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자세에 대한 앞 글을 읽으신 분들의 99%는 내 의견에 동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글의 시작부분에 미리 얘기했었던 거다. 통설과 완전히 상반되는 주장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따로 떼어 얘기를 하는 거라고. 지금의 내 주장이 잘 안먹힐 것임을 나도 잘 안다. '이치적'으로만 따지는 중이지 '인류학적, 역사적' 또는 '임상적'으로 확인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해시키거나 설득하는데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안다.
나는 인간이 뒤집혀 까진 상태로 잠을 자는 것은 전혀 자연의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그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고민하는 중이다. 등을 바닥에 대고 자는 것만이 바른 자세라는 통념이 현대의학 한의학 대체의학 모두를 장악하고 있는 때에, 밑도 끝도 없이 '뒤집힌 것은 나쁘다'라고 관념적인 주장을 하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도 무리이다.
하지만 저마다 자기의 생각과 지식만이 절대진실이라고 믿고 사는 요즈음, 자신들의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이라 웬만해서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하는 마음으로 잠시 의문이라도 가져 보기 바란다. 어떤 방면으로든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나중에 할 얘기를 미리 조금 얘기하자면.. 나는 절대로 '잠자리 자세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수십년간 유지해 온 잠자리 자세를 바꾼다는 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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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는 왜 뒤로만 삐져나올까?
독일병정의 애초 질문내용은 디스크에 관한 것이었다. 드디어 디스크로 들어간다. 디스크가 뭔지는 워낙들 많이 알려져 있으니 그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누구나 가지고 있을법한 한가지 의문점을 상기해 본다. 디스크는 왜 뒷 방향으로만 튀어나올까? 간혹 디스크가 옆으로 삐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절대 대부분 디스크는 뒤쪽으로 밀려 나온다. 이거 왜 그럴까?
우린 뒤로 자빠져서 인생의 반을 보낸다
우린 평생의 1/3 동안 잠을 잔다. 나머지 2/3동안 서있거나 앉아서 서로 싸움을 하면서 보낸다. 이걸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의 방향으로 따진다면 2/3는 ‘아래’로 힘을 받고 1/3은 ‘뒤’로 하중을 받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편안한 안락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현대 도시인들에겐 이 비율이 맞지 않는다. 현대 도시인들에게는 서있는 시간보다 앉아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 서서 움직이는 시간이래야 집과 자동차 사이, 자동차와 사무실 사이, 사무실과 식당사이에서의 움직임이 전부다. 나머지 시간은 거의 안락의자나 등받이가 편안한 의자에 앉아계신다. 문제는 이렇게 나쁜자세로 앉아있는 것이 오히려 누워있을 때보다 더 뒤쪽으로 하중이 부하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도시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의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의 비율은 '아래: 뒤 = 1:1'에 근접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 몸은 대처한다
우리들의 척추가 이렇게 집중적으로 두가지 방향으로만 힘을 받고 있다면 우리 몸엔 당연히 그에 걸맞는 조직이 발달해있을 것이다. 물론이다. 아랫쪽으로 힘을 받는 척추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허리엔 디스크라는 조직이 강하게 발달해 있다. 이 디스크는 척추에 유연함을 줄뿐만 아니라 수직의 하중을 완충시키는 구조물이다. 디스크가 있기 때문에 우린 그 무서운 중력을 견디고 허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인생의 반동안 뒤쪽으로 힘을 받는 척추를 보호하기 위해선 어떤 조직이 발달했을까? 척추의 앞뒤엔 강한 인대가 있어서 척추를 붙들어주고 있다. 앞쪽의 전종인대와 뒤쪽의 후종인대다. 척추의 앞쪽을 지지하는 전종인대(anterior longituainal ligament)는 매우 강하고 질기고 치밀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척추의 뒤쪽을 지지하는 후종인대 (posterior longituainal ligament)는 전종인대에 비해 조직의 긴밀도가 떨어지고 얇다. 게다가 척추의 하부, 즉 허리쪽으로 내려갈수록 이 후종인대는 더욱 더 얇아진다.
???
