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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잉카트레일 기막히고 숨막히던



쪽잠이 꽤 깊이 들었었나 봅니다. 음악소리에 눈을 떠보니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몇초가 지나서야 그곳이 남미 페루의 어느곳, 마추픽추 기차역임을 깨달았습니다

4일동안의 잉카트레일을 끝내고 내려와 열차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그렇지. 우리가 그걸 해냈지..’ 하지만 그건 성취감이 아니었습니다. 정체모를 허전함이었습니다. 성취의 기쁨에 취해있어야 할 시간에 생뚱맞게 허전함이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금메달을 딴 뒤의 허무감이 가족을 잃은 상실감에 비유된다'고 하던게 떠올랐습니다. 지금 제 상황을 감히 금메달리스트의 허무감과 비교해서는 안되겠지만, 사실 제 심정은 그와 비슷했습니다. 오래된 목표를 이룬 뒤 '아주 잠깐'의 성취감뒤에 깊은 허무감이 제게도 왔던 겁니다. 그 허무감에서 빨리 벗어나야만 했습니다. 다음 목표를 정하면 됩니다.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다음은 어디?.. 히말라야? 싼티아고?’ 


같이 피시식 웃고서도 기분이 좀체로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몇시간 전의 일을 떠올렸습니다. 잉카트레일을 모두 마치고 마추픽추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젊은이들의 환호성이 들렸었습니다. ‘Wow! You Are Here!’ 우리와 트레킹을 같이 했었던 한무리의 젊은이들이 저를 발견하고 내지른 소리였습니다. 그 광경을 떠올리자 비로소 웃음이 납니다. 그들이 저를 보고 왜 환호했는지는 차차 말씀 드리겠습니다.

잉카트레일.. 적당한 형용사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기가 막히고, 숨이 막히던' 시간. 

죽을때까지 잊지못할 감격의 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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