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말(푸른말)이 blue horse일까?

띠에 색을 입히는 것은 백말(庚午年)이 유일했었습니다. 백말띠 여자.. 그러다가 2007년 丁亥年 희대의 ‘황금돼지해’ 사기사건 이후부터 띠에 색을 입히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작년은 계사년, 검은뱀의 해였습니다. 하지만 검은뱀에 의미를 부여하기가 마땅치 않았는지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그러다 올 갑오년은 파란말의 해라고 시끄럽습니다. 甲이 오행 木이고 색으로 靑이니 푸른말해 year of the blue horse 라는 겁니다.

근데 궁금해집니다. 과연 청말이 blue horse일까요? 십이지지에 열두동물을 배속한 것 자체가 무의미하므로 그 동물의 색깔을 따진다는 건 더 쓸데없는 짓이긴 합니다만 그냥 재미로 생각해 보는겁니다. ‘靑馬이니 당연히 blue horse’ 이게 과연 맞을까요?

 

靑馬가 무슨 색의 말인지 알려면 우선 한자 靑이 무슨 색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靑=blue라고 생각하고 계셨다면 큰 오산입니다. 이거 의외로 애매합니다. 靑山 靑天.. 산도 푸르고 하늘도 푸릅니다. 하늘은 blue이고 숲은 green인데, 모두 靑(푸르다)로 표현합니다. 일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あおい(青い) 한가지입니다. 푸른하늘(blue sky)도 靑空 あおい そら이고, 푸른산(green mountain)도 青山 あおいやま입니다. 한중일 삼국 공히 ‘푸르다’에 blue와 green이 섞여있는 겁니다. 따라서 일반적 개념으론 靑말이 어떤 색의 말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옵니다.

 

五色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오행에 색을 배속한 것입니다. 木火土金水를 色에 배속하면 靑赤黃白黑입니다. 甲오를 靑마라고 한 근거가 바로 이겁니다. 甲-木-靑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답이 나왔습니다. 木 tree의 색은?.. green입니다. 나무색 brown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구요? 木의 기운은 ‘뚫고 나와 치솟는 기운’입니다. 따라서 말라버린 이파리나 나무몸통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새로 솟아나는 이파리와 풀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오행의 靑 푸른색은 green 입니다.

 

하지만 100% 장담은 못합니다. 金이 왜 白인지, 水가 왜 黑인지가 오리무중이기 때문입니다. 金과 水가 돌/쇠와 물이 아니고, 白과 黑이 우리가 생각하는 white와 black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행히.. 木과 靑, 火와 赤, 土와 黃은 우리의 인식과 일치합니다. 따라서 갑오년 靑말은 blue horse가 아니라 green horse 라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이 청말이나 황금돼지처럼.. 우리 세상엔 ‘맞지 않는 것’이 아무런 의심도 없이 ‘맞는 것’으로 인식되어지는 게 참 많습니다. ‘틀린wrong 것’이 교묘한 말장난으로 ‘다른different 것’으로 우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옭고그름을 구분하는 '선악 개념'이 '좌우 이념'으로 변질되어 있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올해 갑오년엔 우리들의 눈과 귀가 조금씩 더 밝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건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