전종인대와 후종인대의 모순
실수로 전종과 후종을 바꿔 쓴 거겠지.. 아니다. 척추를 앞뒤로 지지하는 인대들의 강도는 희한하게도 우리 생각하고 정반대다. 뒷쪽으로 하중이 많이 가니 당연히 척추의 뒤쪽 지지조직이 튼튼해야 하는데 우리 몸은 그 반대로 오히려 앞쪽이 튼튼하고 뒤쪽은 훨씬 약하다. 일생의 거의 반동안 척추는 뒤쪽으로 하중을 받는데 뒤쪽을 지지하는 인대는 오히려 더 약한거다. 이거 참 알 수가 없다.
모든 하중을 아랫쪽(전종인대쪽)으로 받고 있는 네발동물들은 당연히 척추의 전종인대가 단단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직립보행을 함에도 불구하고, 뒤로 자빠져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척추의 전종인대가 훨씬 발달해 있고 후종인대는 약하다. 참 말도 안되는 모순 구조다. 이거 누가 그랬을까?
누가 그랬을까?
전종인대가 강하고 후종인대가 약한, 이 말도 안되는 모순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세(금새x) 풀린다. 복잡할 게 없다. 우리 몸의 진화가 아직 우리 생활의 변화를 따라잡기 못했기 때문이다.
네발보행시대야 당연히 거의 모든 하중을 앞쪽으로 받았으니 전종인대가 강하게 발달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직립보행을 시작한 이후에는 어땠을까? 경천동지할 변화가 있었을까? 하지만 비록 직립을 했어도 척추의 인대에 가해지는 역학구조는 그렇게 엄청나게 바뀌지는 않았다.
직립보행을 시작한 이후 우리 척추중 힘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은 등허리부분이라고 했다. 이 등허리부분의 만곡은 몸의 앞쪽으로 휘어져 있는 모습이다. 즉 수직상태의 척추가 아래위의 하중을 앞쪽으로 분산하고 있는 형태다. 따라서 당연히 하중이 치우치는 앞쪽의 전종인대가 강하고 두꺼워야 한다. 그래서 직립보행을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종인대가 더 강한 것은 이치상 맞다. 그래서 인간 척추의 전종인대가 여전히 강하다.
그런데 불과 수십년 사이에 현대 도시인들의 생활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변화했다. 현대인들은 의자에 깊숙히 파묻혀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발랑 까져 누워 일생의 반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허리는 이렇게 뒤로 자빠지는 생활을 따라잡을 만큼 진화하지 못했다. 척추의 뒤를 받쳐줘야 할 후종인대가 여전히 약한 채로 남아있는 것이다.
디스크가 밀려나오는 건 필연
요통전체를 아우르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으니 일단 디스크만 생각해보기로 하자. 앞서 살펴보았듯이 뒤로 자빠져 있으면, 특히 푹신하게 자빠져있으면 허리의 만곡은 확 펴진다. 이렇게 척추의 만곡이 펴진다는 건 척추간 간극이 뒤쪽으로 벌어진다는 의미이다. 중력의 영향은 아랫방향이다. 따라서 벌어진 뒤쪽 간극으로 말랑말랑한 디스크가 나가려 하는 것은 정한 이치다.
이걸 막으려면 후종인대가 훨씬 발달해서 단단하게 그걸 막아주고 있어야 하는데 희한하게도 허리쪽의 그 인대는 아직 약하고 얇다. 중력에 눌리고 자세에 눌리는 데 막아줘야 할 인대마저 약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디스크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더더욱 편안한 침대와 더더욱 푹신한 침구를 찾아 발랑 뒤집힌 상태에서 더욱 푹- 잠을 자고, 더더욱 안락한 의지를 찾아 더욱 푹- 파묻혀 지낸다. 거기에 더해 많이 쳐먹어 배가 나오고 체중은 늘어났다. 이런 몸뚱아리로 자빠져있거나 의자에 파묻혀있으면 허리 뒤쪽으로 눌리는 하중은 훨씬 더 커진다. 게다가 도통 움직이지조차 않는 생활덕에 인대는 물론 근육마저도 약해져있다. 그래서 허리는 눈꼽만한 충격에도 아프고 불안정하다. 그래서 허리를 조심해야 한다며 더 푹- 쉰다. 이런 상태에서 디스크가 뒤로 안 밀려 나온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누구에게나 디스크 소견
그래서 삼사십대 이상 도시 사무직 근로자들의 허리 MRI를 찍으면 거의 대부분 디스크 소견을 보인다. 믿지 못하겠으면 당장 정형외과에 가서 찍어보시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도시 사무직들의 90%는 허리에 디스크 소견이 나타난다. 물론 상당수는 증상도 없고 문제도 되지 않을 경미한 돌출이다. 이럴 때 양심적인 의사는 전혀 문제 없다고 환자를 안심시키지만, 일부 고약한 의사놈은 이걸 '만성 디스크'라는 해괴한 병명을 붙여 환자에게 겁을 주기도 한다. 당장 증상은 없지만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아무튼.. 현대인들의 이 디스크엔 후종인대의 모순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생활의 변화에 따라 척추의 후종인대도 강하게 발달해 줬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후종인대의 진화는 너무 더디어서 디스크의 돌출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몸과 생활습관과의 심각한 괴리다.
