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0. 08:30

제사는 음력?

어제가 음력으로 그의 기일이 아니냐고 물어온 친구가 있었답니다. 음력 양력에 대해 한번 말한 적 있습니다만 오늘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제사는 음력으로 지내야 할까요?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첫째, 음력은 해마다 오차가 있습니다.

음력으론 해마다 11일의 오차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걸 약 3년만에 한번 보정하는데 이게 윤달입니다. 즉 기일을 음력으로 따지면 늘 엉뚱한 날에 제사를 지내는 꼴이 됩니다. 올해의 경우엔 작년 그날보다 11일 일찍입니다. 


둘째, 죽은이 대부분이 양력세대입니다. 

우리나라에 양력이 도입된 건 1896년 1월 1일입니다. 아무리 산골에 살았다 해도 1900년대 초반무렵부턴 전국민이 양력을 썼을 겁니다. 즉 우리들의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는 모두 양력세대입니다. 과연 떠나던 사람이 그날이 음력으로 몇일인지 세고 갔을까요. 만약 4대 제사를 모신다면 올해까지 음력으로 지내고 제사 말미에 조상님께 고하시면 됩니다. 내년부턴 양력으로 오세요~. 



사실 제사라는 '행사'는 이제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사는 죽은이를 위한 행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사는 산자들이 모여 자기위로나 자기과시를 하고 복 달라고 비는 이기적인 행사입니다. 그러면서 이걸 감추기 위해 조상이니 전통이니 운운하는 거죠. 


양반핏줄 아님이 분명한데도 돈을 벌자 커다란 사당을 짓고 매년 거창하게 시제를 올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열등감에서 기인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주변 잘 보세요. 제사에 몹시 집착하는 사람들.. 이런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저는 제 대에서 이 이기적인 행사를 과감히 끊었습니다. 어린 시절 억지로 끌려댕기던 큰댁 제사에서 생각했던 걸 실천한 겁니다. 번거로운 행사 대신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함께 하며 떠난이를 추억하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해보십시요. 훨씬 따뜻하고 뿌듯합니다. 편안하게 가족들과 옛얘길 하다보면 마치 떠난분이 옆에 와계신듯 생생합니다. 


갑자기 끊기가 좀 무서우시면.. 현대음식 올리기부터 해보십시요. 짜장면이나 치맥, 달콤한 와인도 드시게 하십시요. 수십년전 살다가신 분께 왜 몇백년전 음식을 올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대엔 이 정도 하시다가 자식들에겐 아예 하지말라 이르십시요. 자식들이 우릴 멋지게 추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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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6
  1. 후이아부지 2014.08.20 09:10 address edit & del reply

    고교시절부터 제사에 대해서는 회의가 있었습니다. 몇년전 부친 돌아가신후 더 진지하게 생각중이고요. 모친이 아직 계시니 끊기 힘들군요. 벌초에 대해서도 당연히 제사와 같은 생각이시죠? 요즘 산천이 예초기소리로 왱왱거리네요

  2. 바보뚱땡이 2014.08.20 18:51 address edit & del reply

    우찌이리 생각이 저랑 같을까요? 참으로 현명하십니다....

    남들은 저를 호로자식이라고들하죠...흐흐흐흐.....

  3. ㅎㅎ 2014.08.21 00:31 address edit & del reply

    잡놈들이 막 살다가 교회가서 자기위로받고 다음주 또 막 살면서 하나님 믿음 떠벌이듯, 제사도 그렇죠. 제사로 생전불효 반까이하고 제사 거창하게 지내는 것으로 상놈이 양반행세하고 싶은거죠.

  4. 나루터 2014.10.16 11:38 address edit & del reply

    격하게 공감합니다. 장손의 맏며느리였던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다행히 선친께서 만년에 제사를 싹 정리해 놓으셨습니다. 조부모 기일까지는 지킵니다. 성묘도 하고요. 오랫만에 모여서 식사도 같이하며 친목을 다집니다.

  5. 미시 2014.10.17 08:07 address edit & del reply

    한국 남자들이 어서어서 이런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데, 그 족속들이 원체들 머리 단단하고 고리타분해서 ㅠㅠ 제사 안지내면 조상들이 벌주는줄 알아요 글쎼.

  6. BlogIcon 산바람 2019.05.15 15:39 address edit & del reply

    시대적으로 제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당연시화 되어있지요..
    몇년전에 난중일기를 읽어보았습니다. 장군께서는 일주일, 일요일이라는 기독교적인 개념이 없으니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전쟁중이니 .. 어쩌면, 대부분 사람들은 언제 쉬는 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난중일기 중에.. "오늘은 소현세자의 기일이라 쉬었다", " 오늘은 xx 기일이라 쉬었다" 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우리가 일요일에 쉬는 이유는 성경에 그 기원이 있습니다. ... 이런 저런 창조를 하시고 하나님이 쉰 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사는 지금의 일요일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쉬는 날이라서 가족끼리 식사도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또한 먹을 거리를 차려야 하기도 했을 겁니다.

    사실 이것이 '제사' 본연의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며 가족끼리 쉬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 그런데 그런 제사에 종교적 의미와 음식을 나누기 위한 '노동' 만이 기독교적 사고와 산업사회의 행동기준에 따라.. 폄하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가족끼리 음식을 같이 나누며 돌아가신 분을 기린다면.. 그것이 본연의 제사이라 생각합니다.

    무분별한 기독교적 사고와 산업사회의 필요에 의해, 우리의 제사를 폄하하는 것은 바로 잡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