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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얘기

근덕 13호 3 - 81년 8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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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덕 바닷가는 이렇게 이름 모르는 바닷풀이 널리 깔려있다. 그 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을 한번도 만난적이 없어서 이름을 아직도 모르지만..어찌보면 난초 이파리같기도 한 그런 풀이다. 모래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사는지 모르겠다. 사진 끝에 보이는 섬같이 생긴 산밑 바다가 아주 예술이다. 바닥을 모를만큼 굉장히 깊은데 물안경을 끼고 들어가면 갑자기 남국의 바닷속이 된다. 이 산을 지나면 거기서부터 덕산 해수욕장이다.)



3. 81년이 되어 대학생이 된 280들이 근덕바다에 합류했다.
시끄러움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280의 등장으로 근덕바다는 더더욱 불건전해지기 시작한다. 때 맞추어 주변 근덕 해수욕장도 번성하기 시작하고 술집, 고고장.. 없는게 없다. 여자애들은 전부 뿔뿔이 모르는 애들이었다. 몇 명은 충희가 조달한 아이들, 몇 명은 내가 조달한 아이들, 몇 명은 각자 데리고 온 여자들. 밤에 모닥불 피우고 아무리 분위기를 그럴 듯 하게 잡으려 해도 여자애덜끼리 서먹하니 좀 그렇다.

괜히 여자애들 신경 안 쓰기로 했다. 분위기 맞추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그냥 우리끼리 놀기로 했다. 역시 기집애들은 귀찮다. 굳이 서울서부터 데려오는게 아닌데 실수했다. 그냥 여기서 조달하면 될 것을.. 방갈로 안에서 남자들끼리 술을 퍼 마시다가 나체쇼를 벌였다.

어느날 밤, 밤중에 오줌누러 나왔더니 충희가 밖에 있다. ‘야 심심한데 조개나 구워 먹을까?’ 낮에 잡았던 조개들을 석쇠에 구웠다. 먹을만 하지만 별로다. 내일 먹으려고 사다 놓은 삼겹살에 눈이 간다. 조금만 구워먹자. 근데 맛이 환상적이다. 한개만 더 한개만 더 구워먹다 보니 한이 없다. 그때 마침 재용이가 눈을 부비며 밖으로 나온다. 걸렸다. 공범으로 만드는 수밖엔 없다. 잘익은 몇점을 줬다. 말리는 사람 없이 남아있던 삼겹살을 셋이서 전부 구워먹었다.


내 여자친구의 친구가 나한테 눈빛을 준다. 속으로 몇번이나 다짐한다. 넘어가면 안된다.. 이러면 안되느니라...
넘어가고 말았다. 통금이 있던 시절, 바닷가 마을의 밤중은 꽤나 호젓하고 짜릿한 스릴이 있었다. 새벽녘 방갈로로 다시 돌아왔는데 몰래 들어가다가 한넘에게 들켰다. 아 씨바 걸렸다. 그 친구의 입막음으로 바닷에서는 비밀이 지켜졌다. 서울 와서까지 그 불륜을 이어가다가 여자친구에게 현장을 딱 걸렸다. 바람피우다 걸린 죄.. 호되게 대가를 치렀다.



82년. 여자애덜이 새얼굴로 싹 바뀌었다. 하나만 빼고. 81년엔 재용이 여자친구로 왔던 뇬이 이번엔 국전이 여자친구 자격으로 또 왔다. 그렇게 서로 입장정리를 한 ‘시대를 앞서가는 개혁적인 선구자’ 재용이와 국전이도 놀랍지만 친구사이 두 남자 사이를 태연스럽게 이동하는 여자애는 그 얼개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머 저런 뇬이 다 있나.. 기가 막힌다.

(훗날 이 여자애는 280의 혈(穴)연관계를 계속 더더욱 공고하게 해 주었다고 한다. 개인의 명예를 생각하여 더 달라붙은 넘들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그저 짱.. 충.. 정도만 밝힌다. 합이 넷이다. 혈연관계가 된 넘들이. 근데 이거 소위 돌림빵은 아니었다고 한다. 정식 중간 과정은 다 거쳤대나)

역시 여자애덜이랑 오면 모든게 자유롭지 않다. 게다가 내 여자동창이 빠근이의 연인이 되어 같이 왔다. 걔가 나를 신경쓰는게..그게 신경 쓰인다. 작년에 그렇게 후회하고, 다짐하고도 또 서울서부터 여자들을 데리고 왔다. 잔칫집에 도시락 싸가지고 가는 격이다. 담부턴 진짜로 남자들끼리만 와야지 또 다짐했다. 머리가 조금 굵었다고, 틈만 나면 없어지는 커플투성이다. 저녁 바닷가에 영화속 연인처럼 걷는 커플들이 보기에 좋다.

남대천 옆에 갔더니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이 보트를 빌려준다. 우리도 하나를 빌렸다. 심하게 놀다가 보트가 뒤집히고 보트에 붙어 있던 모든 것들이 다 없어졌다. 어떡할까 하다가 그냥 보트를 내 버려두고 도망쳤다. 변상할 돈이 없었다. 아르바이트 대학생들 아마 우리 찾으려고 난리가 났을 것 같다.


82년 한번 또 갔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엔 23호다. 
하니브로 기타반 엠티. 82학번 여자후배들만 여섯이다. 졸지에 청일점이 되었다. 일박이일 일정이라 모든게 촉박하다. 바다에 도착하니 난생 처음보는 근덕바다가 날 기다린다. 시커먼 하늘에 더 시커먼 바다, 싸늘한 바람. 눅눅하다.

그런 시커먼 바다도 나름대로 맛이 있다. 발만 담그기로 했던 바다였다. 장난이 더해졌다. 영미를 바다에 처넣을려다가 무릎까지 젖어오고, 엉덩이까지 축축해지고, 급기야 협공을 당해 온 몸이 다 바다에 빠졌다. 큰일이다. 갈아입을 옷을 안 가지고 왔는데.. 수정이가 고맙게도 자기 바지를 빌려줬다. 자존심 상했다. 바지가 나한테 조금 길었다.

밖이 눅눅하니 방갈로 안은 한결 아늑하다. 여자덜이 준비해 와서 그런지 살림이 모든게 정갈하고 깨끗하다. 예전 15호 아다네 분위기가 난다. 분명히 여름날 저녁인데 가을저녁같이 쌀쌀하다. 가을 바닷가다. 차라리 더 좋다.

무슨 용건으로 왔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갑자기 너댓명 남자들이 찾아왔다.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보트 빌려줬던 그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이었다. 저 새끼들이 나 다시 나타난 거 알고 나 잡으러 왔나? 슬그머니 이불을 덮고 구석에 누웠다. 내 얼굴을 기억할 리가 없지만 이불속에서 안 나왔다. 다행이다. 그냥 갔다.


역시 소주는 경월이다. 댓병을 두개쯤 깠을까?
기타소리에.. 노랫소리에.. 毒酒는 한이 없다.

기타반 연습곡이었던 ‘밤배’와 ‘밤바다’는 이럴 때 부르라고 만들어진 노래인갑다. 새벽에 잠을 깼다. 얼굴이 근질근질하다. 앞에서 갑자기 카메라 플래쉬가 터진다. 이거 무슨 일일까? 내 얼굴에 온통 짙은 화장을 떡칠해 놓았다. 그것도 모르고 난 잠을 자고 있었다. 혹시? 옷 매무시를 살폈지만 다행히 겁탈당한 그런 흔적은 없다.

군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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