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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시기와 질투는 내 목숨까지 앗아간다

집합 1 -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남의 행복은 나의 불행)
형제가 땅을 사도 배가 아플까? 당연히 아프다. 하지만 덜 아프다. 잘하면 내가 덕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촌은 애매하다. 아주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사이다. 내게 득될건 거의 없고 괜히 비교만 되어 날 초라하게 만들어버리는 사이다. 그래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던 거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선 어떨까? 어려서부터 귀가 아프게 자유 평등 평화를 들어온 현대인들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가 해당이 될까? 아니다. 현대인들은 ‘평등 추구 심리’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능력부족이나 귀책사유와는 관계없이 남이 나보다 앞서 나가는 건 무조건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게 아니라 '내가 아닌 남'이 땅을 사면 무조건 배가 아프다.

얼마전 한국과 미국의 직장인 1만여 명을 대상으로‘직장동료 험담 경험’에 관해 조사를 한게 있었는데 조사결과 한국인들의 80.2%가 험담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미국인들은 22.1% 만이 그런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단다. 한국인들이 유난히 남 험담을 많이 하는 것이다.

영어표현에 crabs in the bucket 이라는 게 있다. 그릇에 게 한 마리를 넣으면 곧 밖으로 기어 나오지만, 여러 마리의 게들을 함께 넣으면 서로 잡아당기고 붙들고 밑으로 떨어뜨려 한 마리도 나오지 못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공교롭게도 이 영어표현은 과거 미국에서 한국 이민사회를 조롱하는 표현으로 쓰였던 말이라고 한다. 인류공통이긴 하겠지만 그게 한국인들에게 조금 심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집합 2 - 샤덴프로이데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이와 같은 맥락으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게 있다. 남의 불행이나 고통을 통쾌하게 여기는 심리, 즉 '쌤통 심리'다. 잘 나가던 연예인이 한 순간에 여론의 폭격을 맞고 추락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즉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인 것이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이 샤덴프로이데에 남녀간 차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런던대학교 연구진이 32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의 고통을 보여주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뇌 이미지 분석기술(brain-imaging technique)을 통해서 실험을 했다고 한다. 여자들은 자기가 싫어하던 사람의 고통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연민’도 같이 느끼더란다. 하지만 남자의 경우는 전혀 달랐단다. 즐거움에 관련된 뇌 부위만 현저히 활발하더란다. 남자들의 시기와 질투는 오직 분노와 적대감만으로 발현된다는 뜻이다.


1,2 의 교집합 - ‘한국인 & 남자’
두 가지를 살펴봤다. 타인의 행복에 유난히 배 아파하는 ‘한국인’, 그리고 타인의 불행에 유난히 행복감을 느끼는 ‘남자들’. 이 둘의 교집합이 바로.. ‘한국 남자’다. 즉 ‘시기와 질투, 분노와 적개심으로 똘똘 뭉친게 바로 한국남자들’이란 의미다.

한국 남자들이 이렇게 뒤틀린 성향을 갖게 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패거리 문화’때문일 것이다. ‘능력보다는 빽과 줄’이 중요한 왜곡된 사회. 그래서 실패의 귀책사유를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사회의 모순으로 돌려버리는 성향이 뿌리깊게 유전되어 가는 것이다.

또 아주 어릴 적부터 치열한 경쟁사회에 내 몰려져 성장해왔었다는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그 경쟁이 공정하다면야 성품이 왜곡될 소지가 없겠지만 우리 사회의 경쟁은 전혀 공정하지 않다. 출발선이 다르고 트랙이 다르고 운동화가 다르다. 애당초 경쟁이 아닌거다. 이렇다보니 어린 나이 때부터 사회의 쓴맛을 보고 좌절을 겪고 증오를 배우게 된다. 결국 착하고 바르게 살기보다는 남을 밟고서라도 성공하기에 힘을 쏟는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이 잘 나갈 때엔 배가 뒤틀리고, 가까운 사람이 불행할 때엔 비겁한 쾌감을 느끼는 부정적인 심리가 나타난다. 만약 그 상대방이 내게 피해를 줬거나 날 배신한 사람이기라도 하면.. 그 부정적인 심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사촌은 땅을 샀는데 자기 자신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 내키진 않지만 겉으론 축하를 해준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의 시선이 영 신경 쓰인다. 쟨 땅을 사는데 넌 그 동안 뭐했니? 성실하다고 자부해온 나다. 또 나만큼 열심히 일을 한 사람도 드물다. 땅을 산 그 사촌, 성실하지도 않다. 그리 열심히 일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결과는 정 반대다. 이 억울한 현실을 받아들일 방법이 없다. 나에게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않은 사촌이지만 내게 패배감을 주는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게 되고 적개심과 증오가 쌓이기 시작한다.

