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18. 04:03

고집이 인생을 힘들게 한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중년의 이혼남. 아버지의 친구라는 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LA에 집을 하나 사려고 하는데 네 명의를 좀 빌려다오’ 융자를 얻는다고 하니 친구의 아들에게 할 부탁이 아닙니다. 게다가 당시는 부동산 과열 막바지로 폭락징후가 보이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비상식적'인 부탁에 이 남자가 덜컥 그러겠습니다했습니다. 제가 말렸습니다. ‘너 미쳤냐하지만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분이라며 그 남자는 고집을 부렸습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했습니다. 융자은행으로부터 그 남자의 근무사실 확인전화가 올때 고용주인 제가 그런 사람 여기서 일 안한다라고 하면 됩니다.

 

기막힌 일이 일어납니다. 저와 제 아내 둘 다 같은 시간에 사무실을 비워야 할 일이 생긴겁니다. 사무실 운영 십년에 이런 상황은 그때 딱 한번이었습니다. 전화 포워딩을 하고 나갈까 하다가 이른 아침 한시간 정도라 그냥 뒀습니다. 그때 운명의 장난이 벌어집니다. 하필이면 그 이른 시간에 은행으로부터 전화가 온겁니다. 그 남자가 그 전화를 받아서 자기가 고용사실을 확인해 주고 융자를 진행했고 기어코 집을 구입했습니다. 한참 지난 후에야 제가 그걸 알았습니다. 부동산가격이 폭락해 집가격이 융자금보다도 더 떨어지자 아버지의 친구란 사람이 모기지 납부를 안하고 집을 버렸답니다. 친구의 아들에게 명의를 빌려달라는 비상식적인 부탁을 할때부터 알아봤던 사람입니다. 아무튼 그나마 크레딧은 유지하고 있던 이 남자가 순식간에 수렁에 빠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섬짓했었습니다. 정말 '팔자 도망'은 못가나..

 

그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많았었기 때문에 그를 호되게 나무랐습니다. 말을 안듣고 고집을 부리다 크레딧이 망가졌으니 이제 정신을 차릴법도 한데 이 남자의 고집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아무리 얘길해도 대답만 예-할뿐 늘 자기 고집대로 판단하고 결정합니다. 점점 더 수렁으로 빠집니다. 더 이상 잔소리는 무의미할것 같아 마지막으로 그 남자에게 충고했습니다판단이 서면, 결정은 그 반대로 해라. 그래야 니 팔자가 펴질거다

 

다시 수년후, 오십이 되어도 여전합니다. 터전이 바뀌면 정신을 좀 차릴까싶어 먼 지역으로 보냈습니다. 마침 그 남자를 거둬주겠다는 형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저께 형님전화가 왔습니다. ‘힘들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그동안 데리고 있었느냐고 그런 제가 존경스럽답니다. 그래서 어제 그와 통화를 했습니다. 떨어져있던 얼마간에 오히려 고집이 더 심해져있었습니다. ‘네 고집이 니 인생 망친다’ 과거 그의 고집이 상황을 망쳤었던 사건들을 몇가지 복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습니다할만큼 했습니다. 저도 곧 어디론가 떠납니다. 이제 그의 손을 놓습니다. '이제 뉴욕으로 돌아가라'

인생은 運七技三입니다. 타고난 팔자가 70%이고, 노력은 30%입니다. 무식하고 비관적인 얘기같지만 현실이 그러합니다. 팔자가 좋은 사람은 뭘해도 돈이 굴러 들어오고, 팔자가 나쁜 사람은 아무리 혼이 담긴 노력을 해도 궁상떨며 사는게 현실입니다.

 

타고난 운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지능, 생김새, 성격.. 하지만 가장 큰 비중은 ‘사람’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인생을 결정지어 버리는 겁니다. 지금 힘들게 사는 분들은 인생에서 '그 사람'을 못 만난 분들입니다. 하지만 아직 30%가 남아있습니다. 공부, 노력.. 뭐 이런것들이 포함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때그때의  ‘판단과 결정’입니다. 인생은 판단 - 결정 - 실행의 연속입니다. 여기서 갈립니다. 주변을 잘 보세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은 대개 ‘그른 판단으로 결정과 실행’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이 평생 계속되는데도 그걸 고치지 않고 있으니 '고집'입니다. 틀린 고집이 늘 그른 판단을 하게 해 인생을 그 모양으로 만들었던 겁니다. 고집은 무섭습니다.

 

이런 분들이 남은 인생을 지금과 다르게 사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자기 고집을 버리고 남의 충고를 경청해 판단'하는 것뿐입니다. 님의 인생궤적을 냉정하게 돌이켜보세요. 인생을 막아온 것은 바로 님의 고집이었습니다. 그런 님의 판단을 더 이상 믿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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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6
  1. 샌디에간 2014.10.18 06:57 address edit & del reply

    저 오십대....(커밍아웃 ^^)
    사십대 중반부터 한국 남자들 머리 굳어지기 시작합니다.
    (여자들이 오히려 더 환경에 잘 적응하고 상황에 맞게 변할 줄 압니다)
    같이 일하다 보면 참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오십이 넘은 사람들의 현재 상태
    결국 본인이 만든 것입니다 대부분...
    '아... 이래서 이 사람이 이렇게 사는구나..'할 때가 많습니다.
    잘살고 못살고 행복하고 불행하고 부자고 가난한것이
    들여다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의 결과 더라구요.
    위에 말씀하신 내용 격하게 공감합니다..

    • jeremy 2014.10.19 00:06 address edit & del

      진작부터 오십대이신걸로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아마 여러가지로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것 같습니다.

  2. Sam 2014.10.18 16:05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 글 고맙습니다.

  3. ㅎㅎ 2014.10.19 01:44 address edit & del reply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귀 팔랑거리며 살아야 합니다. 나이 들면^^

  4. 동감 2014.10.19 04:51 address edit & del reply

    맞습니다, 허허실실.. 이게 나이든 사람이 인간관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미덕입니다.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고집부리지 말고, 따지지 말고..^^

  5. 싣니 보이 2014.10.21 15:19 address edit & del reply

    운칠기삼은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리 오래살진 않았지만 노력은 기회가 왔을때 잡을수 있게 해주는것일뿐 운이 많이 작용하더군요. 이순신장군께서도 임진왜란이 없었다면 아마 평범한 수군장군으로 혹은 그마저도 모함으로 빼앗기는 그런 사람이었겠죠. 줄잘못타면 역적으로 인생마감할수도 있었구요.

    고집이 어떤측면에선 절개이고 순수이며 자기확신이겠지만 결국 모든건 결과가 말해주는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저도 제말을 죽어라고 안듣는 후배하나가 있는데 저도 더이상 조언하기를 다 포기했습니다. 그런사람의 특징이 고집은 물론이고 꼭 지가 못하는걸 하고싶어하더군요. 그게 꿈이라나 뭐라나... ㅎㅎ 저는 그 꿈을 못꾸게 하는 훼방꾼일뿐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