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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얘기

근덕 13호 5 - 86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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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아주 늦은 가을의 오후.. 한동안 찾지 못했던 근덕바다를 다시 찾았다. 13호도 23호도 아무것도 남은게 없는 근덕바다. 바다만 그대로 있었다.다행이다. 바다가 남아 있어서.

모든게 혼자였다. 근덕을 찾아 떠난 사람도 혼자였고 그 바다도 혼자 그렇게 그곳에 있었다. 담뱃불 바람 가려줄 사람도 없고, 툭- 맥주캔 부딪힐 사람도 없다. 혼자서 청승맞게 뭐하냐고 물어 올 사람도 없다. 늘어앉은 내 그림자외엔 인기척조차 없다. 파도소리 갈매기소리 바람소리, 담배 내뿜는 소리 외엔 들리는 것도 없다.

늦은 가을 오후의 근덕바다. 중원의 결투에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절해고도에 떠밀려온, 절명 직전의 무사였다.
어디선가 선녀처럼 나타나 목숨을 구해줄 꽃향기 머금은 여인네도 없는.. 육십갑자 내공을 끌어올려 돌아가게.. 근덕바다가 얘기해 줬다.


98년 상반기동안 내리 세번을 찾았다. 조금이라도 더 그 바다의 모습을 머리속에 넣고 와야 했다. 옛날의 그 바다모습만 머리 속에 넣고 왔다. 옛날의 그 사람들 모습들만 머리 속에 넣고 왔다.

강렬한 햇볕
파도소리 갈매기소리
그리고 뒷동산 매미소리
평상위에 아무렇게나 누워 너불어져 있는 친구들

저녁무렵이면 휴양촌 전체에 진동하던 카레라이스 냄새, 고기굽는 냄새
이곳 저곳 방갈로 안에서 사람들의 웃음소리, 밥먹는 소리
해수욕장 쪽 시끌벅적한 음악소리, 사람들 소리
시끄러운 가게앞 파라솔에 앉아 마시는 맥주맛도 나름대로 일품이다.

밤이면 쏟아지던 그 별빛들, 그 전갈자리 별들
온 하늘에 우유를 흘려놓은 듯 그 찬란하던 신비의 은하수
묵호항에서 내리 비추던 그 불빛
바닷가 둔턱에 사람들이 주변에 꽂아놓은 모기향 불빛

성능 낮은 카셋트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기타반주에 여러 사람들이 손빽치며 부르는 노래소리
그리고 하루종일 쉬임없이 가까이 들리던 파도소리

76년부터 98년까지 무려 22년 동안 그 자리에 있어준 바다와
그 사이 함께 했었던 여러 친구들


여름이 지나간다.
근덕바다도 29년째 또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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