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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감기 2 - 어떻게 극복할까

항바이러스의 한계
항바이러스 약제는 혈액내의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약이라고 한다. 세가지가 있는데 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 억제제, 비뉴클레오사이드 역전사효소 억제제, 단백분해효소 억제제라고 한다.??? 복잡한 말이라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어떤 내몸 효소들을 억제함으로서 바이러스의 증식을 줄인다는 것 같다. 결국 바이러스에 직접 어떻게 하는게 아니라 내 몸의 환경을 걔네들이 살기 불편하게끔 조절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혹시 있을런지는 몰라도 그만큼 내 몸에 부작용도 크겠다.

하지만 이 소극적, 제한적 효능의 항바이러스약이란 것도 간염, HIV처럼 인간에게 치명적이면서 정체가 어느 정도 알려진 경우에만 가능할 것 같다. 왜냐하면 수십년을 연구실에서 파고 들어도 아직까지 속 시원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걸로 봐서 예사 일이 아닌듯 싶기 때문이다. 에이즈도 이런 실정인데 하물며 감기 바이러스처럼 치명적이지도 않은것이 200여가지가 쉴새없이 변종하는 경우엔 속수무책이겠다. 따라서 감기 바이러스의 억제제나 치료약은 당연히 ‘없다’.

한번 도전해 보기 바란다. 엄청난 연구인력을 동원해서 200여가지 바이러스 하나하나의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틀림없이 대한민국을 통째로 사도 남을 부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살쾡이 잡는다고 살쾡이 전용 독약을 개발하는 것 보다는, 개나 고양이를 잠시 묶어두면 되기 때문에 아무도 여기에 도전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 바이러스가 스스로 증식을 중단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행히도 일반 바이러스는 적당한 선에서 증식을 멈춘다. 첫 침범후엔 최소한의 영역확보를 위해서 잠시 독성도 내뿜고 증식도 하지만 어느정도가 되면 숙주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다. 숙주를 죽여버리면 자신도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무한대로 증식하지 않는다. 감기 바이러스, 간염 바이러스들이 이런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들은 원래 이렇게 숙주와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안다. 그러나 요즈음은 바이러스성 질병에 인간이 곧잘 생명을 잃기도 한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죽인다? 자기가 죽을 걸 알면서도 숙주를 죽인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렇게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숙주가 이동된’ 변종 바이러스들이다. 숙주를 옮긴 대표선수가 HIV(에이즈)와 Avian Influenza(조류독감)이다. 오랜 기간 숙주와 평화롭게 공존하던 바이러스가 어떤 과정으로 새로운 숙주로 옮겨오게 되면..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 영토확보를 위해 강력한 독성을 내뿜으며 폭발적으로 증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 숙주가 생명을 잃는다. 원숭이로부터 옮겨온 에이즈나 새로부터 옮겨온 조류독감이 무서운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는 사람을 두번이나 봤다. 어느날 갑자기 쓰러져선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었다. 단지 바이러스 감염이라고 짐작할 뿐, 정체도 모르고 사망 원인도 모른다. 숙주를 옮긴 바이러스는 이렇게 무섭다. 과연 앞으로 이런 바이러스가 얼마나 더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숙주이동의 경로는 미상이지만 확실 한 건, 자연을 거스른 데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이다. 위대한 지구의 자정작용, 인간의 개체수를 줄이는..


감기는 그리 무섭지 않다
다행히 감기는 이렇게 무섭지 않다. 예로부터 인간을 숙주로 삼아 살아온 오랜 인간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감기 합병증으로는 목숨을 잃을 수는 있겠지만 감기 자체로 죽지는 않는다. 오죽 독했으면 독감(독한 감기)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독감. ‘독한 감기’이니 합병증으로 죽는 사람도 감기로 인한 것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겨울이면 예방주사를 맞느라 난리다. 일반 감기바이러스가 고양이 정도라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자나 호랑이쯤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독감 역시 그 자체로 목숨을 잃지는 않는다. 독감 역시 인간의 오래된 친구이다. (여기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감기도 예방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면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기 바란다)

피곤해서 잠시 한숨 자는 사이, 누군가가 앞마당에 들어와 시끄럽게 파티를 벌이며 놀고 있다. 무척 성가시고 시끄럽다. 그런데 가만 보니 지나던 동네 양아치들이 아니라 우리집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손님들을 초대해선 놀고 있다. 저거떨이 집주인인 나를 물로 봤다. 어떡하면 될까?

경찰을 불러 저것들을 전부 죽여버릴까? 그러지 않는다. 이 나라 경찰은 무식해서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그곳에 폭탄을 투하한다. 당연히 나도 죽는다. 내가 직접 그들에게 가서 파티가 너무 길어지지 않게 빨리 끝내달라고 압박을 가하는 수 밖엔 없다. 다행히 집주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집주인이 밖으로 나가 압박을 가하면 그들은 서둘러 파티를 끝내준다.

