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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제사는 음력?

어제가 음력으로 그의 기일이 아니냐고 물어온 친구가 있었답니다. 음력 양력에 대해 한번 말한 적 있습니다만 오늘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제사는 음력으로 지내야 할까요?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첫째, 음력은 해마다 오차가 있습니다.

음력으론 해마다 11일의 오차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걸 약 3년만에 한번 보정하는데 이게 윤달입니다. 즉 기일을 음력으로 따지면 늘 엉뚱한 날에 제사를 지내는 꼴이 됩니다. 올해의 경우엔 작년 그날보다 11일 일찍입니다. 


둘째, 죽은이 대부분이 양력세대입니다. 

우리나라에 양력이 도입된 건 1896년 1월 1일입니다. 아무리 산골에 살았다 해도 1900년대 초반무렵부턴 전국민이 양력을 썼을 겁니다. 즉 우리들의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는 모두 양력세대입니다. 과연 떠나던 사람이 그날이 음력으로 몇일인지 세고 갔을까요. 만약 4대 제사를 모신다면 올해까지 음력으로 지내고 제사 말미에 조상님께 고하시면 됩니다. 내년부턴 양력으로 오세요~. 



사실 제사라는 '행사'는 이제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사는 죽은이를 위한 행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사는 산자들이 모여 자기위로나 자기과시를 하고 복 달라고 비는 이기적인 행사입니다. 그러면서 이걸 감추기 위해 조상이니 전통이니 운운하는 거죠. 


양반핏줄 아님이 분명한데도 돈을 벌자 커다란 사당을 짓고 매년 거창하게 시제를 올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열등감에서 기인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주변 잘 보세요. 제사에 몹시 집착하는 사람들.. 이런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저는 제 대에서 이 이기적인 행사를 과감히 끊었습니다. 어린 시절 억지로 끌려댕기던 큰댁 제사에서 생각했던 걸 실천한 겁니다. 번거로운 행사 대신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함께 하며 떠난이를 추억하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해보십시요. 훨씬 따뜻하고 뿌듯합니다. 편안하게 가족들과 옛얘길 하다보면 마치 떠난분이 옆에 와계신듯 생생합니다. 


갑자기 끊기가 좀 무서우시면.. 현대음식 올리기부터 해보십시요. 짜장면이나 치맥, 달콤한 와인도 드시게 하십시요. 수십년전 살다가신 분께 왜 몇백년전 음식을 올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대엔 이 정도 하시다가 자식들에겐 아예 하지말라 이르십시요. 자식들이 우릴 멋지게 추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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