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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운칠기삼 3 - 사주팔자는 인생의 설계도?

똥묻고 시궁창 발담궈 찝찝한 상태지만.. 모른척 꾹 참고 열심히 길을 가면 앞으로 나타나는 자그마한 산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하나씩 하나씩 넘게 된다. 그러면서 조금씩 전체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명리학이 ‘이해’ 되기 시작한다. 무조건 외우는 게 아니라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분석’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응용’이 되기 시작한다.

秘術들도 있다. 어떤넘은 사주팔자만 보고 배우자의 나이를 100% 맞히기도 하고, 병에 걸려 고생하는 기간이나 죽을날을 정확히 짚어내기도 한다. 나 같은 완전 초심자의 견지에선 사실 이런 것들이 명리학의 범주가 아닌 것으로 생각되기는 하지만 좌우간 이렇게 맞히는 넘들이 실제로 있다.


여덟글자(八字)는 그 사람의 타고난 ‘성품과 숙명’을 나타내고,
그 八字로 찾아내는 大運은 평생 그가 ‘걸어가는 길’을 나타낸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걸 나도 안다. 근데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정해져 있고 그게 실제로 맞는다. 그 중 특히, 개인의 성품과 그가 걸어갈 길(운)은 도저히 비켜 갈 수가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비켜가는 사람이 혹시 있을런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봐온 사람들중에선 없었다.


그러면 사주팔자가 사람의 운명을 어느정도 지배하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명리학자들은 그 구성을 부모덕 25%, 내 성품과 운명 25% 그리고 환경 25%, 자신의 노력25% 정도로 본다. 즉 불변요소 50%와 가변요소 50%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해진 성품과 숙명’이 30%, 運이 40%, 그 나머지 태어난 환경, 교육, 스스로의 노력등이 30% 정도 좌우한다고 본다. 그래서 운칠기삼이라느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사주팔자가 일치하는 쌍둥이의 운명도 마지막 30%의 차이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라고 본다. (간지학이니 뭐니하는 이름으로 이 변화할 수 있는 노력부분을 중시하는 운명학도 있다) 사주발자와 사람의 인생을 다른 비유로 설명해 보자. 사람의 인생을 여행길이라고 한다면

1. 정해진 성품은 끝까지 타고 가야 할 자동차(그랜저 or 티코..)
2. 숙명은 목적지(부산 or 강릉..)
3. 運은 도로의 상태(8차선 고속도로, 울퉁불퉁 산길 - 月運 年運)와 방향(부산 or 강릉 - 大運)
4. 그리고 나머지 요소들이 운전습관, 자동차정비등등.

여행길에 중요하지 않은게 없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마도 내가 가야 할 목적지와 지금 가는 방향과의 일치여부일 것이다. 부산으로 가야 하는데 차가 백두산을 향해 달리고 있다면 그 그 여행길은 뻔할 것이다. 가야할 목적지로 제대로 향하고만 있다면, 차가 좀 작고 성능이 떨어져도, 지금 달리는 길이 자갈밭 길이라도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에 일단 여행의 목표는 달성한다.따라서 사람의 인생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대운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한편, 대운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그 사람의 성품이다. 숙명은 모르지만 성품은 거의 그대로 유리알처럼 드러난다. 또 명리학 범주는 아니고 相의 범주이긴 하지만.. 살아가면서 경험상 터득한 것은.. ‘사람은 누구나 생긴대로 논다’ 이거 절대불변의 진리다. 얼굴은 ‘얼’의 ‘꼴’이다. 속일 수가 없다. 범죄형 얼굴에 인간성 좋은 넘 평생 한번 못봤고 (이런넘들중에 머리가 좋은 넘은 노력을 많이 한다. 인간성 좋게 보이려고..그러나 역시 결국은 드러난다) ‘생긴대로 노는 것’이나 ‘팔자대로 사는 것’이나 똑같은 맥락이다.

그리 오래 살지도 않았고, 그리 많은 사람들을 경험해 본 것도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결론은 ‘운명은 좀체로 바꿀 수 없다’ 이다. 그래서 ‘팔자도망은 못 간다’ 라고 했었나 보다.

이런 숙명론은 때론 절망적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착하게 산다고 다 잘 살지는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뭔가가 자꾸 비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어떤 무책임한 점술가가 ‘너는 평생 이러다 죽을거야’ 라고 말을 한다면 그는 절망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사람들 중 상당수는 종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 암담한 미래를 듣고 정상적으로 견뎌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 숙명론은 유쾌하다.
자기의 그릇크기를 인정하는 사람은 욕심이란 것이 아무 부질없는 것이라는 걸 안다. 고질적 당뇨, 고혈압등에 시달리는 사람들 중의 상당수가 바로 이 ‘자기 그릇’과 ‘기대치-욕심’의 괴리로 괴로워한다. 내 그릇에 맞게 생활하면 될 것을, 결코 이루어낼 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으로 몸을 불사르니 그 火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 火가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고 그 마음이 또 당뇨를 부르고 고혈압을 부르고 고지혈증을 부른다.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改運 혹은 開運이라는 현혹에 빠진다. 어떻게든 내 숙명을 바꿔보고자 애를 쓴다. 개운(開運)은 도가의 의식(儀式) 이다. 자신의 조상신계(祖上神界)에 올리는 의식이다. 수명(壽命)과 복록(福祿)은 조상께서 내려주시는 절대적인 권한이라고 생각한다. 육십갑자를 세세히 풀어 개운사주를 정하고 신표(神標)인 개운판을 제작한다. 길일을 안택하여 의식을 거행한다. 의식을 마치면 개운을 의뢰한 사람은 개운판을 집에 가져가서 보관하기 좋은 장소에 모셔놓고, 21일간 평화롭고 긍정적인 마음자세로 생활한다. 아울러 이 기간동안 고요한 시간을 정해 전수 받은 '반천절'을 아홉 번씩 행하고 기도문[呪文]을 21독, 혹은 100독씩 외운다. 개운의식을 한 후 21일이 지나면서, 운이 서서히 바뀐다고 한다. 21일 안에 좋은 꿈을 꾸는 등 특이한 영적인 체험을 하는 경우가 많고, 문제가 있었다면 해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한다. 특히 ‘마음이 편안해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확신이 서는 걸 느끼게 된다’고 한다.

근데 이거 믿거나 말거나다. 개운하고 나서 인생이 진짜 달라졌다는 사람.. 없다. 잠시 마음만 ‘개운할’ 뿐이다. 윗글 마지막 줄대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확신이 서는 걸 느끼게 된다’ 이거 하나인 것 같다.

그렇다면 정해진 운명은 절대로 못 바꾸고 그냥 그러려니..하면서 숙명적으로 살아가야만 하나?
그렇지 않다. 방법이 있다.


→ 운칠기삼 1 – 동양오술
→ 운칠기삼 2 – 명리학
→ 운칠기삼 3 – 인생의 설계도?
→ 운칠기삼 4 – 운명은 바꿀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