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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개는 왜 이리 종류가 많을까? 1 - 그러게

인간만 왜 이리 특출?
아주 예전부터 내겐 획기적인 영화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다. 그렇다고 뭐 꽤 구체적인 아이디어까지는 아니었고, 그냥 기획회의를 어거지로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지극히 기초적인 아이디어였다. ‘인류는 이 지구상에서 홀로 너무 특출하다. 이거 이상하다.’


??? 이게 무슨 아이디어냐고? 그러나 대단한 아이디어다. 들어 봐라.

'종교를 배제하고' 상식으로만 생각해볼 때, 인류 홀로 이렇게 특출난 건 정말 이상하다. 침팬지가 있으면 보노보 오랑우탄 고릴라가 있고, 사자가 있으면 호랑이 표범 산사자가 있고, 늑대가 있으면 이리 코요테 여우가 있다. 어느 동물간이나 마찬가지다. 힘에 따라 서열은 존재하지만 비슷한 것들이 경쟁을 하면서 공존한다. 처한 상황에 따라선 사자도 하이에나에게 몰려 죽기도 하듯, 종간 힘의 편차는 개체수로 인해 뒤집혀 지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은 아니다. 사람과 맞짱을 뜰 동물이 도대체 없다. 사람과 가장 비슷하다는 게 보노보나 침팬지정도인데, 이들이 아무리 영리하다 한 들 아예 인간과는 게임조차 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하나님이 인간을 떡-하니 창조하셨다’는 말이 믿어질려고 한다.

(이게 보노보다. 인간과 가장 흡사한 성생활을 영위한다는..보다시피 서로 마주본 상태에서..)

하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란 건 중학생정도의 사고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안다. 그럼 왜 그렇게 인간만 특출날까? 거기엔 이런 무서운 역사가 숨어있다.


잔혹사
원래 인간과 침팬지 사이엔 무수한 종들이 더 있었었다. 거의 인간과 비슷하게 언어를 사용하고 불을 사용하던 고등한 종에서부터 침팬지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과 여러가지 도구를 사용하던 유인원까지 굉장히 많았다. 그러나 모두 인간에 의해 멸종 당했다. 왜냐고?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만한 종은 인간들이 아예 미리미리 멸종시켜버렸기 때문이다.

지능이 좋은 종들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을 수준까지만 남겨두었고, 힘이 센 종들은 지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놈까지만 남겨두었다. 그래서 지금 지구상엔 힘 세면서 지능이 높은 동물이 없고, 힘 약하지만 지능 아주 높은 동물이 없다. 따라서 공룡도 인간들이 멸종시켰을런지도 모르는 얘기다. 지능이 떨어지지만 워낙 덩치가 커서 위협이 되니까 미리 치워버렸을 수도 있다.

당신이 봤냐고?
그래 봤다.



이 아이디어가 바로 ‘반지의 제왕’으로 영화화되었다. 스토리는 색다르지만 그 영화에 인간 외에 이상한 종족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가. 호빗이나 골룸 같은 애들. 이거 다 내 아이디어였다. 내껄 훔쳐간거다. 띠바. 하지만 그걸 증명할 증거가 없으니 그냥 참고 있는 거다.

뚱딴지 같은 이런 얘길 하자는 게 아니라.. 내가 하려는 건 그 반대의 얘기다.


개라는 종
사자의 종류가 몇이나 될까? 두 가지 일거다. 아프리카 사자와 인도 사자(첨 들어봤겠지만 인도에 사자가 산다). 호랑이는? 역시 두 가지 일거다. 벵갈 호랑이와 시베리아 호랑이.

얘네들도 틀림없이 인류와 비슷한 전쟁을 겪은 애들이다. 위협이 될만한 것은 사생결단으로 멸종시키면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면 그 살육을 멈추었을 것이다. 즉 자기들보다 ‘아주 약간만 못한’ 정도는 언제라도 자기들에게 위협이 될만한 것들이니까 멸종시켰을 것이고, 표범이나 하이에나 정도는 충분히 컨트롤이 가능하니까 그냥 내버려두었고, 우열이 전혀 없는 사자 호랑이끼리는 영토를 갈라 나누어 살게 되었을 것이다. 

이건 비단 사자나 호랑이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모든 동물이 이렇게 아래위로 정리를 해 가면서 힘의 균형을 이루어 살고 있는 곳이 지금 우리 지구이다. (동물들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 했지만, 인간들은 그렇지 않았다. 아래로 너무 멀리까지 정리를 해버렸다.)

근데 이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고 너무 많은 것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상한 동물군이 있다. 바로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개'라는 동물이다. 박테리아도 아닌 것이 개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도대체 개의 종류가 몇이나 되는지 사람들은 감도 못 잡는다.

길거리 돌아 댕기는 정체불명의 똥개들을 다 빼고 공식적으로 분류되어 인정된 것만 따져도 400여종이다. 친척뻘인 늑대가 많아야 두세종, 여우도 서너종인데 개는 무려 종류가 400여가지라.. 이거 이상하다.

