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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요통 3 - 의사들도 모른다. 왜 아픈지

통증이란 '비상벨'이자 '지시등'
이치적으로 따지자면 간단하다.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유해자극이 가해지거나, 이미 조직에 손상이 있어서 몸의 움직임이 손상을 확대시킬 수 있을 때, 이런 때에 인체가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경고성 감각을 느끼게 하는데 이것이 바로 통증 (통각 nociceptive pain)이다. 

손상된 조직으로부터 세포내 내용물이나 손상으로 활성화된 물질들이 발산되면 조직과 세포 주위의 미세 환경이 변하게 된다. 이러한 미세 환경의 변화를 인체가 감지하여 우리는 손상 부위에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 통증으로 인해 우린 통증 부위의 움직임을 스스로 제한하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더 이상의 손상을 방지하게 할뿐만 아니라, 통증이라는 신호로 손상의 회복정도를 감시한다. 

즉, 통증은 위험을 알려주는 ‘비상벨’이자 뭘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는 '지시등'이다.


무거운 걸 들다가 삐끗했거나 운동을 심하게 한 후 허리가 아프다는 건 허리가 다쳤으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소스라치게 아프다는 건 허리 안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움직이지 말라는 뜻이다. 의자에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면 이건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 있지 말라는 뜻이다. 누워서 따뜻하게 좀 쉬면 한결 낫다는 것은 그렇게 제발 좀 누워서 쉬라는 뜻이다.


급성 vs 만성통증
이렇게 이유가 분명하고 급하게 아팠다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통증을 ‘급성통증’이라고 부르는데, 짧게는 3-4주, 길게는 2-3개월이면 저절로 낫는다.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에 위험이나 원인이 제거되면 통증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충분히 시간이 지났는데도 허리가 계속 아프거나, 허리를 다친 사실 자체가 없었음에도 허리가 아프기 시작해서 오래도록 허리가 아픈 경우다. 이건 마치 위험이 제거되었는데도 계속 비상벨이 울리고, 위험자체가 없고 상황이 종료되었는데도 지시등이 계속 켜지는 형국이다. 

현대 통증의학에선 앞의 경우를 만성 통증, 뒤의 경우를 신경병증 통증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중 신경병증은 통각신경 자체의 이상이나 손상 때문에 아픈 거라고 하니 이건 그렇다 치기로 한다. 문제는 바로 만성통증이라는 놈이다. 아무리 뒤져봐도 원인은 없는데 아프긴 계속 아픈 증상이다.

만성통증(Chronic Pain) 이란 의미는 원래 오래도록 아프다는 뜻이지만 솔직히 다른 뜻이 더 있다. 바로 ‘아프긴 아픈데 원인을 모르는 통증’ 이란 의미이다. 아무리 뒤져봐도 원인이 없는데 허리는 계속 아프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이게 만성요통이다. 그런데 의사들은 이 만성요통이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니 말할 수가 없다.

만약 두통의 경우라면 일반인들도 뇌라는 것이 원래 워낙 복잡하다고 알고 있으니 까짓거 ‘만성두통’이라고 해버려도 되지만, 복잡할 것도 없어 보이는 허리 병의 원인을 못 찾아서 만성요통이라고 했다간 환자들은 곧바로 돌팔이새끼..하면서 딴 데로 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거기다 대고 ‘나만 모르는 게 아니구요.. 다른 의사들도 다 몰라요..’ 라고 구차하게 설명하기도 그렇다. 그래서 의사들은 이 만성요통이라고 솔직히 진단하기보다는 복잡한 병명을 뭐든 붙인다.

(이건 비단 의사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정직한 의사가 ‘아무것도 아니니 푹 쉬시면 낫습니다’ 하면 의사를 불신해 버리는 환자들도 문제다. 안심을 하는게 아니라 의심이 가득해 진다. ‘이거 돌팔이 새끼 아냐?’ 그래서 의사들도 어쩔 수 없다.)


요통의 원인이라는 것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요통의 원인이라고 갖다 붙이는 것들이 있는데.. 척추 디스크와 추간 관절의 퇴행성 변화, 디스크 내장증, 디스크의 염증, 척추 디스크의 수핵 탈출과 주변 신경근 자극, 척추관 협착증, 황색인대 비후성 퇴행성 변화, 척추측만증이나 척추전방전위증, 강직성 척추염, 근육이나 인대의 손상, 암등의 전신질환, 골반내 장기의 질환, 위장관이나 대동맥의 질환…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여기에 더하여 스트레스, 담배, 활성산소.. 한이 없다.

