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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학

요통 6 - 不動卽痛 動卽不痛 (부동즉통, 동즉불통)

양심적인 정형외과 의사들은 요통과 허리 디스크에 대해 이렇게 정리를 해준다.
‘심한 요통환자 열명중 한명 정도가 디스크에 의한 통증이고, 그 디스크 환자 열명중 한명만이 수술을 필요로 한다.’ 이걸 더 솔직하게 풀어 쓰면 이렇게 된다. ‘심한 요통환자 백명중 한명 정도만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나머지 아흔아홉명은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


반드시 병원에 가야할 요통환자들도 분명히 있기는 있다. 너무 극심한 통증때문에 일상생활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다리가 너무 저려서 보행자체가 안되거나, 저절로 대소변을 지리거나.. 이런 사람들은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병원을 찾아야 할만큼 심한 증상을 가진 사람은 매우 드물다.

요통환자의 대부분은 아프긴 아프지만 이럴 정도는 아니고, 다만 그렇게 될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인터넷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중이다. 혹시나 요통치료에 눈이 번쩍 뜨일만한 비법이 있는가 하고. 괜찮은 방법을 찾아서 그렇게 해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효과가 전혀 없었거나 아니면 더 아파졌다. 그래서 포기했다. 

요통을 이해해야 한다. 세상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지만 요통에 있어서도 이해 없이 치료 실천을 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글이 마냥 길어지고 있다. ^^


不通卽痛 通卽不痛  (불통즉통 통즉불통) - 안 통하면 아프고, 통하면 안 아프다. 
예로부터 통증을 설명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바로 不通卽痛 通卽不痛 이다. ‘안 통하면 아프고, 통하면 안 아프다’ 라는 말이다. 어감에서 보듯 이 말은 한의학에서 나온 말이다. 당연히 기혈이 어쩌고 어혈이 저쩌고하는 고리타분한 말이다. 하지만 고리타분하다고 무시할 말이 아니다. 다른 통증은 모르겠지만 허리통증만을 놓고 본다면 이것만큼 요통을 잘 표현한 말은 없다고 본다.

허리가 아파서 마사지를 받았더니 좀 낫다. 통했기 때문이다. 허리가 아파서 찜질을 했더니 좀 낫다. 통했기 때문이다. 허리가 아파서 침을 맞았더니 좀 낫다. 통했기 때문이다. 허리가 아파서 피를 뽑았더니 좀 낫다. 통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허리가 아파서 진통제를 먹었더니 좀 낫다. 이것 역시 통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통했다는 그 실체가 무엇이냐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게 혈액이든, 화학물질이든, 전기신호이든, 아니면 그 어떤 다른 것이든 상관없다. 어떤 방법을 써서든 그 부위를 통하게 하면 통증은 사라진다.


의사들은 운동을 권한다

그럼 통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진통소염제? 스테로이드? 부항? 물리치료? 찜질? 수술?.. 뭐니뭐니해도 모든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최고의 방법은 운동이다. 아무리 돈에 눈이 먼 의사라 할지라도 이걸 부인하지는 않는다. '운동하지 않으면 허리병 안 나아요'

실제로 의학적으로도 근골격계의 부상치유에 운동이 차지하는 비율을 90% 정도로 본다. 이말은 병원에서 이것저것 하는 건 그냥 치료비를 청구하기 위해 뭔가 하는 척하는 것일뿐, 실질적으로 허리통증을 치유시키는 것은 환자 스스로의 운동이라는 걸 의사들도 인정한다는 거다. 

허리병이 낫기 위해선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의학의 공통적인 권유사항이다.운동을 해야 허리병을 예방할 수 있고, 운동을 해야 허리병이 낫는다. 이는 약간 아프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움직일만 하면 움직여야 허리병이 낫는다.


? 아프면 움직이지 말라며?
만약 예전부터 이 블로그를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번쩍 들 것이다. 예전에 손목 삔거를 얘기할 때 내가 이런 말을 했었다. ‘푹 쉬어야 낫는다.’ 근데 이렇게 말할 땐 언제고 이번엔 아파도 움직이랜다. 또 얼마전엔 ‘통증은 비상벨 혹은 지시등’이라고 하면서 아직 통증이 있다는 것은 아직 문제가 있으니 움직이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래 놓고 이번엔 아파도 움직이랜다. ??? 말의 앞뒤가 안 맞는다. 쉬어야 낫는다고 해놓고.. 아프면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고 해놓고.. 아프더라도 운동을 하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맞다. 부상이나 과사용으로 인해 ‘조직손상’이 있는 경우엔 무조건 쉬어야 한다. 드라이버를 무리하게 휘두르다가 허리를 삐었다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일단 손상된 부분이 어느 정도 아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나쁜 자세로 마우스나 키보드를 과도하게 사용하다가 손목이 아프다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손상된 부분이 어느 정도 아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꼭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건 지난번 손목에 관한 글에서도 분명히 밝혔었다. 급한 손상이 어느정도 아물면 그때부턴 반드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손상된 부위의 치유가 완성되고, 주변 근육을 강화시켜 부상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움직여야 하나
그렇다면 언제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면 되는 것일까?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한 인대나 건의 손상이라면 어느정도 치유되는데 최소 두어달 이상 걸릴 것이고, 바깥쪽 근육의 문제라면 어느정도 치유되는데 서너주정도 걸릴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회복되는 기간이 다를 것이므로 이걸 일률적으로 기간으로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시기 선택의 방법은 '슬슬 움직여 봤을 때 찌르는 듯한 통증만 없다면 그때부턴 움직여도 된다'고 보면 무방하겠다. 

