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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개는 왜 이리 종류가 많을까? 2 - 이상한 삽살개

실망스런 삽살개
삽살개의 진위 논쟁이 있었다. 하지홍이라는 한 유전공학자가 자기가 우리 토종견 삽살개를 복원했다고 주장했는데 일반국민들은 '아니다..' 하는 논쟁이다. 삽살개를 복원했다면 잘했다고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건만 왜 논쟁이 있었을까?

누가 삽살개를 복원했다고 하자. 보기에 아주 멋지다면 ‘이거 우리 삽살개 맞다’ 며 그냥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지홍이라는 자가 탄생시킨 삽살개는 그렇지 않았다. 우스꽝스런 털북숭이를 개를 두고 삽살개라고 했다. 국민들이 기대하던 그런 모습의 삽살개가 아니었다. 귀신을 쫓을만큼 용맹하고 무서운 개였다는 삽살개.. 처음에 삽살개라고 공개한 사진을 보고는 나도 깜짝 놀랐다. 이렇게 할거면 차라리 하질 말지 띠바.

한눈에 보아도 외래견들끼리의 잡종교배로 나타난 것이 분명한 품종을 두고 ‘삽살개 복원’이니, ‘천연기념물 지정’이니, ‘독도 지킴이’니 요란을 떠는 바람에 사람들 눈에 고깝게 찍혔다. 때마침 황우석과의 경쟁과 갈등도 한 몫 했을 터이고.

국민들이 기대하던 삽살개는 이런 모습이었다.

(대다수 학자들이 우리 삽살개의 원형이라고 의견일치를 보고 있는 Tibetan Mastiff 다.)

그러나 하지홍이 만들어 놓고 삽살개라고 우기는 개는 이 모습이다.

(어떤가.. 이 개를 보고 과연 귀신들이 놀라 도망갔을까? 내 생각엔 웃었을거 같은데..)

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하지홍의 이 개가 어떤 개를 닮았는지 바로 안다. 

(Old English Sheepdog이다. 하지홍이 만든 개와 닮아도 너무 닮았다. 크기를 줄이고 색깔만 바꿨다.)

아무리 하지홍의 개를 삽살개라고 생각해 주려해도 이건 결코 아니다. 한번 정해지면 그걸로 끝인데 그럴 수는 없다. 차라리 이 우스꽝스런 하지홍의 개보다 오히려 이에 자극을 받아 다른 지역에서 복원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오수개’가 차라리 낫다. 이 오수개는 우리가 옛날 얘기속에서 잘 알고 있는 개다. 불에 타 죽을지 모르는 주인을 위해서 물에 뛰어들어 자기 몸에 물을 적셔서 주인에게 와선 물을 뿌려주고..이러다가 장렬히 산화했다는 그 충직한 개다. 그냥 이야기속에 전해지는 오수마을의 한마리 개다. 품종은 애당초 아니다. 그런데도 이 지역에서 이 개의 복원작업이 한창이다. 다행히 이들은 솔직하게 까놓고 시작했다. 새로운 품종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근데 이 하지홍이라는 자는 자기 아버지가 삽살개 혈통을 지키고 있었고, 자기가 노력해서 품종을 완성해 삽살개를 복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버지가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삽살개가 맞단다. 내가 이 사기꾼의 삽살개의 ‘복원’을 ‘창조’라고 폄하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삽살개라는 '품종'이 우리나라에 존재한 적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삽살개는 원래부터 없었다
우리나라에 품종이라는 개념이 생긴 건 불과 백년 미만이다. 그 전까지는 아무집 개가 아무집 개와 자유롭게 결혼을 하여 새끼를 낳았다. 품종이 관리되었을 리가 만무하다. 따라서 신라시대때 ‘삽사리’라고 불렀던 개의 기록이 만약 있다면 그것은 개의 품종을 일컫는 말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으로 털이 긴 개를 부르던 일반명사였다. 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삽사리가 한가지 품종이 아니라는 걸.



이건 하지홍 지지자들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삽사리란 長毛種 개를 부르는 일반명사였음을. 그러나 하지홍만은 자기가 유전공학자임을 내세워 삽살개가 실제로 품종으로 존재했던 개이며 자기가 그것을 복원했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전혀 없이 그냥 그렇게 떼를 쓴다. 있지도 않았던 개를, 또 설사 있었다 할지라도 문헌기록상 1900년 이전에 멸종되었다는 삽살개를 100년 가까이 지나 지 멋대로 혈통을 만들어선 그걸 복원했다고 떼를 쓰고 있다.

이게 돈 때문임은 누구나 안다.

좋다. 삽살개라는 품종이 있었다 치자. 그렇다 하더라도 삽살개라고 공식적으로 표시되어 있는 옛날 신문의 사진을 보면 하지홍의 삽살개가 얼마나 어이 없는 별종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사진속의 삽살개와 하지홍의 개가 같은 삽살개로 보이는가?)


품종이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건 삽살개뿐만이 아니다. 진돗개도 마찬가지다. 그런 품종이 옛날부터 내려왔던 게 아니라 어느 때(일제), 어느 지역(진도)에 모여 있던 비슷한 모양의 개들을 모아 품종정리를 하고 이름을 붙인 후 우리나라의 고유품종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것에 불과하다.

이건 지구상 모든 개들이 마찬가지이다. 어느 때에 한 지역의 비슷한 개들을 모아 품종관리를 하면서 이름 붙여진 것이 품종(breed)이라는 개념의 시작이다.

인간과 함께 살게 되면서 ‘그들끼리’의 결혼풍습이 없어지고 이종류 저종류 간에 난혼을 일삼으면서 시작된 불행이다. 개가 인간과 함께 살기 전엔 그들의 조상인 늑대들처럼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동물이었을 것이다. 지역에 따라 일정한 형태의 개들이 무리지어 살며 각기 별도의 종으로 구분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과 함께 살게 되면서 난혼이 시작되어 고유의 모습을 잃고 잡종의 모습들로 몇만년 전해졌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때 품종분류가 시작되면서 가르기를 했던 것뿐이다. 따라서 지구상에 순종혈통을 가진 개의 품종이란 애당초 없다. 즉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는 개중 몇천년간 순혈통을 이어오는 개는 단 한종도 없다.

현재 공식적으로 분류된 개의 품종 400여가지 중에서 원조는 40여종이라고 한다. 어느 시기부터다른 종과의 교배를 인위적으로 금하고 혈통을 지킨 것들이다. 근본은 잡종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지역에 모여있는 비슷한 모습의 개를 따로 분리해서 지킨 품종의 조상들이다.

40여종이 조상이라면 나머지 360가지의 품종들은 뭘까?


→ 개는 왜 이리 종류가 많을까? 1 – 그러게
→ 개는 왜 이리 종류가 많을까? 2 – 이상한 삽살개
→ 개는 왜 이리 종류가 많을까? 3 – 육종
→ 개는 왜 이리 종류가 많을까? 4 – 자연을 경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