몸과 생활습관과의 괴리는 인간 스스로 자초한 것
후종인대는 아직 직립보행하던 시절, 서서 일하던 그 시절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에서 우린 단서를 하나 발견한다. 후종인대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후종인대는 별로 힘을 받을 일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의자에 앉아 지내고 푹신한 침구에 파묻혀 발랑 뒤집혀 잠을 자는 인간의 버릇은 오래전부터 자연으로부터 허락되거나 습득된 것이 아니라, 최근부터 인간 스스로의 규율과 판단과 필요에 의해 행해진 것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몸과 행동간에 괴리를 설명할 수가 없다.
얘기가 끝도 없이 길어지니 일단 이 얘긴 마무리 한다. 여러분들이 내 의견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 이후의 일은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동의한다면 잠자리 자세나 일상 생활을 바꿔야 하는데, 푹신한 침구에서의 뒤집힌 잠자리와 먹고살기 위한 앉은뱅이 생활은 웬만해선 바꿀 수가 없다.
→ 요통 1 – 내가 혹시 디스크?
→ 요통 2 – 대들보가 기둥으로
→ 요통 3 – 의사들도 모른다
→ 요통 4 – 우린 뒤집혀 잠을 잔다
→ 요통 5 – 디스크는 현대인에게 당연
→ 요통 6 – 부동즉통 동즉불통
→ 요통 7 – 허리 운동법
나는 인간이 뒤집혀 까진 상태로 잠을 자는 것은 전혀 자연의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그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고민하는 중이다. 등을 바닥에 대고 자는 것만이 바른 자세라는 통념이 현대의학 한의학 대체의학 모두를 장악하고 있는 때에, 밑도 끝도 없이 '뒤집힌 것은 나쁘다'라고 관념적인 주장을 하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도 무리이다.
하지만 저마다 자기의 생각과 지식만이 절대진실이라고 믿고 사는 요즈음, 자신들의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이라 웬만해서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하는 마음으로 잠시 의문이라도 가져 보기 바란다. 어떤 방면으로든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나중에 할 얘기를 미리 조금 얘기하자면.. 나는 절대로 '잠자리 자세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수십년간 유지해 온 잠자리 자세를 바꾼다는 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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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는 왜 뒤로만 삐져나올까?
독일병정의 애초 질문내용은 디스크에 관한 것이었다. 드디어 디스크로 들어간다. 디스크가 뭔지는 워낙들 많이 알려져 있으니 그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누구나 가지고 있을법한 한가지 의문점을 상기해 본다. 디스크는 왜 뒷 방향으로만 튀어나올까? 간혹 디스크가 옆으로 삐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절대 대부분 디스크는 뒤쪽으로 밀려 나온다. 이거 왜 그럴까?
