비한 것’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인간의 운을 변화시키고 발복까지도 하는 영험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반면 지랄.. 풍수는 무슨놈의 풍수, 다 한심한 미신이지.. 이러는 사람도 있다. 두가지 다 틀렸다. 본래 의미의 풍수는 ‘신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혀 ‘쓸데없는 미신’도 아니다.

과거의 인류는 자연에서 맨몸으로 살았다. 따라서 자연의 이로움을 이용하고 자연의 위험을 피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살아갈 터전을 찾는 사람들의 경험들이 집약되어 후손들에게 전해졌다. 이것이 바로 바람, 물, 땅의 이치 風水地理이다. 쉽게 물을 구할 수 있는가, 바람을 피할 수 있는가, 어떤 곳에 농사를 지어야 하는가가 가장 중요했다.

풍수지리의 근원은 이렇게 아주 단순하다. 생존을 위한 인류의 지혜였다. ‘어떤 곳에 살면 위험에 처하지 않고 자연의 혜택을 받으며 편하게 살 수 있는가’ 이게 시작이며 끝이다. 하지만 토테미즘과 음양오행이 파고 들어오고, 기의 개념까지도 도입되며 학문이라는 탈을 쓰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단순명료했다. 기본은 용(龍), 혈(穴), 사(砂), 수(水) 그리고 향(向)이었다.

용(龍)은 산의 능선이다.
혈(穴)은 용(龍)이 어우러져 이루어낸 특정지점을 뜻한다.
사(砂)란 혈의 주변에 있는 산과 바위이다.
수(水)란 물이다.
향(向)은 방향이다.



[용을 찾는 데 3년, 혈을 찾는 데 10년 걸린다. 길지를 얻고자 하면, 먼저 용진혈적한 곳을 찾아야 하고, 그 다음은 사격이 좋은지 판단해야 한다. 물의 작용 없이는 절대로 혈을 맺을 수 없다. 혈을 찾고자 할 때는 산을 보지 말고 물을 보라. 산은 있으나 물이 없는 곳에서는 혈을 찾지 말라.. 좋은 혈을 찾았으면 혈의 좌향을 어떻게 하여 우주의 좋은 기운을 취할 것인가 따져봐야 한다.]

상당히 어렵고 복잡해 뵈지만 간단하다. 산의 능선을 따지는 용(龍)이 조금 아리까리할 뿐, 나머지는 아주 단순하다. 어떤 곳이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가를 찾는 것일 뿐이다.


신비주의 덧칠
그러나 여기에 신비주의가 덧칠해 지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자연의 모습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이론을 위한 이론으로 변질되어 먹물티내기 좋아하는 꾼들의 말장난이 되어버렸다. 국민들을 현혹시키려니 신비로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무슨무슨 秘訣 傳言들이 판을 친다. 氣가 어쩌니 파동이 어쩌니 초과학 운운하며 신비감만 상승시키고.. 이런 자아도취 만행적 작태가 바로 요즈음 일부 작자들이 내뱉는 풍수지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풍수지리의 본 모습은 '살기 좋은 곳'을 찾는 오랜 경험의 축적일 뿐이라고 했다. 이러저러한 곳에 살면 겨울에 너무 춥더라, 이러저러한 곳에 살면 여름에 너무 덥더라.. 이런 경험들의 축적이다. 그래서 신비주의 덧칠되기 전의 풍수지리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오랜세월에 걸쳐 모인만큼 주거생활과 관련이 있는 건 빠진 것 없이 모두 모여 있었을 것이다. 이거 중요한 말이다. 기억해 두기 바란다. 주거생활에 관련된 건 빠진게 있을 턱이 없다..


수맥을 풍수지리학에서 찾아보자... 없다
글의 주제는 수맥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풍수지리를 얘기한 것도 수맥이란 게 당연히 풍수지리가 뿌리일터이니 그래서 그걸 알아본다고 했었다. 풍수의 기본에 水가 있었으니 당연히 거기에 수맥에 대한 언급이 있겠다. 찾아보자.




이상하다. 풍수지리의 수를 아무리 뒤져봐도 수맥에 대한 얘기는 없다. 수맥이라는 말은 있지만 그것은 땅위의 물길을 얘기하는 것이지 요즘 얘기하는 지하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거 어찌된 영문일까? 수맥이 풍수지리에서 나온 게 아니던가?

아니었다. 요즈음 떠들어대는 수맥은 동양 전통의 풍수지리학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었다. 풍수서 어디에도 지하수 수맥의 이야기는 없다는 것이다. 단지 관에 물이 차면 나쁘다는 정도이다. 놀라운 사실이다. 수맥이 전래의 풍수지리와 전혀 관련이 없다니.. 그렇다면 이 수맥이란 건 도대체 어디서 나온 이론일까?


수맥은 유럽의 이론
굳이 따지자면 수맥의 이론은 서양의 이론이다. 이론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냥 ‘지하수를 찾는 방법’이다. 과거 유럽에서 물을 찾기 위해 발달한 기술일 뿐이다. 우리가 전통의 우리 것인양 알던 '수맥'이란 용어와 수맥탐사 기술은 사실은 19세기 말에 우리나라에 온 서양 신부들이 우물을 찾거나 가뭄 든 논에 관정을 뚫기 위해 가르쳐 준 것이 그 시초이며 우리가 수맥이란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유럽은 퇴적층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물길을 찾기가 쉽지 않아 일찍부터 지하수를 찾는 기술이 발달되었다고 한다. 수맥을 찾는 기술자(루텐갱어)는 수맥뿐만 아니라 광물질이나 다양한 이물질들도 찾아냈는데 그들이 사용하던 도구는 오직 나뭇가지 하나였다고 한다. 요즈음엔 추를 사용하기도 하고 ‘ㄱ자 막대기’ 또는 ‘엘로드’를 사용하지만 뿌리는 하늘하늘한 나뭇가지였다. (무슨 도구를 사용하든 그것으로 지하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어떠한 상태가 변동이 생기면서 감지되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뭄기에 코끼리가 귀신처럼 지하수를 찾아내듯, 감각이 특출한(본능이 살아있는) 사람은 아래에 물이 흐르고 있다면 분명히 그것을 느낄 것이다. 그것이 물흐름의 소리이든, 냄새이든, 지구자기장의 변화이든 뭐든 분명히 느낄 것이다. 난 한털 의심도 없이 이것을 믿는다.) 


자 일단 정리한다.
풍수지리는 원래 그 모습이 지극히 단순한 주거생활의 지혜모음이고, 요즈음의 '수맥'은 풍수지리에서 온 게 아니라 서양에서 건너온 지하수 찾는 기술에서 파생된 것이다.

(앞으로 3일간 연휴라 뒷글이 좀 늦어지겠습니다)


→ 수맥 1 – 수맥은 유럽의 이론
→ 수맥 2 – 있다고 치자
→ 수맥 3 – 수맥은 없다
→ 수맥 4 – 상술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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