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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말(言)이 길고 많은 것은 열등감의 발로

친구 머리통 치기

친근함의 표시로 머리통을 때리는 친구 A가 있다. 아무리 친구 사이지만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몰라서 그러려니 하고 A의 머리통을 때려봤다. 근데 A는 굉장히 좋아한다. A에겐 친구의 머리통 때리는 게 친근함의 표시였던 거다. 이런 경우엔 내가 마음을 바꿔서 서로 머리통을 즐겁게 치거나 아니면 A에게 설명을 해주면 된다. '머리통 치는 건 나쁜거란다..' 그러면 A가 이해를 하고 습관을 고친다. 근데 내 머리통을 친 A의 머리통을 때렸더니 A가 몹시 기분 나빠 한다면? 이거 복잡해진다.

 

'많은 말(言)'이 꼭 친구간 머리통 치기와 비슷하다. 친근함의 표시라 서로 양해될 수도 있지만, 내가 하는 것만 괜찮고, 남이 하는 걸 듣는 건 싫을 수도 있다.

 

 

가벼운 수다 vs 긴- 말

수다스러운사람들. 친근함의 표시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상대방이 같이 수다스러워도 괜찮다. 그걸 서로 즐긴다. 다른 사람 흉보기, 연예인 신변잡기.. 수다가 끝이 없다. 자기의 수다를 귀찮아 하는 상대를 만나면 잠시 입을 닫지만 기회가 나면 바로 터진다. 이 사람들은 귀엽다. 수다란 친근함의 표시이다.

 

하지만 일상의 대화 자체가 쓸데없이 긴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자기는 말을 많이 하면서도  남의 말 듣기는 싫어. 자기 머리통 맞는 건 싫으면서 남 머리통 때리는 건 좋아하는 것과 똑같다.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인내조차 없어서 남의 말을 중간에 끊고 자기 말을 한다. 이 사람들 말의 특징은 길-고, 말에 위선가식그리고 허풍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속말로 ‘똥가오. 이 사람들에게 말이란 과시의 수단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포장하려 애쓴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나 아는 사람 중에 말야..’ 라고 하면 될 것을

 

내가 잘 아는 사람중에 김사장이라고 있는데, 주말마다 나랑 골프 같이 하는, 다운타운에서 사업 크게 하는 사람인데, 직원이 백명이 넘고, 지난번에 투밀리언 넘게 주고 집 샀대, 부인은 한국에서 서울대 나왔고, 자식은 둘인데 둘 다 스탠포드에 다니고, 가족끼리도 굉장히 친해서 한달에 한번정도는 만나지.. 그 김사장이 말야..’

 

 

듣기에 역겨운 긴-말

이런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투가 라디오 성우의 말투다. 느끼하기만 할 뿐 진실성 현실성이 전혀 없는 라디오 성우들의 말투. 그래서 이들과의 대화는 내용을 떠나 그 자체로 고통이다.

왜 말을 그렇게 느끼하게 하고, 길게 하고, 많이 할까? 자신이 그러는 걸 다른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건 왜 또 전혀 모를까?


그들의 성장과정이나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 보면 이유가 조금 보인다. 불행했던 성장과정에서 켜켜이 쌓인 열등감, 자격지심, 외로움, 불안감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말이 느끼하게 많은 건, 부끄럽고 부정적인 내면을 덮으려는 위선이다. 길고 장황한 말이 그들에겐 열등감을 극복하는 방법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렇게 폼나게 길게 얘기를 해야 자신이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그래서 그 버릇은 점점 심해진다. 


한편 이해가 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과의 대화에선 속으로 끝없이 되뇌인다. ‘아 쉑히 말 드럽게 많네.. 그래 불쌍한 놈이니 그냥 들어주자. 조금만 더 참자..’ 하지만 무척 힘들다. '아 저놈의 아가리를 그냥 확..' 결국 순간만 참고 넘기고 이후 연락을 안하게 된다.

 

그들에게 터놓고 결점을 얘기해주면 어떨까? '너 말이 너무 길고 많고 느끼하고 그래서 진정성이 없어보여.. 고치는 게 좋겠어'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근본적으로 자기의 내면을 들키는 것을 죽기보다도 싫어하고, 남의 말 듣기를 몹시 싫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고쳐지기는커녕 관계만 나빠진다


결국 그들은 점점 더 외롭고 불안해진다. 그래서 어쩌다 대화상대를 만나면 더욱 말이 길어지고 쓸데없는 수식이 점점 더 많이 붙고.. 급기야 ‘이 쉑히 혹시 사기꾼?’ 오해마저 받는다. 하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지적해주는 사람이 이미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악순환이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고

나이가 들수록 말수가 적어야 한다. 사람들이 듣기를 청할 때에만 간결하게 해야 한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세상에서 제일 꼴불견이 지갑은 닫고 입만 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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