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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수맥 2 - 있다고 치자

과학 컴플렉스
수맥의 존재나 그것을 찾아내는 방법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수맥의 악영향에 대한 주장들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난번에 귀신이야기를 하면서도 비슷한 얘길 했듯.. 수맥의 악영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듯, 수맥의 악영향이 없다는 것도 역시 증명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수맥은 땅의 전자기장을 변조시키는 역할을 해 땅기운과 인간과의 조화를 교란시킨다. 이렇게 수맥파로 인하여 우리 인체의 전자기장이 불균형해지면 이는 곧 신경-면역-호르몬 기능의 부조화로 이어지면서 몸이 병들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그래도 좀 무시할 수 있겠는데, 여기에 과학의 탈을 좀 뒤집어 씌우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수맥파(水脈波)는 수맥에서 발생하는 유해한 저주파 파동(Harmful Radiation) 인데 그 정체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론이 있다. 첫째, 지하에 물이 흐르면서 모래나 자갈, 기타 광물질이 같이 섞여서 흐르게 되는데 이때 강한 전기, 자기적 성질을 동반하여 되어 이 파장이 지상으로 방사되는 것. 둘째, 지구 내부의 熱原인 자연 방사능 동위원소가 핵분열로 인하여 방사능을 발생시키는데 이 알파, 베타, 감마 방사선 중에서 감마선이 지하수를 통과하면서 그 지하수가 볼록렌즈 역할을 하면서 수직으로 강하게 모아진 감마선 변조파. 셋째, 지하수맥은 끊임없이 자신의 부족한 물을 보충하기 위하여 지상의 물을 끌어들이는데 이 힘이 바로 수맥파.]

우리들의 ‘과학 콤플렉스’가 꿈틀거려 말을 조금씩 믿기 시작한다. 가장 관심을 끄는 주장은 역시 두번째 이론이다. 무시무시한 방사능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 감마선은 전자파 중에서 가장 짧은 전자파로서 두꺼운 철판도 통과할 수 있는 강력한 투과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투과력이 강한 감마선은 사람의 세포 조직까지도 파괴할 수 있다. 감마선파인 수맥파는 땅속의 암석과 토양을 뚫고 지상까지 전달되는 수직파로서 지상의 구조물을 대부분 통과하여 수직으로 상승하며 그 방사거리는 무한대이다. 따라서 63빌딩 맨 위층에서 진단해보아도 1층에서와 큰 변화없이 측정된다.]

이쯤되면 아무리 수맥파에 무감하던 사람이라도 수맥에 대해 걱정되기 시작한다. 관심을 갖고 귀를 열기 시작하니 주변에 온통 수맥파에 대한 이야기다. 뒷집 새로 이사온 개똥이가 도통 잠을 못자다가 침대에 동판 깔더니 그날부터 뒷꼭지만 닿으면 잔다더라.. 시름시름 아프던 할머니도 수맥파 차단했더니 그날부터 펄펄 난다더라.. 카더라 카더라..

수맥만 이야기 할때에는 그런대로 무시하겠는데 ‘수맥파’라는 용어가 나오자 반신반의해진다. 이 수맥파라는 거,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해로우니까 그러겠지 설마 아무렇지도 않은 걸 해롭다고 할려구..


풍수지리
수맥이 왜 해로운지 가닥을 잡아 보기 위해 다시 풍수지리로 돌아간다. 풍수지리는 크게 음택(陰宅-묘자리)과 양택(陽宅-집터)으로 대별된다. 풍수지리가 미신의 굴레를 뒤집어 쓰게된 이유는 ‘음택’ 즉 그놈의 ‘묘자리’ 타령 때문이다. 조상 묘를 잘못 써서 후손들이 어떻다는 둥, 듣고 나면 영 기분 찜찜해지는 소리들 때문이다.

앞에서 알아봤듯이 풍수지리에 수맥이란 개념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엔 이 음택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수맥이다. 그러나 풍수에 지하수에 대한 언급은 ‘관에 물이 차면 안좋다.’ 이게 전부라고 했다. 즉 요즈음 말하는 수맥의 기원을 풍수에서 찾으면 바로 이것이다. 관에 지하수가 차면 안 좋다.

왜 묘자리가 그리 중요할까? 그 이론적 근거는 바로 ‘동기감응’이라는 것이다. 중국 한나라때 궁궐안 종을 타종도 하지 않았는데 울림이 있어 모두들 이를 괴이하게 여기고 있는데 그 원인을 알아본 결과 그 종을 주조하기 위하여 銅을 채취하였던 광산에서 지진이 일어났었기 때문이라는 것. 즉 銅 광산에 진동이 생기니 그 동으로 만든 궁궐안 종에게까지 그 진동이 전달이 되었다는 애기다. 대부분 이 말을 들으면서 그냥 피식하고 웃고 말았을 것이다.


