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얘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근덕을 지켜야 하는데 정겨울만큼 지저분하던 삼척 재래시장도 없고 출발 시간 마냥 기다리던 시골 버스도 없고 오금저리게 하던 비포장 절벽 길도 없고 낡은 미닫이와 투박한 주인의 맹방상회도 없고 왁자지껄 휘파람 콧노래의 기나 긴 솔숲 길도 없고 누가 잠들어 있는지 이름없는 무덤 숲도 없고 쳐다보면 울컥하던 우리 13호와 휴양촌도 없고 그때의 사람들도 모두 뿔뿔이 흩어져 없고 결국 근덕이라는 이름마저도 빼앗겼지만 그래도 마지막 그 곳을 찾았을 때 다행히 해변과 섬이라도 그대로 남아있는 게 얼마나 고마웠는데 그걸 그렇게 지켜준 우리마을터 앞 ‘군사지역’ 팻말이 얼마나 고마웠는데 근데 옆 바닷가가 그새 그렇게 유명한 곳이 되었다고 거 참 디게 속상하구먼 우리 마을터는 절대 변하면 안되는 덴데 예전 오랜만에 찾아갔다 내눈을 베어버린 사.. 더보기 전두환시대의 코메디, '선진조국창조' 책자사건 내무반 정신교육. 중대장이 하기도 하고 소대장들이 돌아가면서 하기도 했었는데 누가 하든 지루했다. 대부분 '정의사회 구현'을 말하는 정권홍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교육하는 장교도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병사들이 코를 골거나, 자다가 옆으로 쓰러지지 않는 한 웬만한 졸기는 봐줬다. 꼭 중간에 음담패설로 변했다가 끝날 무렵 다시 교육목표 결론만 읽어주던 정신교육. 하루는 교육중인 소대장 하나에게 말년 하나가 물어봤다. ‘이런 거 말고 좀 재미난 거 하면 안됨껴? ㅋㅋ’ ‘재미없는 거 나도 안다 씹때꺄. 누군 하고 싶어서 하냐? 윗놈한테 잘 뵈려고 악쓰는 돌대가리 새끼가 하라니까 하는거지’ 돌대가리가 꼭 중대장을 칭하는듯 해서 잠시 내무반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오해하지마라. 우리 중대장님을 말한게 아니.. 더보기 DMZ 화공작전, 그 무서운 아름다움 내겐 불에 대한 기억이 많은데.. 그중의 하나. 비무장 지대에선 늦은 가을에 ‘화공작전’이란 걸 한다. 비무장지대 그 넓은 지역의 마른 갈대숲과 목초들을 깡그리 태워버리는 일인데, 아마 시야확보를 위해 그리 하는 것 같았다. 그 화공작전 첫 날, 바람의 방향을 보고 한쪽 갈대숲에 불을 붙이고 우린 그 바람의 반대방향으로 이동했다. 불만 붙이려 들어갔던 게 아니라 다른 작업을 하러 들어간 김에 불을 붙이는 스케쥴이었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서 늘 하듯 '박살띠'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놈이 소릴 질렀다. '불길이 이쪽으로 옵니다아아' 그랬었다. 거센 불길이 우리들 쪽으로 오고 있었다. 바람의 방향이 반대로 바뀐모양이다. 아무리 바람이 바뀌었기로소니 반대방향으로 번져가던 불길이 도대체 중간의 빈 공간을 .. 더보기 이전 1 ··· 5 6 7 8 9 10 11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