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날얘기

불놀이 5 불이 붙는다. 지푸라기가 그러하듯이 순식간에 일어났다가 순식간에 사그러들겠지. 그러나 아니었다. 불은 위로 향한다. 바로 꺼질거라고 생각했던 불은 삽시간에 벽을 타고 위로 치솟는다. 깜짝 놀란 공일병은 스프링처럼 튀어 일어나 맨손으로 불을 끈다. 그러나 그 불은 이미 한 사람의 손으로 제어할 수 있는 그런 불이 아니었다. 불길이 점점 커지며 위로 위로 향하기만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불은 이미 천정까지 솟아 올라가고 있다. 불 끄기를 포기한 공일병이 ‘불이야’ 소릴 지른다. 자다말고 느닷없이 불이라는 고함에 일어난 병사들이 눈앞을 뒤덮은 불길을 보자 아연실색한다. 불길이 벌써 한쪽 벽을 뒤덮고 천정의 3분의 1을 뒤덮었다. 이제는 불을 끄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 살아 남느냐의.. 더보기
불놀이 4 ‘그만 해골들 굴리자고’ 왕고참의 말에 차례대로 따뜻한 가운데부터 고참순으로 자리를 잡는다. 고참들 중 쫄다구가 양끝에 자리를 잡는다. 공일병의 자리는 없다. 초번초 불침번이기 때문이다. ‘어이 수고해라. 무전 오면 잘 받고, 순찰 오는 거.. 그거만 잘 봐라. 그리고 시간되면 다음 사람 깨우고’ 그러나 공일병은 자기가 말뚝임을 잘 안다. 깨운다고 일어날 자들이 아니다. 시간은 기껏해야 열두시.. 네시반까지 혼자서 버텨야 한다. 머하고 노나.. 혼자서 심심하게 버티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추위와의 싸움이다. 비록 분침호 안이지만 실내온도는 물론 영하다. 바깥이 영하 삼십도가 넘고 그 밖과 안은 가마니때기 한장의 두께인데 분침호 내부가 따뜻할 리가 없다. 도로쪽 순찰이 오나 안오나 보려고 뚫어놓은 구멍에서.. 더보기
불놀이 3 눈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덧 매복지점에 도착했다. 남대천 방둑 뒤에 있는 진지들. 그것들이 시야에 들어오자 국방부 현실세계로 뚝 떨어졌다. 신비롭게 흩날리며 공일병을 추억속에 헤매게 하던 하얀 눈이 갑자기 냉기와 축축한 기운만 주는 그냥 눈으로 바뀐다. ‘아 씨바 왜 눈까지 오고 지랄이야..’ 무전기를 멘 공일병은 분대장과 한조가 되고 나머지는 2인 1조로 각 참호에 흩어져야 한다. ‘일단 각자위치에는 갔다가 다시 모이자구’ ‘김하사, 눈도 오고 날씨도 꿉꿉한데 오늘은 그냥 위치로 가지’ ‘순찰 올지도 모르는데 일단 열두시까지는 기다리자’ 아무래도 분대장은 책임자가 되니 아무래도 신경이 좀 더 쓰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말년병장 여섯에 말년하사 하나..결론은 쉽게 난다. ‘좋아 오늘은 직접 가자’ 아마 다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