그레이트 데인처럼 망아지만한 개부터 치와와처럼 쥐새끼만한 개까지, 크기와 생김새에 관계없이 모두 개라는 한가지종으로 분류된다. 이거 참 점점 궁금해 진다. 개의 조상은 늑대라면서 어떻게 한 조상 늑대로부터 이렇게 각양각색의 수많은 품종이 탄생하게 된 것일까?


생물기초
우리가 아주 옛날에 배웠던 Species(종), Genus(속), Family(과), Order(목), Class(강), Phylum(문), Kingdom(계) 로 개의 계통을 쫓아 올라가 보자.

계 : 동물계 식물계등 - 당연히 동물계
문 : 척추동물문 극피동물문등 - 척추동물문
강 : 포유류강 조류강 어류강 양서류강 파충류강등 - 포유류강
목 : 영장목 개목등 - 개목
과 : 개과 고양이과 곰과등 - 개과
속 : 개속 너구리속등 - 개속
종 : 개 늑대 이리 재칼등 - 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게 ‘계’와 ‘강’ 그리고 ‘과’와 ‘종’이다. 나머지는 사실 잘 모른다. 문은 그러려니 넘어가고 목과 속은 “인간과 원숭이는 같이 ‘영장목’ 이고 사자와 호랑이는 같이‘큰고양이속’이다” 라니 대충 짐작만 할 뿐이다. 이 분류에서 ‘종속과’는 상당히 구체적인 구분법 같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과'가 같은 것부터 교배가 가능하고, '속'이 같으면 생산까지는 가능하지만 '종'이 다르면 생식능력이 유지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동물들 하나하나를 다 교배시켜본 게 아닐테니까 당연히 틀릴 수도 있다.

호랑이와 사자는 같은 고양이과 동물, 같은 '큰고양이속' 동물이기 때문에 교배와 생산이 가능했지만 '종'이 다르기 때문에 2세인 라이거는 생식능력이 없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타이언(호랑이가 아빠, 사자가 엄마)은 태어난 적이 없으니 속단하긴 이르다. 종이 같으면 자연상태에서 교배가 가능하기도 하다고 한다.

문제는 개다. 고양이과에서는 호랑이와 사자를 '큰고양이속'으로 분류하고, 쪼그마한 고양이들을 '작은고양이속'으로 분류하는데 개과에선 '큰개속' '작은개속'이 없다. 상식적으로 당연히 구분해야 될 분류인 것 같은데 그게 없다.

과학적으로 정확히 어떤 근거로 종을 나누는지는 모르겠지만 산더미같은 그레이트데인과 조막만한 치와와가 같은 '종'이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자연상태에서 이 두 종이 만나 교배하는 사건이 벌어질 수 있을까? 없다. 그냥 큰개가 작은개 잡아 먹는다. 그런데도 다같이 ‘개’라는 한 종이다. 참 이상하다.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얘네 둘이 똑같은 종, 개라고? 생긴게 비슷하길 하나 크기가 비슷하길 하나)


개의 조상
개의 조상은 약 10만년 전 동아시아의 늑대라고 한다. 또 개들이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이 약 1만 2천년 전이라고 한다. 봤냐고? 못봤다.

야생개들은 늑대처럼 무리를 지어 먹이를 찾아 사냥했지만 그 가운데 어떤 개들은 인간의 야영지 근처에서 먹이를 구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곳엔 늘 인간이 먹다 버린 동물의 시체들이 버려져 있었을 테니까.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덜하던 이 개들은 먹이를 찾아 인간의 야영지로 들어갔을 것이다. 의외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사람을 따르는 걸 알게 된 인간들은 유순하고 다루기 쉬운 개들을 인간생활에 적응시켰고, 그렇지 못한 개는 죽였을 것이다. 직접 본건 아니지만 아마 그럴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개에게 먹이와 안식처를 주었고 개는 인간에게 다른 동물의 공격을 막아주고다가오는 위험을 알려주며 인간과 개는 서로 의존하며 성장해 왔다. 이건 봤다.

이런 역사의 개라면.. 그렇담 원래의 개의 모습은 어땠을까? 

(바로 이 모습이다. Alaskan Malamute)

당연히 늑대와 닮은 모습이다. 지금의 개로 말하자면 사이베리안 허스키나 알라스칸 말라뮤트, 진돗개 같은 개들이다. 개라면 당연히 이렇게 생겼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 주변에는 기기묘묘한 이상스런 개들이 천지다.

(이런 개가 과연 자연상태에서 스스로 생존 할 수 있을까?)

이것 덜은 도대체 뭔지 정말 궁금하다.


→ 개는 왜 이리 종류가 많을까? 1 – 그러게
→ 개는 왜 이리 종류가 많을까? 2 – 이상한 삽살개
→ 개는 왜 이리 종류가 많을까? 3 – 육종
→ 개는 왜 이리 종류가 많을까? 4 – 자연을 경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