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썸네일형 리스트형 끝 시작 걷기 여행중이던 친구와 순천역에서 합류했습니다. 얼마 전엔 제가 통영에서 누군가를 마중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누군가가 순천역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차 초행길인 주제에 마중하고 마중받는 상황에 잔재미가 있습니다. 깜깜한 새벽첫차를 탄 덕에 순천역에 도착하니 아침입니다. 60리터 배낭을 짊어진 그를 보며 잠시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27년간 매일 왕래하던 곳을 어느 날부터 나가지 않게 된 느낌이 어떤 것일까.. 복잡하게 얽혀있을 그의 심경을 감히 상상하기 힘듭니다만 여기서만큼은 그것이 자유인의 해방감이길 바랍니다. ‘사장을 3년씩이나 해먹었으면 할만큼 한거짐마’ 기분좋게 햄버거로 아침을 먹었습니다.미세먼지 없는 날을 잡기를 잘했습니다. 매서운 칼 바람이었지만 남도의 바닷가엔 맑은 공기가 그득했습니.. 더보기 제사에서 벗어나기 온 도로를 꽉 메운 ‘민족의 대이동’을 봅니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일입니다만 약간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가족이 모이는 행사’라면 협의해서 장소나 날짜를 조정할 수 있을텐데, 왜 기를 쓰고 '같은 날'에 '같은 장소'에 가는 걸까요? 아마 상당부분 ‘제사’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1970년대에 ‘마주앙’이라는 포도주가 나왔을 무렵이었습니다. 설날 제사를 시작하려던 시간, 장손인 큰댁형이 마주앙을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곤 어른들께 여쭈었습니다. ‘요즈음 제일 좋은 포도주인데요, 오늘 이걸 올리면 어떻겠습니까?’ 순간 어른들이 잠시 당혹해 하셨지만 제 아버지가 재빨리 거드셨습니다. ‘괜찮은 아이디어 같은데.. 할아버지들도 좋은 포도주 드셔보시고..’ 그러자 제일 큰 어.. 더보기 Do It, Die Quick! 미국의 한 시골길에서 본 Work Hard, Retire Young! 문구가 마음 깊숙히 들어왔었습니다. 그래서 십수년 동안 미친듯 그렇게 살다가 결국 그렇게 했습니다. 자 이제는 세번째 네번째 문구를 정해야 할 차례입니다. 이 중 네번째 문구를 먼저 정하게 되었습니다. ‘객사(客死)하자’ 나쁜 팔자의 상징처럼 '객지에서 초라하게 죽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죽음을 모르던 상태에서 갑자기 죽자'라는 의도입니다. ‘죽음을 기다리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던 사람의 토로에서 비롯된 아이디어. 사실 뜻만 좇자면 '횡사(橫死)'가 더 정확한 말입니다만 이건 더 기분 나쁜 표현이라 제외했습니다. 즉 여기서 말하는 객사는.. 해외휴양지에서 최고의 순간을 보내다 갑자기 죽는 것일 수도 있고, 편안하게 집에서 놀다가 갑자.. 더보기 이전 1 2 3 4 5 ··· 2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