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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감기 1 - 바이러스 박테리아

감기 무서운 걸 전혀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기 무서움을 안다. 싣니보이가 감기 얘기를 하는 걸로 봐서 계절이 반대인 그 쪽에서 감기때문에 꽤나 고생을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 감기는 이제 ‘그까짓 감기’ 가 아니라 한번 걸리면 꽤 고생을 하는 겁나는 병이다. 나도 지난 겨울 심하게 감기에 걸렸었는데, 그게 결국 치킨팍스(수두)였었고, 꽤 오랫동안 얼굴의 열꽃때문에 죽을 고생을 했었다. 그래서 이후부턴 아주 각별히 조심하는 습관이 생겼다.?? 감기 얘기하다가 웬 수두냐고? 수두도 감기란 얘길 하려는거다. 독감도 감기다. 뭔소리야? 의사들은 완전히 다른 병이라던데.

감기(感氣).. 기(氣)에 감(感)했다? 기운에 젖어들다? 氣만큼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 글자가 없으니 직역만으로 감기의 의미를 캐어내기는 글렀다. 한자로 된 말이니 당연히 동양의학에 그 뿌리가 있을 터, 그러나 희안하게도 한의학에서 ‘감기’라는 표현을 찾기는 힘들다. 대신 感冒라는 표현이 있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感氣가 感冒(깐마오)이다.

그렇다면 이 감기라는 말의 원류는 더 깊은 곳에 있는 듯하다. 찾아보자. 외부로부터의 질병은 외부의 사기(邪氣 사악한 기)가 내 몸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믿었었다. 허준도 이러지 않던가. ‘사기가 이미 온몸에 퍼졌습니다’ 우리 몸은 원래 정기(正氣)가 있어 외부의 사기(邪氣)를 물리치고 있는데, 몸의 정기가 약해져 외부의 사기를 막아내지 못하면 그 사기가 몸 속으로 침입해 들어오고 마침내 병에 걸린다고 했다. 질병에 대한 입장이 과학적이다. 고대의 질병개념이지만 현대의학의 그것과 딱 맞아떨어진다. 이걸 외감사기(外感邪氣)라고 표현했다. 이 ‘외感사氣’가 바로 感氣이다.

현대의학에서의 개념으로 바꾸면 이는 모든 바이러스 박테리아성 감염질병을 총칭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원래 간염 위염, 수두, 독감, 에이즈도 모두 감기의 범주에 든다. 그러나 요즈음의 감기는 물론 그런 뜻은 아니다. 여러가지 감염질환 중 단지 ‘상기도 감염증’만을 의미한다. 또 거기에서 독감을 따로 분리해 내었으니, ‘독감을 제외한 상기도 감염증’으로 더 축소되었다. 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제외한 다른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증, 이게 감기이다.

겨울철 환절기가 되면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분주하다. 근데 감기 예방주사는 없다. 예방주사도 없는데다가 ‘병원에 가면 일주일, 집에서 푹 쉬면 7일’ 이라며 감기는 달리 치료방법도 없다고 한다. 감기는 왜 예방주사도 없고 치료방법도 없을까?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면 그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면 되고, 병에 걸리면 그 바이러스를 죽이면 될게 아닌가? 근데 그게 불가능하다. 이걸 알기 위해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차이부터 알아야 한다.


바이러스 박테리아
대표적인 박테리아인 대장균의 크기는1.5um(마이크로미터, 1백만분의 1m)정도이다. 바이러스는 이보다 훨씬 더 작다. 보통 20~30nm(나노미터, 10억분의 1m)로 박테리아의 1/50에서 1/100이다. 그렇다면 아주 작은게 바이러스, 좀 큰게 세균(박테리아), 더 큰게 그냥 균? 아니다.

(박테리아)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차이는 크기의 차이가 아니다. 박테리아는 대부분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져 독립생활이 가능한 ‘생물’인 반면 바이러스는 독립생활이 가능한 생물이 아니다. 핵산(DNA 혹은 RNA)과 단백질로만 이루어져 있다. 세포 기관들이 없으니 혼자 생존할 수 없어 반드시 숙주를 필요로 한다.