그 부정적인 에너지를 어디에 풀어야 할까? 평소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 관리를 해 오던 사람이라면 적절한 방법으로 그것들을 풀 수 있겠지만, 오로지 일만 하던 사람들은 방법을 전혀 모른다. 종교를 가졌어도 허울일 뿐 마음을 다스릴 줄은 모른다. 기껏 동병상련하는 대상을 찾아 사촌의 험담을 하는 게 다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그 증오와 적개심이 결코 풀리지 않는다. 아무리 험담을 해도 사촌이 땅을 샀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걸 풀지 못하면.. 마음이 병들기 시작한다. 점점 임계점에 다다른다.


시기와 질투 극복하기
시기와 질투를 극복하기란 몹시 힘들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 느끼는 그것은 정말 극복하기 어렵다. 아무리 받아들이려 해도 증오와 적개심만 자꾸 커진다.

상대방의 장점을 떠올려라
아무리 불공정하다 해도 장점을 찾으면 반드시 보인다. 그걸 찾아내 그것을 부각한다.

귀책사유가 내게 있음을 인정하라

내 능력부족이나 나의 잘못을 찾는다. 이것 역시 찾으면 반드시 있다.

상대방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라

땅을 산 사촌은 나를 의식하고 있다. 그는 분명히 나에게 미안해 하고 있고 내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조심하고 있다. 땅 좀 샀다고 우쭐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건 내 자격지심이다.

관계를 끊어버려라
아무리 찾아봐도 그에게 장점이 없고, 내 귀책사유도 없고, 상대방은 우쭐대기만 한다면.. 그땐 그를 버려야 한다. 그런 사람과는 관계를 이어가선 안된다. 모든 명단과 주소록에서 그를 지우고 만나지 말아야 한다.

관계를 끊었으면 마음에서도 비워내라

그와 관계를 끊었다면 마음에서도 그를 지워야 한다. 관계만 끊고 마음에서 지우지 못하면 오히려 못난 스스로에게 점점 더 실망하고 그 실망감이 상대방에 대한 증오로 더욱 증폭된다.

팔자 탓을 해라

세상만사 모든 건 팔자 탓이다. 들고 태어난 밥그릇도 팔자요, 굴러 가는 길도 팔자다. 선택도 팔자요 결과도 팔자다.

하나님 탓을 해라
그래도 안되면 기도하라. 모든 게 하나님의 뜻인 거다.

다음 생을 기약하라
그래도 안되면 다음 생을 기약하라. 내가 지금 힘든 것은 전생의 악업 때문이고 땅 산 사촌은 전생에 쌓은 선이 많았던 거다. 다음 생을 기약하고 지금부터라도 선하게 살아라.

폭력으로 풀어라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기와 질투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열등감과 패배감, 증오와 적개심이 끝없이 지속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이는 ‘육체적인 폭력’을 통해 상황을 해결하라는 몸의 변화다. 땅 산 사촌을 죽도록 패버리든지 그를 죽여라. 가장 통쾌한 해결법이다.


하지만 어렵다. 인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독버섯처럼 솟아 오르는 시기와 질투 증오와 적개심을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 누르고 또 누르기만 한다. 차곡차곡 마음 깊은 곳에 응어리로 맺히기 시작한다. 마음에 맺힌 나쁜 기운은 반드시 몸에 영향을 준다. 식욕도 없고 소화도 안되고 머리나 배가 자주 아프다. 점차 몸 전체가 천근만근 늘어지기 시작하고 이곳저곳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마음에 맺힌 부정적인 응어리가 몸에도 응어리가 된 것이다. 

이런게 암이다. 

사촌이 땅을 산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시기와 질투라는 독살스러운 기운이 내 마음과 몸을 갉아먹고 결국 내가 죽는다. 얼마 전.. 아주 가깝던 한 사람이 이렇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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