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팡생각

꼰대소리 안 듣기

일반적으로 꼰대라는 호칭의 대상은 다음과 같다.


1. 아버지, 남자선생

2. 나이 든 남자 (50대 이상)

3. 구태의연한 사고방식, 문화, 패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남자

4. 남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고 자기 고집만 부리는 남자

 

꼰대라는 말의 어원은 확실치 않으나, 담뱃대인 곰방대에서 왔다는 게 맞을 것 같다. 곰방대 피우는 할아버지 이미지어쨌든 이 '꼰대'라는 말은 나이 든 고집불통 남자를 의미하는 경멸의 호칭이다


하지만 1,2형과 3,4형은 서로 확연히 다르다. 1,2형의 경우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지만 3,4형의 경우엔 자신의 의지로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젋은이와 여성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꼰대는 바로 3.4형 꼰대들을 말한다. 물론 같은 또래의 남자들도 이런 3,4형 꼰대들은 싫어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구태의연함을 되레 자랑스러워 한다. 그들의 확고불변함은 마치 태산과 같다. 이걸 꼰대정신이라고 부른다.

근데 이 꼰대정신’이란 것이 그리 역겨운 건 아니다. 상당부분 보수정신이기 때문이다. 같지는 않지만 별로 다르지도 않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꼰대들은 자신을 꼰대가 아니라 '보수주의자'로 자칭한다. 역사와 전통의 파수꾼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주변에 꼰대들이 그렇게 많다.^^ 자신의 꼰대스러움때문에 아이들과 멀어지고 아내와 멀어져도 끄덕도 않는다. 자기야말로 인문사회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꼰대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눈이 돌아가게 급변하는 무서운 세상에서 가치관의 균형을 잡아주는 꼰대들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우리가 싫어함을 알면서도 우리의 아버지들은 그걸 했었다. (여기서 확실히 해둘 게 있다. 어버이연합이나 가스통할배들.. 그들은 보수도 아니며 꼰대도 아니다. 그들은 그저 광인들일 뿐이다)

 


어느덧 우리들이 꼰대의 대열에 들어섰다. 띠바^^ 그래서 우리 아버지들이 그랬듯 우리도 젊은이들에게 꼰대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내가 꼰대소릴 듣는다니 소름이 움찔 돋을 것이다. 과거 내가 그랬듯 얘들도 나를 꼰대라고 경멸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과연 어버이연합류들과 나를 확실히 구분해 주고 있는 걸까? 혹시 50대 이상 남자들을 다 거기서 거기인 꼰대들로 여기는 건 아닐까? 여러가지 꼰대스런 걱정을 한다.

 

그래서 비록 꼰대의 역할을 하긴 해야하지만 역겨운 꼰대가 되는 것만은 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방법이 있을까? 있다. 간단하다. 남의 말 잘 들으면 된다. 꼰대의 가장 큰 특징이 남의 말 전혀 안 듣는 똥고집이거든.. ㅋ


근데 남의 말 듣기.. 이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가 너무 잘나서 그렇다. 거기에 오래 살기까지 해서 경험마저 많으니 남 얘기가 더 안 들린다그래서 그냥 '각오'로는 남의 얘기 절대 못 듣는다. 남의 얘길 들으려면 철저한 '자기세뇌'가 필요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모른다.. 아는 사람은 마누라와 친구’뿐이.. 이렇게 끊임없이 자기를 세뇌해야 한다. 근데 이것 역시 안된다. 온 몸의 90%가 고집으로 형성된 똥고집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일단 무조건 젊은애들 흉내내기다. 꼰대들끼리는 절대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해본다. 애들이 듣는 음악도 듣고, 애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파고들어가 보고, 애들이 입는 옷도 입어보고, 애들이 많이 쓰는 전자제품들도 써본다. 어색하고 쓸데없고 불필요하다고 느끼던 것들을 억지로라도 해보는거다. 언젠가 애들의 말, 남의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면.. 비로소 젊은애들의 눈높이를 이해하게 되고, 그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게될 것이고, 그때 비로소 꼰대소릴 안듣게 될 것이다. 여성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그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게되어 비로소 가정도 평안해질 것이다


꼰대들이여.. 우리 계속 변화하자 ^^



이 글은 어제 내가 '원시인 쉑햐-' 라고 했던 그 꼰대에게 보내는 글이 아님을 밝힌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