못된 조상
이 동기감응이 묘자리 이론의 근거다. 조상의 유골에 나쁜 기운이 감싸고 있으면 그 나쁜 기운이 살아있는 후손에게까지 미친다는 거. 웃음이 나오면 당신은 정상이다.

동기감응의 인과를 밝힌다는 건 과학적으로 가능하다. 어떤 광산에 인위적으로 진동을 주고 그 광산에서 채취한 銅이 감응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아보면 된다. 근데 아무도 안했다. 왜냐하면.. 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상의 유골과 후손간의 관계에 대한 실험연구는? 즉 조상의 유골을 망치로 계속 떄린다든가, 유골을 끓는물에 넣고 끓인다든가 하면 된다. 근데 이 역시 아무도 안한다. 과학적으로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런 실험에 조상의 유골을 내어줄 미친놈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그런 미친놈이 있다 하더라도 이 실험은 해보나 마나다. 나띵웤스!

설사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 하더라도 그 영혼이 유골에 머무르고 있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즉 혼과 백은 사망 즉시 분리 된다. 내가 그걸 눈으로 본게 아니니 강요할 수는 없지만 시체에 영혼이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혼의 존재 자체가 없어진다. 하지만 묘자리 잡는 게 직업인 놈들은 이상한 주장을 한다. 조상님이 지금 물속에 둥둥 떠 계시니 빨리 이장을 해야 함다..

좋다. 유골에 영혼은 없지만 마침 자기 묘자리에 잠시 놀러온 영혼이 자기 유골이 물속에 둥둥 떠 있는 걸 보고 흥분했다고 치자. 정상 조상이라면 이걸 보고 흥분해서 어이없게도 후손들에게 악한 해꼬지를 할까? 

좋다. 영혼은 그거말고는 소통수단이 없어서 후손에게 다 그런식으로 의사전달을 한다고 치자. 참 못되어 쳐먹은 조상이지만 다 그런다니 이해 해주자. 그렇다면 이걸 막을 방법은 뭐 없을까?

(파헤쳐서 이장을 해야 하나?)

땅에 안 묻으면 된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애당초부터 유골을 땅속에 안 묻으면 된다. 원인도 없으니 결과도 없다. 화장을 하고 그 유골가루를 뽀송뽀송한 곳에 모시면 된다. 유골을 불에 태우면 조상님이 뜨거워 하면서 지옥의 불구덩이로 오해하실지도 모른다고? 그럼 컴컴하고 축축한 땅속에서 벌레에게 파먹히고 미생물에 썩어문드러지는 건 괜찮고?

중간결론을 지으면, ‘수맥이 나쁘다’라는 것은 풍수지리 음택이론에서 ‘관에 물이 차면 나쁘다’는 것이었으며, 이건 ‘관에 물이 많으면 육신이 빨리 썩지 않으니 그러지 말라’는 것이었을 뿐이다. 유골이 물에 떠 있어서 영혼이 어쩌고, 수맥의 나쁜 기운이 유골에 영향을 미쳐 저쩌고 하는 건.. 미친 난센스다.

이 난센스가 더욱 부풀려져 탄생한 괴물이 바로 요즈음의 수맥이다. 아무런 뿌리도 없고 근거도 없다. 장사아치들의 밥벌이 수단으로 급조된 개념이다. 그러다가 지하수(수맥)만 가지고는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 그 사람들 입을 막아버리려 나타난 게 수맥기 혹은 수맥파라는 용어다. 과학도 아닌 '유사과학'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 혹은 ‘파’로 밀어보니 이제야 좀 사람들이 잠잠해 지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번엔 양택에게까지 마수가 뻗쳤다. 수맥에서 나오는 파동이 있는데 그게 건물 까지도 무너뜨린다.. 그 무서운 게 사람의 몸에 어떤 영향이 있겠니? 무섭지? 원래 있지도 않던 개념이 음택으로 슬그머니 들어가서 자리를 잡더니, 급기야 양택에 까지 침범하여 사람들을 유사과학의 탈을 쓰고 혹세무민하고 있는 것, 이게 수맥이다. 거기에서 파생된 수맥기 수맥파.. 당연히 믿음이 갈 수가 없다.

하지만.. 앞서 얘기 했듯, ‘수맥파가 있다’는 걸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듯이, ‘수맥파가 없다’는 걸 증명할 수도 없다. 수맥파가 있다면 그 수맥파의 유해성 여부는 더더욱 모른다. 그래서 수맥파는 있으며 그게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다. 여기서 다시 시작한다. 오늘 결론을 지을려고 했는데 생각외로 길어진다. 곧 결론을 짓기로 한다.


→ 수맥 1 – 수맥은 유럽의 이론
→ 수맥 2 – 있다고 치자
→ 수맥 3 – 수맥은 없다
→ 수맥 4 – 상술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