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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배신 1 - 줄기세포 공방을 보며

공범 A, B가 체포됐다. 심문은 각각 따로 하되 이런 조건이 주어진다.

1. 둘 다 모두 서로 공범임을 자백하면 각각 5년형,
2. 두 사람 다 침묵하면 둘 다 각각 1년형,
3. 한 사람은 자백하고 한 사람이 침묵하면, 자백한 사람은 무죄 석방, 침묵한 사람은 종신형.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먼저 A 입장에서 보자. 최선의 선택은 둘다 침묵을 지켜 1년씩 살고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려 해도 만약 B가 자백해 버리면, 괜히 나 혼자만 종신형을 받게 된다. 나도 자백을 하는게 여러가지로 유리하다.

B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해서 자백을 했다면 둘다 5년형을 받는다. 설사 B가 의리를 지켜 침묵했다 하더라도, 내가 자백하면 무죄석방이다. 내가 자백을 하는 것이 여러가지로 안전하다.


이런 조건하에서는 언제나 둘다 자백하는 선택을 한다. 이렇게 항상 각각 5년형을 받게 된다. 가장 최선의 선택은 둘 다 침묵해서 각각 1년형을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이게 ‘죄수의 딜레마’ 다. 서로 믿으면 서로 좋으련만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를 믿지 못하고 내 안위를위해 배신을 하게 되는 것.


또, 가능성이 높은 다른 상황이 있다.

4. 자기 혼자만의 단독범행이라고 자백한다.
5. 나는 결백하고 상대방만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을 한다.


1의 경우는 주로 조직폭력배나 그외 거룩한(?) 결사조직의 세계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체포된 운동원이나 조직원은 좀처럼 공범을 불지 않고 오히려 자기 혼자만의 단독범행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동료를 배신하거나 상부의 지시에 불복종하고 혼자 석방되어봤자 반드시 더 큰 잔인하고 처절한 응징을 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국가나 민족과 관련된 경우는 국가에 대한 충성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2의 경우는 어떨까? 배신에 대한 조직의 처절한 응징이 없거나, 죽음 이후 신으로부터의 응징이 없다고 믿는다면.. 거의 모든 현실세계에서의 상황이 아닐까 싶다. 

황우석과 노성일의 이전투구를 지켜보면서 그저 참담한 심정으로 그들의 진실공방전의 전개과정을 보고만 있다. 전문적 지식이 없으니 그들의 주장이 뭐가 사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알 수도 없다. 그저 바라보며 참담해 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줄기세포연구를 반대하지만, 그것이 지구촌 생명과학의 대세라면 국가의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가 먼저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는 이상한 위치에 있기는 하다.

또 이번 사건으로 한국과학계가 죽는날이 될지 아니면 자정능력을 평가받아 새로 태어나는 날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단기적 손실’과 ‘장기적인 이익’을 함께 가져다 주리라고 믿기 때문에 그쪽 차원으로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나라가 두쪽으로 나뉘어 이념싸움으로 번지는 것이 보기에 역겨울 뿐이며 이렇게 나라를 결딴나든 말든 더러운 싸움을 벌이는 그 두사람 사이의 애증의 역사가 궁금할 뿐이다.



영웅주의에 몰입되어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그저 ‘빛’만을 좇았을 수도 있는 황우석..
모든 관심이 황우석에게로만 쏠리는 데에 따른 심한 박탈감으로 괴로워했을 노성일..

과학자의 양심을 버리고 행동하는 황우석과 토사구팽 당했다고 혹은 그 어떤 불안감에 나만 살겠다고 나라를 결딴내려 하는 노성일..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그 어떤 거창한 것들보다는 단지 지극히 개인적인 영달에 기초하여 결딴이 난다는 것은 마흔쯤 넘은 사람이면 누구나 체득하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 두사람이 서로의 배신에 치를 떨며 저질 나몰라라 복수극을 벌이는 그 뒷면에 복잡하게 깔려있을 개인적인 갈등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이다.

배신이 뭘까?


→ 배신 1 – 줄기세포 공방
→ 배신 2 – 나만 살기위한 저열한 행위?
→ 배신 3 – 동물의 본능싸움, 황우석 노성일
→ 배신 4 – 배신은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