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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요통 4 - 우린 '뒤집혀' 잠을 잔다

앞의 글들에서 난 사람들이 요통으로 고생하는 것은 첫째 직립생활하기 때문이고, 둘째 현대인들이 너무 앉아서 생활하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의사들도 사실은 왜 아픈건지 잘 모른다고 했었다. 오늘은 좁게 말하면 '디스크의 가장 중요한 원인', 넓게 말하면 '요통의 가장 중요한 원인'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이걸 이렇게 따로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 얘기가 일반적인 통설과 완전히 상반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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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 디스크만을 전문으로 하는 한 유명한 병원(지금 미국 LA에도 진출해서 요란하게 광고중이다)에서 척추질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면환경조사의 결과라며 발표한 게 있었다.

“척추 건강에 가장 좋은 반듯한 수면자세(차렷형)로 자는 환자는 24.6%에 불과하고 나머지 73%는 척추에 무리가 갈 수 있는 태아형(29.4%)과 만세형(17.3%), 옆으로 나란히 형(13.9%), 자유낙하형(10.8%), 통나무형(2.6%) 등의 자세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척추 건강에 가장 좋은’이라는 말과 ‘척추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반듯하게 얼굴을 하늘을 향한 자세를 ‘척추 건강에 가장 좋은 자세’ 라고 규정짓고 그 외의 자세는 모두 ‘척추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이라고 분류해버렸다.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비단 이 병원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병원과 의사들이 뒷통수와 등을 바닥에 대고 똑바로 누워서 자는 것이 좋은 잠자리 자세라고 얘기를 한다. 과연 이들의 주장이 맞는 말일까? 


뒤집어 까져 잠을 자는 동물, 인간
동물중에서 인간만이 독특하게 하는 행동이나 습관이 어떤 게 있을까? 직립보행한다.. 땀을 흘린다.. 웃는다.. 마주보고 섹스를 한다..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잠자는 자세’도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짓는 독특한 모습중의 하나일 것이다. 잠자는 자세..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동물들은 모두 엎드려서 잠을 자는데 비해 인간만은 그들과 반대의 자세로 잠을 잔다. 즉 인간들만 희한하게도 발랑 뒤집어져서 잔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자세를 좋은 수면자세라며 사람들에게 권장한다. 하지만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니 동의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난 이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발랑 뒤로 까뒤집어진’ 자세는 자연의 이치에 전혀 맞지 않는 아주 극단적인 자세이다.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자연상태에서 뒷통수와 등을 바닥에 대고, 얼굴과 목과 복부를 노출한 채 팔다리를 땅과 반대방향에 놓은 자세로 잠을 잔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하지만 인류가 이제 그런 위험에서 해방되었으니 그렇게 발랑 까뒤집어져서 ‘편하게’ 자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냐고? 좋다.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아무리 그런 위험에서 해방되었다고 해도 인간이 그렇게 뒤집어 까고 자는 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추론할 수 있는 건 한가지다. 직립보행으로 인간 신체의 구조가 변했기 때문에 잠도 이렇게 뒤집어 까고 자야 했을 거라는 추론이다. 그럴 듯 하다. 직립보행하는 인간의 신체구조에 과연 이 자세가 적합한 잠자리 자세인지 그걸 알아보자. 


엎드리는 게 본능
갓난아기들은 아직 본능이 지배하는 상태다. 그래서 아기들의 잠자리를 살펴보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육아 전문가들은 갓난아이를 등을 바닥에 대고 눕히게 한다. 그렇게 뒤집어 까서 눕히는 걸 ‘바르게 눕히기’ 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하라는 이유 중 하나가 돌연사의 위험때문이라는데 엎드려 자다가 가끔 질식해서 죽는 아기가 있다나. 아무튼 아기들은 이렇게 바로 눕히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자세가 아기들이 진정 원하는 자세일지 아닐지 차근차근 이치를 따져보자.

어린 아기들을 반듯하게 눕혀놓으면 공통적으로 똑 같은 자세를 취한다. 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고개가 아플까봐 그 고개를 바로 잡아준다. 그런데도 아기들은 곧 다시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아기들이 왜 이렇게 반항할까? 간단하다. 뒤집어까져 있는 그 자세가 아기들에게 뭔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아기들이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있는 것은 자세를 바꾸려고 하는 본능적인 행동이다.

아기들이 도대체 뭘 원하는 거였는지는 조금만 자라면 확실히 안다. 아기들은 엎드려 누워 놀기를 좋아하며, 부모가 억지로 뒤집어 까놓지 않는 한 반드시 엎드려 누워 잠을 잔다. 물론 자다보면 별의별 자세가 다 나온다. 건강하다는 증거다. 아무튼 아기들이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던 건, 발랑 까뒤집혀있는 자세가 불편하니 자세를 바꿔달라는 요구였었다.

