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팡생각

운칠기삼 2 - 명리학 입문

四柱八字는 알다시피 태어난 년월일시(네 기둥)을 여덟글자로 표시한 것이다. 그 여덟글자에 내 인생의 모든 비밀이 담겨 있다고? 상식적으론 이말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동양철학을 배우는 사람은 제일 먼저 天干地支와 만나게 된다.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 가 十(10)天干 이고,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 가 十二(12)地支 이다.

時단위 이상의 모든 순간들은 모두 이 천간지지로 표시된다. 왜 그렇게 표현되는지는 궁리에 궁리를 더 해봐도 알 길이 없다. 천간은 하늘의 기운이고 지지는 그 기운을 받은 땅의 변화라는데 이것들이 일정한 사이클을 두고서 반복하는 것을 옛사람들은 간파했었나보다. 一以貫之, 웬만한 건 한동안 궁리를 하면 어느정도 윤곽이 잡히건만.. 이건 감조차 잡을 수가 없다. 명리학이 아직까지 미신으로 취급당하는 이유가 바로 이 천간지지에 관한 부분이다. 때와 날과 달과 해를 전부 이 십간지지로 표시하고 여기서부터 이걸 가지고 모든 얘기들을 풀어나가는데.. 가장 근본이 되는 이것을 도대체 설명할 길이 없는 것이다.

어떤 천문학적 관찰에 의해 2005년이 乙酉년이 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고, 언제를 기점으로 甲子시가 시작되었는지 어떤 기운의 차이로 인해 甲子일, 甲子월이 시작되었는지 영원한 수수께끼인 것이다. 사주팔자의 가장 근본인 천간지지가 이렇게 미스터리에 싸여 있으니 공부를 막 시작한 사람들은 막막할 따름이다. 이 산을 넘지 않고 돌아서 가자니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가 아닐 듯 하고 그렇다고 그 산을 넘자고 들자니 단 한발짝조차 옮겨지질 않으니 참 난감하다.

아마 예전에 무지막지하게 전지전능한 도인 한분이 가만히 하늘을 응시하며 기운을 살피건대 지금 이 시간 하늘에 솟구치는 木의 기운이 있는데 그 중 甲木의 기운이 충만하고.. 땅의 기운을 가만히 살피건대 응축된 水의 기운이 넘치는데 그 중 子水의 기운이 충만함을 아시고.. 지금 이 시간이 甲子시구나..하시고.. 앞으로 이렇게 五行의 흐름대로 세상은 돌아가리라고 기록해 두신 모양이다. 다행이다 그런게 남아 있어서. 만세력의 시조이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같은 싸이클로 돌아가면 간단해서 좋으련만, 하늘의 기운은 ‘열가지’로 돌아가고, 땅의 기운은 ‘열두가지’로 돌아가니 年만 따져도 갑자을축.. 60바퀴를 돌아야 다시 제자리로 온다. 이게 환갑이다 還甲? 環甲?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거기에 월, 일, 시까지 합해져 그 바퀴들 네개가 맞 물려서 서로 돌아가면..

'''
더 이상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쟁쟁한 선현을 비롯 모든 사람들이 더 이상의 窮理를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이 산은 그냥 슬쩍 돌아간다.

똥싼 바지 그대로 입고 집밖에 나선 듯, 찝찝하지만.. 큰산 하나를 슬쩍 돌아서 비켜왔다.
하지만 곧바로 두번째 산이 또 닥친다.

지금은.. 乙酉년 壬午월 甲子일 癸酉시 이다.
이게 바로 지금 이순간 하늘과 땅에 흐르는 기운을 표시한 것이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가 있다면 이 기운을 받으면서 태어나고, 엄마 뱃속에서 이미 만들어진 형체에, 이 기운을 받아 운명이 결정된 인간이 만들어져 그 숙명대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이거 딴지 걸고 싶은 생각이 불끈불끈한다. 태어나는 순간 기운에 따라 평생을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간다고? 말도 안되는 소릴 하구있어.. 세상이 존재하기 이전, 혼돈의 상태에선 질서가 없었다. 뭐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것도 없진 않았지만 무엇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생기고, 물이 흘러라 하니 물이 흐르고, 흙으로 뒤덮여라 하니 흙이 좍 깔리고, 바람아 불어라 하니 바람이 불고, 나무야 솟아라 하니 나무들이 생기고, 저걸 뜯어먹는 동물아 생겨라 하니 생기고 또 그걸 잡아먹는 동물들이 명령에 의해 생기고… 누가 이런걸 일주일에 걸쳐 갑자기 만들었을 수도 있고,