우린 뒤로 자빠져서 인생의 반을 보낸다
우린 평생의 1/3 동안 잠을 잔다. 나머지 2/3동안 서있거나 앉아서 서로 싸움을 하면서 보낸다. 이걸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의 방향으로 따진다면 2/3는 ‘아래’로 힘을 받고 1/3은 ‘뒤’로 하중을 받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편안한 안락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현대 도시인들에겐 이 비율이 맞지 않는다. 현대 도시인들에게는 서있는 시간보다 앉아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다. 서서 움직이는 시간이래야 집과 자동차 사이, 자동차와 사무실 사이, 사무실과 식당사이에서의 움직임이 전부다. 나머지 시간은 거의 안락의자나 등받이가 편안한 의자에 앉아계신다. 문제는 이렇게 나쁜자세로 앉아있는 것이 오히려 누워있을 때보다 더 뒤쪽으로 하중이 부하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도시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의 척추에 가해지는 하중의 비율은 '아래: 뒤 = 1:1'에 근접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 몸은 대처한다
우리들의 척추가 이렇게 집중적으로 두가지 방향으로만 힘을 받고 있다면 우리 몸엔 당연히 그에 걸맞는 조직이 발달해있을 것이다. 물론이다. 아랫쪽으로 힘을 받는 척추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허리엔 디스크라는 조직이 강하게 발달해 있다. 이 디스크는 척추에 유연함을 줄뿐만 아니라 수직의 하중을 완충시키는 구조물이다. 디스크가 있기 때문에 우린 그 무서운 중력을 견디고 허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인생의 반동안 뒤쪽으로 힘을 받는 척추를 보호하기 위해선 어떤 조직이 발달했을까? 척추의 앞뒤엔 강한 인대가 있어서 척추를 붙들어주고 있다. 앞쪽의 전종인대와 뒤쪽의 후종인대다. 척추의 앞쪽을 지지하는 전종인대(anterior longituainal ligament)는 매우 강하고 질기고 치밀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척추의 뒤쪽을 지지하는 후종인대 (posterior longituainal ligament)는 전종인대에 비해 조직의 긴밀도가 떨어지고 얇다. 게다가 척추의 하부, 즉 허리쪽으로 내려갈수록 이 후종인대는 더욱 더 얇아진다.
???
전종인대와 후종인대의 모순
실수로 전종과 후종을 바꿔 쓴 거겠지.. 아니다. 척추를 앞뒤로 지지하는 인대들의 강도는 희한하게도 우리 생각하고 정반대다. 뒷쪽으로 하중이 많이 가니 당연히 척추의 뒤쪽 지지조직이 튼튼해야 하는데 우리 몸은 그 반대로 오히려 앞쪽이 튼튼하고 뒤쪽은 훨씬 약하다. 일생의 거의 반동안 척추는 뒤쪽으로 하중을 받는데 뒤쪽을 지지하는 인대는 오히려 더 약한거다. 이거 참 알 수가 없다.
모든 하중을 아랫쪽(전종인대쪽)으로 받고 있는 네발동물들은 당연히 척추의 전종인대가 단단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은 직립보행을 함에도 불구하고, 뒤로 자빠져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척추의 전종인대가 훨씬 발달해 있고 후종인대는 약하다. 참 말도 안되는 모순 구조다. 이거 누가 그랬을까?
누가 그랬을까?
전종인대가 강하고 후종인대가 약한, 이 말도 안되는 모순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세(금새x) 풀린다. 복잡할 게 없다. 우리 몸의 진화가 아직 우리 생활의 변화를 따라잡기 못했기 때문이다.
네발보행시대야 당연히 거의 모든 하중을 앞쪽으로 받았으니 전종인대가 강하게 발달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직립보행을 시작한 이후에는 어땠을까? 경천동지할 변화가 있었을까? 하지만 비록 직립을 했어도 척추의 인대에 가해지는 역학구조는 그렇게 엄청나게 바뀌지는 않았다.
직립보행을 시작한 이후 우리 척추중 힘을 가장 많이 받는 부분은 등허리부분이라고 했다. 이 등허리부분의 만곡은 몸의 앞쪽으로 휘어져 있는 모습이다. 즉 수직상태의 척추가 아래위의 하중을 앞쪽으로 분산하고 있는 형태다. 따라서 당연히 하중이 치우치는 앞쪽의 전종인대가 강하고 두꺼워야 한다. 그래서 직립보행을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종인대가 더 강한 것은 이치상 맞다. 그래서 인간 척추의 전종인대가 여전히 강하다.
그런데 불과 수십년 사이에 현대 도시인들의 생활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변화했다. 현대인들은 의자에 깊숙히 파묻혀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발랑 까져 누워 일생의 반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허리는 이렇게 뒤로 자빠지는 생활을 따라잡을 만큼 진화하지 못했다. 척추의 뒤를 받쳐줘야 할 후종인대가 여전히 약한 채로 남아있는 것이다.
