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텍사스로 가는 아버지의 만년필 만년필의 그 묘한 필기감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부드럽기 보다는 약간 사각거리는.. 원래의 자기 글씨체보다 조금 더 멋지게 글씨를 뽑아주는 만년필의 그 필기감. 아버지의 멋진 필체도 생각났다. 그래서 아버지의 만년필을 그대로 보관만 하기 보다는 그것으로 내가 아버지 필체를 흉내내며 글씨를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년필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 잉크에 아교질이 섞여 있어서 오랫동안 두면 엉겨 붙는다는 걸 몰랐다. 그래서 오래 사용하지 않았던 만년필은 물에 충분히 불려서 엉겨 붙은 잉크찌꺼기들을 녹인 후 굉장히 조심스럽게 만져야 한다는 걸 전혀 몰랐다. 그래 이딴거 몰랐을 수 있다. 이거 아는 사람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무려 31년간 사용하지 않았던 만년필이었다. 최소한의 생각이라는 걸 할 .. 더보기
아버지의 만년필 중학교 1학년 영어시간엔 ‘펜맨쉽’이라는 게 있었다. 공책에 영어 알파벳이 그려져 있고, 옆에다 그 모양을 흉내내 ‘펜’으로 글씨를 쓰는 것. 반드시 잉크를 찍어서 쓰는 '전통의 펜'으로 써야만 했었다. 펜으로 글씨 연습을 해야 글씨체가 예뻐지기 때문이란다. 국민학교 내내동안엔 '연필'로 글씨를 써야 글씨체가 좋아진다고 하더니만.. 영어는 다른가보다 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재밌는 걸 발견했다. 희한하게 가족끼리 글씨체가 닮아있더라는 것. 나이가 들면서 내 필체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필체 중간쯤 되는 걸 보곤 깜짝 놀라고, 악필인 누구누구의 가족들의 필체를 봤더니 희한하게도 그들의 필체가 똑 같은 모양의 똑같은 악필인 걸 확인하곤 박장대소.. 과학적 근거는 없겠지만 ‘필체도 유전이다’ 라고 확신한다.. 더보기
3인조 사기밴드의 대니보이 작년에 ‘밤과꿈’을 너무 어설프게 했었습니다. → 2011 밤과꿈 올해엔 좀 제대로 해보자.. 그래서 미리미리 악보를 준비해서 연습을 많이 하기로 했습니다. HD 캠코더도 새로 장만했습니다. 곡은 타바하라스 형제의 ‘마리아 엘레나’로 정했습니다. 꽤 어려운 곡이지만 송규호와 제가 공히 좋아하고, 송규호가 30년전에 꽤 능숙하게 연주하던 곡이기 때문에 골랐습니다. 하지만 역시 30여년의 세월이 문제입니다. ‘그래도 연습하면 가능하지 않겠냐?’ ‘힘들 것 같다.. 내가 반주 하께. 멜로디를 니가 해라’ 그래서 제가 멜로디를 하고 송규호가 반주파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악보를 보낸 지 한달 쯤 후 드디어 그가 LA에 도착했습니다. 집에 도착해 샤워를 마치자마자 송규호가 연습해야 한다면서 곧바로 자리를 잡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