46억년전 하늘의 기운 이만큼은 모여서 빛이 되고, 땅의 기운 이만큼은 흙이 되고, 하늘과 땅의 기운이 맞부딪쳐 바람이 되고..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스스로 질서를 만들며 변해 왔을 수도 있고.

아무튼 지금의 ‘세상’ 이 존재하는 것은 뭔가 개개의 실체들간에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비유를 하면,

운동장에 오만 잡것들이 뒤섞여 있다. 뭐가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다가 편이 갈라지고 심판이 나타나고 공을 만들어 경기가 시작되고 응원하는 넘들도 있고 옆에서 팝콘을 파는 넘도 있다. 그제서야 그 운동장은 활기를 띠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볼만한 곳이 되었다.

세상이 세상으로 존재하려고 하면 기운이 골고루 흩어져 있어야 한다. 화기만 왕성하면 세상은 불구덩이속이 될것이니 적당히 억제하는 수기도 필요하고, 그것이 지나칠까 토기도 있고, 또 그렇게 목기도 있고 금기도 있다.

인간세상도 마찬가지이다. 김재규가 박통을 죽이고, 전두환은 기회를 잡고 노태우는 도와주고, 장세동이가 받들고 멍청한 노재현이가 도와주고..뭐 이렇게 되어 쿠데타가 이루어 진다. 게나 고동이나 전부 전두환 하겠다고 나섰다면 전부 죽었을 터, 질서가 존재하여 산 것이다. 인재를 뽑아 아무렇게나 회사에 집어 던져 넣지 않는다. 너는 영업부, 너는 자재부, 너는 기획실.. 그래야 회사가 돌아간다.

세상이 사람을 낼때도 아무렇게나 내놓지 않는다. 너는 이따만한 그릇, 너는 요만한 그릇, 너는 대통령해먹다 죽고, 너는 똥 푸다 죽어라.. 전부다 대통령해먹을 넘만 내 놓으면 한넘도 살아남지 못한다. 내어 놓을 때 아예 그릇 크기를 정해줘야 그래야 사람들이 다 산다.

사람이 태어날 때 자기의 길이 정해져셔 나온다. 누가 정해 주냐? 이거 종교의 범주다. 그래서 잡신들이 날뛴다. 우연 같은 필연이다. 내가 하필 이 시간에 세상에 빛을 보는건. 근데 동의가 잘 안된다. 이렇게 끝도 없이 딴지걸며 풀어보려고 고민하던 것을 어느정도 풀어준 것이 있었으니..바로 악어다.

내가 직접 본건 아니지만 악어는 알 상태에서의 온도차이가 암수를 결정한다고 한다. 암수가 그때 세상의 온도에 의해 결정난다는 것이다. 악어뿐만 아니라 이렇게 온도에 의해 암수가 결정되는 동물들이 꽤 있다고 한다. 악어의 암수결정과 사람의 평생운명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남녀가 바뀌는 것만큼 중요한 운명이 또 있을까? 없다.

사람이 엄마뱃속에서 막 나오는 그 순간.. 세상의 온도가 되었든, 아니면 보이지 않는 천지의 기운이 되었든, 그것으로 사람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개연성,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두번째 산도 결국 넘지는 못했다. 중턱쯤 이렇게 올라가다가 슬그머니 등성이를 따라 뒤로 돌아 내려간다. 돌아보니 넘지 못한 큰 산 두개가 비웃는다. 똥싼 바지 그냥 입고 나선 길에 시궁창에 발까지 빠뜨린 기분이다.


→ 운칠기삼 1 – 동양오술
→ 운칠기삼 2 – 명리학
→ 운칠기삼 3 – 인생의 설계도?
→ 운칠기삼 4 – 운명은 바꿀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