엎드리는 게 본능이라는 증거는 커서도 많다.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는 게 아닌 한 인간은 쓰러질 때 반드시 앞으로 고꾸라진다. 무게중심이 앞에 있기 때문이다. 근력이 심각하게 약화된 노인이나 막 걷기 시작한 어린아이들은 어쩌다가 뒤로 넘어질 수도 있지만 정상적인 경우라면 반드시 앞으로 넘어진다. 또 물에 빠져 죽은 시체를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엎어진 자세다. 인간 본능의 자세는 엎드린 자세임은 분명하다.


척추만곡과 잠자리 자세
맞는 얘기인 듯도 하지만 뭔가 과학적이지는 않는 느낌이라고? 그렇다면 이번에는 조금 그럴듯하게 들어가 보자. 잠자리 자세와 척추 만곡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인간은 옆에서 보아 4개의 척추 커브를 가지고 있다. 이 커브를 만곡이라고 한다. 위로부터 경부만곡(목 cervical curvature), 흉부만곡 (등 thoracic curvature), 요부만곡(허리 lumbar curvature), 천미만곡(꼬리뼈 sacrococcygeal curvature)이 있다.

만곡이 두개뿐인 다른 동물에 비해 만곡이 네개나 되는 인간의 척추는 상당히 울퉁불퉁하다. 이런 울퉁불퉁한 척추만곡을 가진 인간이 발랑 뒤집어 누우면 어떻게 될까?

척추는 등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자세에선 척추들이 직접적으로 바닥에 닿는다.

(푹신푹신한 앞쪽을 두고 뼈가 울퉁불퉁 튀어나와있는 뒤쪽으로 눕는다는 것부터 일단 이해가 안된다. 게다가 척추의 뒷쪽엔 돌기가 튀어나와 있기때문에 뒤로 누우면 이 돌기들이 먼저 닿는다. 존나 아플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러면서 앞쪽(그림으론 윗쪽)의 모든 체중이 척추를 누르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척추의 만곡에도 영향이 온다. 하늘쪽을 향한 만곡(목, 허리)은 눌려서 뒤로 처지고, 땅쪽을 향한 만곡(등, 엉덩이)은 눌려서 펴지는 것이다. 즉 이런 자세로 오래 누워있으면 원래 척추가 가지고 있는 모든 굴곡들이 전체적으로 밋밋하게 되는 힘을 계속적으로 받는다.

이거 이상하다. 기껏 직립보행한다고 구불구불 만곡을 만들어 놨는데 자는 동안 왜 이걸 도로 다 펴려는 것일까? 하지만 다행이다. 설사 이런 자세라 할지라도 바닥이 편평하고 단단하다면 괜찮기 때문이다. 등과 엉덩이가 바닥에 닿으면서 그 중간부분이 아치를 이루어 만곡을 그대로 유지한다. 또 바닥이 단단하면 등이 금새 아파지기 때문에 이 자세를 오래 취하지도 못한다. 무의식중에 이리 뒤집었다가 저리 뒤집었다가 하게 마련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는 우리가 잠자리 환경이 바뀌었을 때를 상상해보면 때 금새 안다. 오랫동안 침대생활을 하던 현대인들이 오랜만에 휴가나 고향집에 가서 옛날식 이부자리에서 잠을 자려하면 누구나 똑같이 받는 느낌이 있다. 허리가 공중에 붕 떠 있다는 느낌, 이거 영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래서 그 불편함 때문에 밤새 뒤척거리게 마련이고 아침에 일어나도 등과 허리가 아프고 온 몸이 뻐근하다.


편하디 편한 잠자리가 요통의 근본 원인
하지만 요즈음 우리들은 그런데서 잠을 자지 않는다. 자연상태엔 절대 존재하지 않는 그런 푹신한 바닥에서 베개와 침구에 폭 파묻혀서 잔다. 푹신한 침대에서 자면 허리가 붕 뜨지 않고 바닥에 착 붙는다. 그래서 자는 동안 별로 뒤척이지도 않고 자세의 변화도 별로 없이 등을 댄 그 채로 아침까지 푹 잔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자. 과연 어떤 게 우리 허리에 더 좋을까? 한번 침대에 누우면 워낙 편해서 아침까지 거의 같은 자세로 퍼질러 자는 게 좋을까, 아니면 바닥이 불편해서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뒤척이면서 자는 게 좋을까?

편안한 침대에 똑바로 누워서 자세의 변화없이 오랫동안 잠을 잔다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허리의 만곡이 반대방향으로 하중을 받아 뒤쪽으로 좍 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원래의 굴곡이 없어지게끔 허리가 뒤쪽으로 편평하게 펴진 상태에서 여덟시간 잠을 자면.. 과연 우리 척추에 좋은 영향을 줄까?

허리가 아픈 가장 큰 원인은 다른게 아니라 어쩌면 이 잠자리 자세, 발랑 뒤집혀 자는 이 자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요통 1 – 내가 혹시 디스크?
→ 요통 2 – 대들보가 기둥으로
→ 요통 3 – 의사들도 모른다
→ 요통 4 – 우린 뒤집혀 잠을 잔다
→ 요통 5 – 디스크는 현대인에게 당연
→ 요통 6 – 부동즉통 동즉불통
→ 요통 7 – 허리 운동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