감기도 이와 똑같다. 외부로부터의 치료방법이 없으니 그저 단계를 보아가며 대처하기만 하면 된다. 감기는 거의 모두 시작이 코감기이다. 그 다음이 목, 그리곤 기침을 하며 몸살을 앓다가 가래를 뱉어내며 낫게 된다. 이게 사람에 따라 누구는 일주일 누구는 보름이 걸린다.

우리가 ‘감기(독감 포함)에 걸렸다’라고 하면 우리는 대개 감기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침입해 들어왔다는 것만 생각한다. 그래서 ‘아 씨바 어떤 새끼한테 옮았지? 어디가서 옮았지?’ 하며 범인을 찾는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물론 대량의 바이러스가 내 몸속에 침투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는 내 몸 힘의 균형이 깨졌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즉 평소와 달리 내가 약해진 틈을 타 잠시 감기가 대가리를 쳐든 것뿐이다.

연애시절을 생각해 보자. 사랑하는 사람이 감기에 걸렸다. 감기 옮기 싫다고 안 만나거나 설사 만나도 뚝 떨어져 있었는가? 아니다. 똑같이 만나고 똑같이 이야기를 하고 똑같이 입을 맞췄어도 끄떡 없었다. 오히려 키스시에 분비되는 ‘영험한 물질’이 감기를 이겨내게 한다고 믿었었고 실제로 그랬었다. 이렇듯 나만 건강하다면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감기약의 정체
숙주인 우리 몸과 일정한 선을 긋고 평화적인 공생상태를 유지하며 전혀 해를 끼치지 않다가 그 힘의 균형이 깨지는 때에 바이러스가 일시적으로 창궐하는 게 감기다. 이거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걸까? ‘감기약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거 맞는 말일까? 지금까지 내용을 보면 ‘감기엔 치료약이 없다’ 인데 그렇다면 시중의 그 많은 감기약들은 도대체 뭘까?

(이 아가씨를 부르지 않아도 되나?)

우리가 처방 받아 약국에서 사 먹는 감기약이란 항생제나 해열제 진통소염제 기타 대증(기침 가래 콧물..)치료약들이다. 그래 맞잖아. 증상이 가벼워지면 그게 치료 아닌가?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꼭 알아둬야 할 매우 중요한 게 있다. 감기에 걸리면 사람을 괴롭히는 여러 증상들. 콧물, 기침, 가래, 오한발열, 두통, 몸살, 소화장애.. 참 힘들고 괴롭다. 사람들이 약을 찾는 이유가 바로 이것들이 힘들어서이다. 그러나 이 괴로운 증상들은 모두 다 ‘아주 긍정적인’ 치료의 과정이다. 낫기 위한 ‘필수 과정’이란 뜻이다. 따라서 만약 약을 먹어 그 증상들을 가라앉히면 그만큼 치료기간은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오한발열. 열은 펄펄 끓는데 점점 더 추운 이상한 경우다. 아무리 이불을 덮어써도 계속 추운데 몸에는 열이 펄펄 끓는다. 이런 괴상스런 현상은 체온을 높여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고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전투환경 조절이다. 아군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전투환경을 조성하는 중인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해열제를 먹어 열을 끌어내리면? 더위 때문에 늘어져 헐떡대던 바이러스가 힘을 되 찾는다. 전투는 다시 어려워지며 퇴치는 그만큼 늦어진다. 열이 너무 올라 뇌의 손상이 염려되는 정도가 아니라면 해열제는 먹지 않아야 치료에 빠르다.

다 마찬가지이다. 두통이 있거나 몸살이 나는 것은 모든 활동을 멈추라는 신호이며, 콧물이나 기침은 침입자를 막기 위한 몸부림이며, 가래는 치열했던 전투 전사자들의 시신 배출이다. 모두 다 빨리 낫고자 하는 우리 몸의 처절한 전투과정이다. 어느 하나라도 인위적으로 진행이 멈춰지면 그만큼 전투는 길어진다. (물론 먹고 살기 위해선 아프더라도 일을 해야 하니 그땐 감기약을 먹을 수 밖에는 없겠다. 사실은 나도 감기약을 먹는다.)


내 몸안의 의사를 믿어라
현실적으로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원론적인 얘길 해 본다. 감기의 치료는 오직 내 몸안의 의사들만이 한다. 그래서 감기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법은 그 의사들을 도와주는 방법뿐이다.

가장 중요한 게 ‘충분한 휴식’이다. 내 몸안 의사들로 하여금 다른 데 신경쓰지 말고 감기 치료에만 전념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데 신경 쓸 일을 다 접어버리는 것이다. 피곤하면 쉬고, 졸리면 자고, 추우면 이불을 덥고, 목마르면 물마시고, 입맛 없으면 굶고.. 몸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필요해서 몸이 요구하는 것이니 무엇이든 들어주면 된다. 안다. 이렇게 충분히 휴식취하는 거 현실적으로 가능한 사람 별로 없다.

두번째는 충분한 수분의 섭취다. 우리 몸 대사의 대부분엔 수분이 필수이다. 더욱이 염증이 진행중인때에는 수분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다행히 억지로 먹으려 하지 않아도 감기에 걸리면 목이 자주 마른다. 그때마다 벌컥벌컥 들이켜주면 된다. 뭔가 타먹고 싶으면 따뜻한 생강차를 권한다.


