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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트레일 기막히고 숨막히던 쪽잠이 꽤 깊이 들었었나 봅니다. 음악소리에 눈을 떠보니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몇초가 지나서야 그곳이 남미 페루의 어느곳, 마추픽추 기차역임을 깨달았습니다. 4일동안의 잉카트레일을 끝내고 내려와 열차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그렇지. 우리가 그걸 해냈지..’ 하지만 그건 ‘성취감’이 아니었습니다. 정체모를 ‘허전함’이었습니다. 성취의 기쁨에 취해있어야 할 시간에 생뚱맞게 허전함이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금메달을 딴 뒤의 허무감이 가족을 잃은 상실감에 비유된다'고 하던게 떠올랐습니다. 지금 제 상황을 감히 금메달리스트의 허무감과 비교해서는 안되겠지만, 사실 제 심정은 그와 비슷했습니다. 오래된 목표를 이룬 뒤 '아주 잠깐'의 성취감뒤에 깊은 허무감이 제게도 왔던 겁니다. 그.. 더보기
걷고 걷고 일주일 뒤 이른 아침, 저는 이런 생소한 앵글의 마추픽추를 보게됩니다. '마추픽추를 보러 올라'가는게 아니라, 산에서 '내려오다가 마추픽추를 만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추픽추에 가기 위해 걸었던'건지, 아니면 '걷다보니 마추픽추를 만나'게 된건지 이걸 잘 모를 수 있겠습니다. 이곳에 섰을때 과연 제 마음이 어떤 쪽일지 궁금합니다.산 위로 돌멩이 길 지나걷고 걷고 또 걷는다 더보기
2014 인디언 써머 11월인데 한낮 기온이 90도에 육박합니다. 나무들이 물기를 내린 가을에 갑자기 나타난 여름, Indian Summer입니다. 인생에도 있습니다. 걸음을 쉬이며 늙음을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찾아온 뜨거운 청춘, 인디언 써머입니다. 가을에 불쑥 찾아온 여름 느닷없어 재밌고, 다시 보니 더 아름답습니다. 그리 길지 않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을은 다시 옵니다. 이 깜짝 여름을 재밌고 아름답게 느끼는 것도 몇년 남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 갑작스런 여름에 푹 빠져들만 합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