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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아무도 모르는 '너무 늦은 순간'

오늘 새벽, 여자친구^^가 카톡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이라는 짧은 글을 보내줬습니다. 호스피스 간호인이 사람들을 떠나보내면서 그들로부터 들었던 '죽기전 가장 후회되는 것' 다섯가지를 정리한 책의 내용이었습니다. 

 

1.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2. 내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았더라면 
3. 내 감정을 표현할 용기가 있었더라면 
4. 친구들과 계속 연락하고 지냈더라면 
5. 나 자신에게 더 많은 행복을 허락했더라면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인생을 정리하면서 가장 후회하는 게 뭘까.. 많이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다섯가지로 요약한 게 있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찾아보니.. 원제는 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 A Life Transformed by the Dearly Departing 라는 책입니다. 

1. I wish I'd had the courage to live a life true to myself, not the life others expected of me.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내용이랍니다. 자기가 꿨었던 꿈들이 채워지지 않고 그냥 사라져버린데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입니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잃어버린 자기 꿈 생각을 하게 된다는데, 그러나 이미 늦어버린 이후입니다.

 

2. I wish I didn't work so hard.

남자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내용이랍니다. 자기 인생의 대부분을 기계처럼 일만 하면서 소비해버린 데에 대한 후회입니다. 내 성공을 위해, 내 자식을 위해서 기쁘게 헌신한 인생.. 그러나 인생의 막바지에 서서보니 돈버는 기계로만 살았지 정작 '나의 인생'이란게건 없었던 겁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이걸 미리 알더라도 당장 어쩔 수는 없겠습니다. 사회안전망이 턱없이 모자란 한국사회, 돈이 없으면 자식에게마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현실에서 어찌 독하게 일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3. I wish I'd had the courage to express my feelings.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 우리는 자기 감정을 억누르고 삽니다. 튀지 않으려고 두리뭉실 뭉툭한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근데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되면 이 노력이 부질없었다는 걸 깨닫는 모양입니다. 차라리 나를 솔직하게 표현했더라면 인간관계가 새로워지고 건강했을 것이라는데.. 글쎄요. 자기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 산다는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그리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4. I wish I had stayed in touch with my friends.

사람들은 친구들이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착각을 하면서 삽니다. 그리곤 먹고 사는데에 집중하느라 왤도록 친구들을 놓치고 삽니다. 그러다 어느날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외로움을 강하게 느끼게 되지만.. 역시 늦어버린 이후입니다. 사는 동안엔 그토록 다른 것들을 위해 살지만, 죽음이 임박한 순간 중요한 것은 오직 사랑과 우정’뿐이랍니다. 

 

5. I wish that I had let myself be happier.

나이가 들면 익숙한 것에 매몰되어 새로운 걸 거부하게 됩니다. 다람쥐 쳇바튀 돌듯 다른 곳을 전혀 쳐다보지 않고 살아가는 거죠. 죽음이 임박해서야 그런 인생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답니다. 인생이란, 행복이란 ‘적극적인 자기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었음을 죽을때가 되어서야 압니다.

 

 

1번과 5번이 약간 중복되지만(책을 읽는다면 분명히 서로 다르겠지만) 중요한 충고입니다. 2번 내용은 한국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일테니 일단 차치합니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3번과 4번입니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과 친구를 챙기는 것.. 얼핏 별개의 문제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두가지는 모순관계로 아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현실 사회에서 솔직한 감정표현은 때때로 긁어 부스럼이 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모르고 있을때가 더 좋았는데 괜히 알아서 서먹해지거나 머쓱해지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납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가면 내 생각과 다른 얘길 듣는 것을 점점 더 싫어하게 됩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종교나 정치에 관한 의견차이를 확인하면 극도의 거부감이 생깁니다. 그래서 친구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려면 그저 옛날 얘기나 하면서 현재의 자기 생각을 꼭꼭 숨겨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표현과 친구유지는 서로 모순이 됩니다. 솔직하게 감정 표현하고 시원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상당수 친구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갈 걸 각오해야 하고, 일단 친구를 유지하는게 더 중요하다면 답답하더라도 자기 생각을 좀 숨겨야 하는 거죠. 물론 이상적인 상황은 마음이 딱 맞는 친구들이 많은 것이겠습니다만 이게 어디 쉽겠습니까.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죽을때가 되어서야 '더 중요한 것'을 깨닫고 후회하는 것은.. 무지해서가 아닐겁니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리고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아있다고 생각하면서 살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책을 읽고서도 또 그냥저냥 예전처럼 살아가게 될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들 중 누구도 너무 늦은 순간이 언제인지 모릅니다. 작년 여름에 우린 이걸 잔인하게 목도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의 남은 인생이 훨씬 짧을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정말 어려운 걸 이해하지만 '늦기 전에'.. 내 맘대로 좀 살아봅시다. 일 좀 덜하면서 살아봅시다. 속 시원히 말 좀 하면서 살아봅시다. 친구들 좀 챙기면서 살아봅시다. 새로운 것에도 좀 도전하면서 살아봅시다


언제 닥칠지 모를 너무 늦은 순간’을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맙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