그러나 요통에 있어서는 이게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요통엔 운동이 최고'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봤다. 그래서 어느정도 움직일 만 하게 되었을 때 누구나 운동을 하려고는 하지만 막상 운동을 시작해보면 너무 아프고 오히려 더 아파진다는 느낌이 오는 것이다. 이거 참 문제다.


허리통증은 불가사의 
다른 분위의 통증과는 달리 허리통증은 그 원인부터가 다르다. 다른 부위들은 부상이나 과사용처럼 확실한 원인에 의해서 통증이 시작되지만 허리는 그렇지 않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허리가 아픈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그리고 또 마냥 아프다. 이거 왜 그럴까?

현대 도시생활인들의 몸 근육에서 허리처럼 움직임이 적은 부위는 없다. 움직임이 많으라고 강한 척추와 강한 근육이 주어졌건만 현대인들은 의외로 그 허리를 움직일 기회가 거의 없다. 현대인들은 허리라는 걸 '움직이기 용도'보다는 '퍼져 있거'나 '버티기 용도'로 주로 쓴다. 

당기고 풀고 끌어댕기고 풀고를 반복해야 할 것을, 반나절은 이쪽으로 끌어 댕기기만 하다가, 또 남은 반나절은 저쪽으로 끌어댕기기만 한다. 또 반나절을 퍼져 늘어져 있더니, 남은 반나절도 퍼져 늘어져있다. 허리가 아픈 원죄는 바로 이것이다. 현대인들이 원체 허리를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 점.

그래서 요통에선 손상원인이나 손상부위가 잘 나오지 않는다. 의학적으로 기승전결이 잘 안 맞아 떨어진다. 디스크가 심각한데도 요통이 전혀 없는가 하면, 별의별 검사를 다해봐도 멀쩡한데 허리는 죽을 듯 아프다. 척추에 심각한 변형이 있는데도 말짱한가 하면, 엑스레이로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크랙때문에 심한 요통이 오기도 한다. 요통은 참 불가사의하다. 하지만 자연의 이치를 살펴보고 현실을 돌아보면 요통의 정체는 의외로 쉽게 보인다.

及使用 症候群
요통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요통은 及使用 症候群이다. 물론 내가 만든 말이다. 過使用 症候群의 반대말이다. 너무 안 써서 생긴 병이란 뜻이다. 허리병의 첫번째 원인은 바로 약한 근육이다.

회초리 얘기.. 한개는 금새 부러지지만 여러개를 모아 놓으면 부러지지 않는다는 뭐 그 얘기. 약한 근육이 요통을 유발하는 게 이와 똑같다. 근육이 많고 튼튼하면 외부의 자극에 끄덕도 하지 않는데, 근육이 적고 약하면 외부의 자극에 쉽게 손상을 입는다. 근육만이 아니라 때로는 속에 있는 건과 인대까지도 당한다. 손상을 입으면 치유하기 위해 염증이 생기고 그러면 아프다. 이게 바로 툭하면 허리가 삐고, 한번 삐면 이불에서 일어나기도 힘들고 화장실 가기도 힘든 사람들이다. 근육이 가뜩이나 없는데 그게 다치니 대체할 게 없어 그렇게 허리병신이 되어 자빠져버리는 거다. 
 
緊張 症候群
하루 24시간 잘못된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이완할 틈이 없어 생긴 병이란 뜻이다. 낮에도 앉아 있느라 허리가 경직되어 있고, 밤에 누워있으면서도 허리가 경직되어 있다. 허리병의 두번째 원인은 바로 경직된 근육이다. 너무 아플 때 근육 이완제를 먹으면 허리의 통증이 경감되는 것이 바로 긴장된 허리 근육을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不動卽痛 動卽不痛 - 안 움직여서 아프고, 움직이면 안 아프다.
이 근육의 약화와 근육의 경직이란 건 원인이 한가지이다. 허리를 도통 움직이질 않아서 그렇다. 따라서 허리병이 원인은 한가지로 귀결된다. 안 움직여서 그렇다. 근육을 많이 움직이면 근육이 강화되고 근육이 이완된다. 그렇게 되면 허리통증은 자연히 없어진다.

허리병의 설명에 딱 들어맞는다는 不通卽痛 通卽不痛 을 더 현실감 있게 바꿨다.
不動卽痛 動卽不痛 즉, 움직이지 않으면 아프고, 움직이면 안 아프다.


그러니까.. 언제부터 움직이면 되냐고
의사들 입장에서도 환자가 언제부터 운동을 시작하면 되는지 판단하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의사들은 애매하게 말한다. 죽을만큼 아프지 않으면 조금씩이라도 움직이세요.. 움직일 만 하면 움직이는 게 좋아요..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순간인데 뭐라 정확히 말하기가 어렵다. 그냥 이렇게 정하자. 움직였더니 아직 칼로 찌르듯 아프다면 아직 꼼짝 말고 있고, 움직였더니 아프긴 아픈데 그냥저냥 참을만 하다면 그때가 바로 운동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하자.

자.. 그럼 어떻게 움직이는 게 좋을까.


→ 요통 1 – 내가 혹시 디스크?
→ 요통 2 – 대들보가 기둥으로
→ 요통 3 – 의사들도 모른다
→ 요통 4 – 우린 뒤집혀 잠을 잔다
→ 요통 5 – 디스크는 현대인에게 당연
→ 요통 6 – 부동즉통 동즉불통
→ 요통 7 – 허리 운동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