(바이러스)

백신도 치료제도 불가능하다
백신의 기본 원리는 병원균을 죽이거나 약화시켜서 사람에게 넣는 것이다. 약화된 병균으로 미리 몸 속에서 면역성을 갖춰놓으면 나중에 진짜 병균이 오더라도 이를 퇴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립된 생명체인 박테리아는 배양이 가능하므로 백신의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숙주인 생체에서 벗어나 ‘외부’로 나오게 되면 1~2시간 만에 파괴된다. 배양이 불가능할뿐더러 바이러스는 다양성이 워낙 크고 돌연변이등 변화가 무쌍하기 때문에 설사 배양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백신의 개발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좋다. 백신의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치자. 그렇다면 치료약, 즉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을 개발하면 될 것 아닌가.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처럼 바이러스를 죽이는 항바이러스약을 개발하면 될 거 아닌가?

하지만 이것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왜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 먼저 항생제가 뭔지부터 알아보자. 젊은 시절의 어느 아침, 부리나케 약국에 가서 머쓱하게 사서 먹던 그 항생제들 ㅋㅋ 우리가 가진 일반 상식으로는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기 위해 인간이 만든 물질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니다. 항생제란 것은 '한 세균이 다른 세균의 성장을 저해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물질'이다. 즉, 세균이 다른 세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직접 만든 독성물질이란 얘기다. 책에서 읽은 페니실린의 발견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푸른곰팡이 주변에..

그렇다. 박테리아를 죽인다는 항생제는 ‘우연히’ 발견한 세균들 자체의 천연독성물질일 뿐이다. 인간이 그런 약을 개발한 게 아니다. 뭐든지 다 만들어내는 인간이 그깟 세균 죽이는 약 따위를 못 만들어 낸다.


상대하기 불가능한 적
집에 살쾡이가 자꾸 들어온다. 그걸 잡으려고 독약을 여기저기 놓았다. 그랬더니 살쾡이뿐만 아니라 기르던 강아지도 죽고 고양이도 죽는다. 살쾡이만 죽는 독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걸 개발해야 할까? 살쾡이 신경계에만 특이하게 작용하는 독성물질의 개발.. 논리적으로는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적으로 불가능하다. 노력에 비해 효용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살쾡이보다 만배쯤 몸집이 작은 벼멸구가 논에 들끓는다. 그래서 그걸 죽이려고 농약을 친다. 당연히 벼멸구만 죽는게 아니라 나중에 잡아서 구워먹으려던 메뚜기까지 다 죽는다. 그래서 벼멸구만 죽이는 약을 개발하고 싶지만 이거 역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설사 개발했다 치더라도 메뚜기에게 해가 전혀 없는 살충제란 있을 수 없다. 집에서 뿌리던 에프킬라가 어디 파리만 잡던가?

벼멸구보다 백만배쯤 작은 박테리아. 이걸 죽이고 싶다. 그런데 박테리아도 단세포생물이고 우리몸의 면역물질들도 단세포 생물이다. 살쾡이와 개, 벼멸구와 메뚜기를 구분해서 죽이는 약을 개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특정 박테리아와 면역세포를 구분해서 죽이는 독약을 인간이 개발한다는 게 가능할까?

그 박테리아보다도 100분의 1이나 작은 바이러스. 독립생명체도 아니면서 돌연변이가 쉴새없이 일어난다는 이상한 존재. 설사 동물을 선별해 죽이는 약, 벌레를 선별해 죽이는 약, 박테리아를 선별해 죽이는 약이 현실적으론 불가능해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선별적으로 죽이는 약은 정말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할 것 같다. 박테리아는 세포벽을 녹여서 죽인다고 하는데 바이러스는 그런 세포벽 자체가 없으니 바이러스의 핵을 녹여야 한다. DNA RNA만 파괴해야 한다. 생화학을 모르지만 이건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면 항바이러스약을 구하기 위해선 항생제처럼 자연속에서 천연물질을 찾는 방법밖에는 없겠다. 그러나 깜깜 무소식이다. 전혀 모른다. 바이러스들에게 그런 보호기전이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모른다.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은 요원하기만 하다. 초대형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그렇게 오랜 세월 노력하는데도 아직까지 못한 걸 보면 이건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어? 아닌데.. ‘항바이러스 약’ 이라는 게 있던데 그럼 도대체 그건 뭐야?

 

→ 감기 1 – 바이러스 박테리아
→ 감기 2 – 어떻게 극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