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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수맥 4 - 후세가 지어낸 상술에 불과하다

대동여지도
국민학교때 ‘우리 마을’의 지도를 그릴 일이 있었다. ‘애향단’인가 하던 게 있었던 시절 그 관계로 그려오라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살던 ‘8통’의 지도. 손바닥보다 더 훤하던 동네였지만 그걸 종이에 그리는 일은 전혀 딴판이었다. 길 하나를 죽 그려나가는 건 쉬웠으나 여러 길을 서로 모두 연결해낸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근데 ‘대동여지도’의 김정호. 발로 걸어다니면서 우리나라 전체 지도를 도대체 어떻게 그렸을까? 손바닥 만한 동네지도를 그리느라 고생해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김정호가 우리나라 전체 지도를 그려 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불가능한 일이다. 지형지물이 수두룩한 도시의 작은 동네지도를 그리기도 어려운데 그 옛날에 우리나라 전체를 걸어다니면서 거의 정확하게 지도를 그렸다? 그가 어떤 측량법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과업이다. 국민학교때 난 선조들의 가공할 힘 같은 걸 어렴풋이 느꼈다.

석굴암
수학여행을 가서 석굴암 처음 봤다. 근데 유리관 안에 있었다. 하도 습기가 차서 그리 했단다. 지난 수천년의 세월동안은 습기걱정 안하면서 버텨왔었는데, 근세 인간의 손이 닿으며 석굴암은 이렇게 신음하기 시작했댄다. 들락거리는 관광객의 숫자가 워낙 많아서 그런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원래 석굴암의 배습은 자체 구조만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었다고 한다. 벽면에 새겨진 조각상들의 각도, 그들이 들고 있는 병의 구멍.. 이런 것들이 치밀하게 설계되어 자연적으로 습기를 제거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일제가 석굴암 발굴당시 그걸 일본으로 가져가려고 해체하려다가 실패했었다는데 그때 구조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으며, 이후 자연 배습기능이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때 난 선조들의 가공할 힘을 확실히 느꼈다.


선조들의 놀라운 지혜
듣기 싫던 부모님 말씀도 나이 먹으면 뼈가 저리도록 옳다는 걸 느끼는데 하물며 수천년 내려져 온 선조들의 지혜에 무슨 사족이 필요하리. 전문적인 전수가 필요한 것들중 일부는 명맥이 끊기기도 했지만 일상생활의 알토란같은 지혜들은 그대로 다 후손에게 전해졌다. 우리가 흔히 ‘상식’이라고 하는 것들이 다 이것이다. 그중에서도 건강에 관련된 것은 상당히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다.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셨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전통의학도 다 이런 지혜들의 집결체들이다.


선조들은 수맥은 모르셨었다
수맥파라는 게 있어 그렇게 건강에 안 좋다고 한다. 몰라서 그렇지 굉장히 무서운 거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이 무시무시한 수맥의 해악에 대한 언급이 동서고금을 통 털어도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파동'을 몰랐던 시절이니 당연히 '기'라는 표현으로라도 설명이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땅속의 잡귀’ 가 전부이다. 요즈음 방정을 떠는 그 무시무시한 수맥의 해악을 동서의 조상님들은 이렇게 깡그리 모르고 계셨었다.

수맥파는 유해 전자파처럼 과학문명의 결과물로 생긴 인위적인 공해가 아니다. 따라서 수맥파는 수만년동안 인간세상에 있어왔다. 땅속 지하수에서 그리 위험한 것이 나와서 인간의 건강에 위험이 된다면 조상들이 그걸 몰랐을 턱이 없다. 근데 우린 얼마전까지도 이걸 ‘전혀’ 모르고 살았다. 갑자기 어떤 놈들이 티비에 나와 수맥파 때문에 병이 생기느니, 수맥파 때문에 건물에 금이 가느니, 수맥파 때문에 식물 동물이 골골하게 죽어 가느니.. 하길래 알게 되었다.