이 중 가장 많이 끌어다 대는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디스크이다. 그 동안 얼마나 들 갖다 들이댔었는지 일반인들은 요통이 오래가거나 심하면 십중팔구 ‘혹시 디스크?’ 한다. 한때 요통과 디스크는 거의 동의어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디스크와 요통의 연관관계에 대해 의사들의 의견이 현저하게 갈린다. ‘요통의 대부분은 디스크’라고 주장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디스크와 요통은 거의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의사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둘중 하나는 돌팔이거나 거짓말장이다. 완전히 상반된 주장이기 때문이다. 공부 많이 하신 의사선생님들께서 왜 이러실까? 하지만 허리가 왜 아픈지 원인을 두고 갈팡질팡 의견이 분분한 의사들은 책임이 없다. 현대의학이 아직 요통의 정확한 기전을 아직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증의 기전
우린 당연히 현대의학이 우리 몸에 통증이 발생하는 기전쯤은 당연히 유리알속 들여다 보듯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저러한 자극에 의해, 이러저러한 감각수용체나 전달물질들이, 이러저러한 전달경로를 통해, 이러저러한 전기적 화학적 반응으로 우리가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이 정도쯤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통증의 생리나 병리에 대해서 수많은 가설과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밝혀진 것은 아직 극히 적다. 그 흔한 두통이나 생리통이나 요통이 왜 일어나는지를 아직 생리 병리학적으로 잘 모른다는 뜻이다.

환자의 허리가 아픈 게 도대체 근육 건 인대의 문제인지, 뼈의 문제인지, 디스크의 문제인지 이걸 잘 모른다는 것이다. 설사 아픈 부위를 알았다 손치더라도 근육 건 인대의 염증 때문에 아픈건지, 뼈가 골절되어 아픈건지,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해서 아픈건지 아니면 뭔가 화학적 물질이나 어떤 전기적 신호 때문에 아픈건지 그걸 잘 모른다는 것이다.

통증의 기전에 관해 자세히 들어가면 워낙 복잡한 내용들이라서 우리가 그걸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학자들이 설명하는 통증 기전중 한 부분, '말초에서의 통증 기전'을 잠깐 맛뵈기로 들여다 보자.

[ 조직에 가해진 유해한 기계적 자극, 열 자극, 냉 자극 및 화학적 자극은 그 자체로 유해감수기(nociceptor )를 흥분시킬 수 있다. 유해감수기는 모든 자극에 대하여 다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 손상을 줄 정도로 유해한 자극에 대해서만 반응하는 감수기이다. 통각을 느끼는 유해감수기들은 에너지의 종류-기계적 에너지, 열 에너지, 화학 에너지 등에 특이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조직에 손상을 받을 때 활동을 시작하는 감수기로 유해한 정도가 커질수록 그 활동이 증가한다. 어떤 유해감수기는 평소에는 유해 자극에 반응하지 않지만 염증이 있을 때 활동전압을 발생하는 소위 휴지유해감수기(silent nociceptor)도 있다. 이들은 아마도 관절염의 통증 또는 내장의 통증과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유해감수기는 대개 무수신경(unmyelinated )인 C -섬유나 수초가 얇은(thin myelinated) Aδ-섬유에 연결되어 있으며 그 세포체는 척수후근신경절(dorsal root gan-glion, DRG)에 있다. 유해 자극이 있음을 경고하는 데는 전도 속도가 빠른 Aδ-섬유가 활동하여 날카롭고 경계가 명확한 통각을 느끼게 하고 조직 손상에 뒤따르는 변화는 전도 속도가 느린 C -섬유를 통하여 전달되어 둔하고 경계가 불분명한 통각을 느끼게 된다. DRG에 있는 말초 감각신경들의 세포체는 신경능(neural crest)에서 기원한 거짓단극신경세포(pseudo unipolar neuron)로 하나의 줄기로 나온 섬유는 곧 두 가지로 나뉘어 중추가지는 척수후근이 되어 척수로 흥분을 전달하고 말초가지는 말초감수기와 연결되는 일차 감각신경을 이룬다. DRG세포는 크게 두 군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체의 1/4을 차지하는 크고 밝은 세포들은 유해하지 않은 말초감각을 전달하며 3/4을 이루는 작고 어두운 세포들의 절반이상은 통각을 맡아본다… 후략 ]


통증의 기전은 의사들도 잘 모른다
통증 한가지만 파고드는 전공자가 아니라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사람 별로 없다. 또 알 필요도 없다. 통증의 기전에 관한 이론은 이밖에도 무수하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라는 용어가 수도 없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복잡하게 따질 거 없다. 우린 메세지만 하나 건지면 된다. 여기서.. 첫번째 글에 있었던 요통에 대한 두 병원의 상반된 설명을 다시 보자.