디스크가 밀려나오는 건 필연
요통전체를 아우르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으니 일단 디스크만 생각해보기로 하자. 앞서 살펴보았듯이 뒤로 자빠져 있으면, 특히 푹신하게 자빠져있으면 허리의 만곡은 확 펴진다. 이렇게 척추의 만곡이 펴진다는 건 척추간 간극이 뒤쪽으로 벌어진다는 의미이다. 중력의 영향은 아랫방향이다. 따라서 벌어진 뒤쪽 간극으로 말랑말랑한 디스크가 나가려 하는 것은 정한 이치다.
이걸 막으려면 후종인대가 훨씬 발달해서 단단하게 그걸 막아주고 있어야 하는데 희한하게도 허리쪽의 그 인대는 아직 약하고 얇다. 중력에 눌리고 자세에 눌리는 데 막아줘야 할 인대마저 약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디스크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더더욱 편안한 침대와 더더욱 푹신한 침구를 찾아 발랑 뒤집힌 상태에서 더욱 푹- 잠을 자고, 더더욱 안락한 의지를 찾아 더욱 푹- 파묻혀 지낸다. 거기에 더해 많이 쳐먹어 배가 나오고 체중은 늘어났다. 이런 몸뚱아리로 자빠져있거나 의자에 파묻혀있으면 허리 뒤쪽으로 눌리는 하중은 훨씬 더 커진다. 게다가 도통 움직이지조차 않는 생활덕에 인대는 물론 근육마저도 약해져있다. 그래서 허리는 눈꼽만한 충격에도 아프고 불안정하다. 그래서 허리를 조심해야 한다며 더 푹- 쉰다. 이런 상태에서 디스크가 뒤로 안 밀려 나온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누구에게나 디스크 소견
그래서 삼사십대 이상 도시 사무직 근로자들의 허리 MRI를 찍으면 거의 대부분 디스크 소견을 보인다. 믿지 못하겠으면 당장 정형외과에 가서 찍어보시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도시 사무직들의 90%는 허리에 디스크 소견이 나타난다. 물론 상당수는 증상도 없고 문제도 되지 않을 경미한 돌출이다. 이럴 때 양심적인 의사는 전혀 문제 없다고 환자를 안심시키지만, 일부 고약한 의사놈은 이걸 '만성 디스크'라는 해괴한 병명을 붙여 환자에게 겁을 주기도 한다. 당장 증상은 없지만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아무튼.. 현대인들의 이 디스크엔 후종인대의 모순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생활의 변화에 따라 척추의 후종인대도 강하게 발달해 줬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후종인대의 진화는 너무 더디어서 디스크의 돌출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몸과 생활습관과의 심각한 괴리다.
몸과 생활습관과의 괴리는 인간 스스로 자초한 것
후종인대는 아직 직립보행하던 시절, 서서 일하던 그 시절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에서 우린 단서를 하나 발견한다. 후종인대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후종인대는 별로 힘을 받을 일이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의자에 앉아 지내고 푹신한 침구에 파묻혀 발랑 뒤집혀 잠을 자는 인간의 버릇은 오래전부터 자연으로부터 허락되거나 습득된 것이 아니라, 최근부터 인간 스스로의 규율과 판단과 필요에 의해 행해진 것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몸과 행동간에 괴리를 설명할 수가 없다.
얘기가 끝도 없이 길어지니 일단 이 얘긴 마무리 한다. 여러분들이 내 의견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 이후의 일은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동의한다면 잠자리 자세나 일상 생활을 바꿔야 하는데, 푹신한 침구에서의 뒤집힌 잠자리와 먹고살기 위한 앉은뱅이 생활은 웬만해선 바꿀 수가 없다.
→ 요통 1 – 내가 혹시 디스크?
→ 요통 2 – 대들보가 기둥으로
→ 요통 3 – 의사들도 모른다
→ 요통 4 – 우린 뒤집혀 잠을 잔다
→ 요통 5 – 디스크는 현대인에게 당연
→ 요통 6 – 부동즉통 동즉불통
→ 요통 7 – 허리 운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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