동서의 조상님들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은 지하수의 위험, 난 이거 하나만으로 수맥파의 위험을 절대 믿지 않는다. 난 동서 조상님들의 지혜를 절대 우선하기 때문이다. 수천년동안 수많은 경험들에 의해 첨삭된 그 지혜는 불가침의 진실이다. 뭔가 대단한 증거를 기대했는데 논리가 너무 유치하고 비과학적이라고? 첨단과학과 측정장비가 우선이라면 난 할말 없다. 업자들이 알려주는 시시껄렁한 과학적인 증명에 더 믿음이 간다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수맥파를 계속 무서워하면서 그걸 피하며 사는 수 밖엔..


수상한 수맥
아무리 믿지 않으려 해도 수맥파 때문에 금이 간 건물, 수맥파 때문에 누렇게 죽어간 잔디, 수맥파 때문에 골골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냐고?

지하수로 인해 지반이 침하되어 건물이 균열되었다는 것쯤은 쉽사리 알 것이며, 수맥파 때문에 식물이 자랄 수 없다면 죽어가는 식물의 분포가 수맥의 흐름을 따라 줄을 이루어야 할 터인데 그런 현상은 결코 없고, 수맥파 때문에 잠 못자다가 동판 하나 깔고 잘 잔다는 것도 극히 일부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위약효과임은 명백한 일이다. 그런데도 수맥파가 위험하다고 믿었다면 그건 당신이 최면에 걸렸었다는 증거이다.

수맥파라는 게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위험하지 않다. 우라늄이 천연상태에서 전혀 위험하지 않듯 수맥파도 위험하지 않다. 설사 고대엔 그게 위험했었다 치더라도 인류는 그것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다. 선조님들 아무도 수맥파의 위험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인류의 생활에 아무런 해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통의학에 관심이 있어 공부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머 이런거까지 생각했을까..싶은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왜 드라마 허준에서 본적 있지 않는가. 물도 십수가지로 분류하는 거. 근데 수맥 위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기상건강학, 오운육기
한의학에 오운육기라는 게 있다. 일반인들은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할게 뻔한 내용들이다. 별의별 내용들이 다 있는데 굳이 정리해서 말하자면 '기상 건강학'이라고나 할까.. 우리 선조들은 이렇게 기상마저도 체계적으로 예측하며 건강관리에 신경을 썼었다. 동양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오운육기.. 근데 이 희한하고 골때린 오윤육기학에도 수맥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사람의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주기 않기 때문이다.


수맥은 상술
좋다. 다 양보해서.. 수맥파는 위험한 것이고 그 위험한 수맥파를 동판 한장이 막아낸다는 게 사실이라고 쳐도 문제는 있다. 동판은 수맥파만 막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지기와 파동들을 모두 막는다. 이는 자외선이 몸에 해롭다고 햇빛을 피해 토굴에서 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외선은 원래 몸에 해롭지 않다) 당연히 궁극적으로 더 해롭다.

너무 길어지니 정리하자. 윗집 아저씨 동판 깔고 나서 진짜로 잠 잘 주무시는데.. 정히 의심스러우시다면 그 아파트 일층부터 꼭대기층 같은 라인에 사시는 분들을 다 만나보시기 바란다. 수맥파는 63빌딩 꼭대기까지도 똑 같은 힘으로 올라간다니 일층 사는 분이나 25층 사는 분이나 마찬가지여야 한다. 만약 대부분 분들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신다면 내게 다시 알려주시기 바란다. 나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모든 것은 다 수맥파 차단 상품을 파는 업자들의 최면술이다. 최면에 걸리면 없던 증상들도 나타난다. 이제 머리속에서 수맥이니 수맥파니 하는 말들을 빨리 털어내시기 바란다.


→ 수맥 1 – 수맥은 유럽의 이론
→ 수맥 2 – 있다고 치자
→ 수맥 3 – 수맥은 없다
→ 수맥 4 – 상술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