(상당수 의사들이 영양이 중요하니 감기때엔 먹기 싫어도 밥을 억지로 먹어야 한다고 말 하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 식욕이 떨어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감기는 비상시국이다. 비상시국엔 덜 중요한 작용들을 멈추어야 한다. 소화작용도 마찬가지이다. 비상시에 위의 작용이 정지되는 건 당연하다. 이런 마당에 억지로 밥을 밀어넣으면? 감기치료에 집중되어야 할 에너지가 밥을 소화시키느라 분산된다. 저장해둔 에너지원이 없어지면 자연스레 배가 고파진다. 그때 먹으면 된다.)

세번째, 비타민을 섭취한다. 예전 비타민 얘기하다가 하도 시끄러워 중간에 그만 두었었지만.. 감기 같은 이런 비상시국에 한해 비타민을 강력 권한다. 감기때 먹어줘야 하는 약이 있다면 비타민이 유일하다. 그럼 그 유명한 쌍금탕 쌍화탕은? 돈 많으면 지어다 먹어도 되겠지만 그거 비싸다. 그냥 비타민이면 된다.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도 있다. 열을 낮춘다고 얼음찜질을 하거나, 땀 빼야 낫는다고 운동을 심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거 목숨을 재촉하는 행위이다. 젊어서는 까짓거 이래도 문제가 없었겠지만 인제는 아니다. 괜히 합병증에 고생한다. 감기로 시작했다가 합병증으로 죽는 수도 있다.

판에 박힌 이야기이지만.. 치료가 어려우니 치료보다는 예방이 필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도 예전 같지 않고 생활환경도 점점 척박(밀폐된 사무실 에어컨 바람)해지고, 운동할 시간은 갈수록 줄어드니 그에 맞게 조심을 더 해야 한다. 가능하면 맑은 공기 쐬면서 운동 많이 해야 한다. 또 감염경로가 주로 기침 재채기에 의한 공기 감염과 콧물이나 기타 분비물과의 접촉이라고 하니 사람 많은데 가지 말고 늘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독감 예방주사는 어떨까? 해마다 겨울이 되면 독감 예방주사로 난리인데.. 칠십대이상 노인중 특별히 건강에 자신이 없다면 모를까.. 젊은 사람에겐 오히려 독감 예방주사가 면죄부로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터이니 정상인이라면 굳이 맞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참 공허하다. 핵심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약해진 현대인
우리 어릴 때.. 영양상태는 열악하고, 손도 안 씻고, 더러운 곳에서 하루종일 뒹굴었지만 끄덕 없던 시절이 있었다. 의학적으로는 비위생적이었지만 맑은 공기와 맑은 물에 살던 시절, 감기로 이렇게 고생하지는 않았었다. 겨울이면 한 교실에 감기 걸린 넘 투성이였다.(감기는 겨울에 더 잘 걸리며 독감은 겨울근처에만 유행한다. 추우면 왜 감기에 잘 걸릴까? 체온의 유지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인체의 방어력은 아무래도 조금 소홀해 질 수가 있다. 또 겨울엔 밀폐된 공간에 사람들이 득실거린다. 이렇게 방어력이 약해진데다가 외부의 원인균마저 많아지니, 그래서 겨울에 감기환자가 많아진다.)

그러나 그때엔 요즘처럼 다른 애들에게 옮길까봐 감기환자가 결석해야 하는 ‘문명’이 없었다. ‘그까짓 감기로 결석을 해?’ 시절이다. 우린 튼튼했다. 교실에 감기 걸린 넘이 있어도 별로 옮지도 않았었고, 감기에 걸려도 열만 좀 나다가 일주일이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 멀쩡해졌었다. 감기 걸린 상태에서 눈싸움을 하고 돌아다녀도 그날 밤만 좀 앓으면 담날은 괘찮았었다. 그래서 감기를 ‘그까짓 감기 따위’로 불러도 되었었다.

그러나 요즈음 감기는 ‘감기 따위’가 아니다. 굉장히 고생을 해야 지나간다. 물론 내가 나이가 든 탓도 있지만 아이들을 보면 꼭 나이탓만은 아닌 것 같다. 감기에 한번 걸리면 중병을 치르듯 심하게 앓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왜 그럴까?

온갖 공해물질이 범람하지만 생뚱맞게도 생활은 무균실을 추구하는 현대의학의 모순이 가장 큰 원인이다. 환경은 점점 더 변종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좋게끔 변해가지만 정작 그에 대항하고 면역을 갖춰야 할 인간의 생활은 점점 더 무균실을 추구하고 있는 모순. 그래서 감기따위에게도 헐떡이며 고생해야 하는 슬픔.

좀 더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좀 더 더럽게 살아 버릇해야만 해결될 모순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몸은 도시에 젖고, 무균실에 길들여져 이렇게 허약해져 버린 것을. 사람 많은데 가지 말고 손 깨끗이 씻자.


→ 감기 1 – 바이러스 박테리아
→ 감기 2 – 어떻게 극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