A 병원.. 일반적으로 요통의 발생원인으로 근육의 긴장이나 건의 염좌가 흔한 원인인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요통의 주원인은 추간판 변성으로 인한 경우가 약 40% 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다. B병원..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요통의 원인 가운데 약 1-2% 만이 디스크에 의한 것이다. 진단을 위해서는 진찰과 함께 자기공명영찰영(MRI)나 단층촬영(CT)이 도움이 되지만, 이 검사들은 증상이 없는 환자들을 찍어도 약 30%에서 추간판 탈출증이 있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

의사와 병원들이 도대체 왜 이렇게 제각각 갈팡질팡대는지 이제서야 우린 알게 되었다.
그렇다. 의사들도 요통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들은 의사들에게 수없이 질문을 해 댄다. ‘요기가 오랫동안 아프거든요. 이거 왜 그런거예요? 무릎 바깥쪽이 쓰라린 느낌이 나거든요. 이거 도대체 뭐예요?’ 이에 숙달된 의사는 안다는 표정으로 검사 몇가지를 하고선 병명 하나를 던져준다. 과감각증, 척추 디스크와 추간 관절의 퇴행성 변화, 디스크 내장증, 디스크의 염증, 척추 디스크의 수핵 탈출과 주변 신경근 자극, 척추관 협착증, 황색인대 비후성 퇴행성 변화, 척추측만증이나 척추전방전위증, 강직성 척추염.. 뭐 이런 것들이다.

이런 게 뭔지 일단 의사가 설명을 해주지만 사실 잘 못 알아 듣는다. 하지만 안심은 된다. 드디어 내병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병명을 ‘하사’받았으니 이제부턴 의사 말 잘 듣고 치료 열심히 받으면 빨리 낫겠다고 생각을 한다.


의사들은 잔소리만 할뿐
수도 없이 얘기하는 말이지만.. 병에 걸렸거나 몸이 다쳤을 때 그걸 치료하는 의사는 오직 내 몸안에 있는 그 의사다. 몸 밖의 의사가 하는 건 거의 없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치료라는 것은 내 몸 안의 의사가 활발히 움직일 수 있도록 밖에서 도와주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몸 밖의 의사가 뭘 특별히 어떻게 하는 게 아니다.

급성요통이라면.. 가능한 한 움직이지 말고 안정을 취하고 아픈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내 몸안의 의사가 다 알아서 한다. 만성요통이라면.. 좀 아프더라도 허리 스트레칭과 운동을 꾸준히 하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는 내 몸안의 의사가 다 알아서 한다. 그러나 우린 의사로부터 그럴듯한 병명 하나를 던져 받고, 그래야 하는 것으로 알고 열심히 병원에 다닌다.

하지만 병원에 다녀봐야 다른 거 하나도 없다. 물론 자칫하면 놓칠 수도 있었던 심각한 병을 다행히 의사가 건져낼 수도 있겠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긴 하지만 이건 확률적으로 아주 극히 드물다. 거의 대부분 요통의 경우 의사가 하는 일이란 환자 스스로 해야 할 정을 꾸준하게 할 수 있게 끌어주고, 그 과정중에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일시적인 악화나 부작용등)을 미리 알려줘서 안심하게 해주고, 평소 생활습관과 자세등을 교정하게끔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준다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혹시나' 하는 염려때문에 병원에 다닌다.

허긴 일정부분 이건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의사들의 잔소리를 듣지 않으면 대부분 환자들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에 가서 의사 잔소리를 듣고, 의사에게 쫑코를 먹고, 그래야만 마지못해서라도 운동을 하고 습관을 바꾼다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겠다. 병원다니면서 쓸데없이 돈을 써도 할 수 없다.

근데 의사들의 잔소리에 문제가 하나 있어 보인다.
바로 ‘잠자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 요통 1 – 내가 혹시 디스크?
→ 요통 2 – 대들보가 기둥으로
→ 요통 3 – 의사들도 모른다
→ 요통 4 – 우린 뒤집혀 잠을 잔다
→ 요통 5 – 디스크는 현대인에게 당연
→ 요통 6 – 부동즉통 동즉불통
→ 요통 7 – 허리 운동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