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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얘기

근덕 13호 6 - 79년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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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끝집이 바로 13호다. 머리 뽀글뽀글한 남자가 바로 당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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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먹고 기록하지 않은 일들을 앤쵸비가 어제 전화로 지적해줬다. 일이 많았던 79년으로 다시 간다.

서울에서 원정왔던 깡패쉐이들이 물러나고 문제의 그 여학생들이 근덕을 떠난 후에도 우리와 아다는 그곳에 남았다. 다음에 도착한 팀이 15호 아다네 식구들, 그리고 아다네와 친척간이었던 이대 1학년 여학생 네명. 4대4 다.. 근데 아무리 대학생이지만 품질이 좀 떨어진다. 1학년들이라 그런지 그네들도 우리 대하기가 좀 쑥스러운가보다. 동생으로 막 대하기도, 남자로 대하기도.. 그래 이해한다. 좀 애매하지.

15호 아다네에서 같이 묵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여 13호를 통째로 그녀들에게 양보했다. 대학 신입생들 여자애들끼리 모처럼 마음먹고 바닷가에 놀러왔는데 거기서까지 친척어른의 감시하에 있다면 좀 불쌍하다. 마음껏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하는데..우린 그걸 배려해 줬다. 참 어른스러웠던 고삐리들이었다.

그녀들 대신 우리들이 15호에 얹혀지내는 걸로 했다. 우린 15호 아다네에서 칙사대접을 받고, 또 그 여대생들에게도 흑기사로 대접받고, 썩 괜찮은 의사결정이었다.

그날 밤, 13호가 술렁술렁하다. 어수선한 뭔가가 있다. 무슨 일일까? 이 한밤중에.. 황급히 13호로 갔다. 13호 방갈로 옆 창문의 철망이 뜯어져 있다. 누군가가 침입하려다가 여자들이 있는 것을 알고 황급히 도망갔다고 한다. 여자가 있는 걸 알고 그냥 도망갔다? 뭔가 이상하다. 여자들을 목표로 하고 들어온 넘들이 아니란 얘기다.

인상착의를 물어봤다. 더벅머리에 인상은 더럽고, 옷은 어떻게 입었고.. 너댓명쯤 되어 보였다..
맙소사.. 며칠전의 그 양아치쉐이들이다.

배명고등학교 애덜이 서울로 떠나가기를 기다렸다가 그애들이 떠난 후 밤에 습격한 것이다. 무서운 넘들. 이거 큰일 날뻔했다. 밤에 아무것도 모르고 자다가 창문으로 숨어 들어온 자객ㅎㅎ들에게 꼼짝없이 당할 뻔했다. 방 양보하길 정말 잘 했다.

그나저나 내일도 문제다. 이 쉐이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텐데.. 다행히 아다 어머니가 수호신을 자임하셨다. 어디 멀리 가지말고 항상 당신 근처에서 놀라고.. '니들 도대체 무슨일들이 있었던거냐?' 아다 어머니가 혀를 끌끌 차셨다.

며칠간 행동이 몹시 부자연스러웠다. 해수욕장 쪽으로는 거의 가지도 않고, 다녀도 항상 넷이서 무리지어 다녔다. 밤에는 아마 15호에서 단체로 다 잠을 잤었던 것 같다. 난민 수용소 같았을 거다. 아다네 가족에, 우리들에, 여대생들에.. 우리는 가능하면 더 좁게 자길 바랬었다. 근데 우리는 한쪽에 완전히 격리되어서 잤다.

다행히 그 쉐이들은 근덕바다를 떠난 것 같다. 창살뜯고 들어온 날이 아마 떠나기 직전이었나보다. 한탕 저질르고 바로 튈려고 계획을 세웠던 듯.

난생 처음 친구들끼리만 바닷가에 놀러왔던 이대생들..괜히 우리 덕분에 으스스한 추억만 남기고 갔다. 상당히 미안하다.


이번엔 17호에 새 손님들이 왔다. 대학생 세 커플들. 앤쵸비가 이름도 기억해 냈다. 코뚜레 상호형 주열이형 그리고 또 한명, 현혜누나 원경이누나 그리고 또 한명.. 만약 우리가 그 사람들 상황이었다면 동네 고삐리들하고는 절대 안 놀았을텐데, 이상하게도 이 형누나들은 밤만되면 우리를 불렀다. 같이 놀자고. 우리가 있어야 재밌대나..

경월소주 댓병 한병에 새우깡 서너봉지의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한 주안상. 제대로 된 찌개, 안주거리에 빵빵한 맥주들이다. 공짜로 술도 얻어먹고 괜찮은 안주에 대학생들하고 어울려 놀다니..이것도 괜찮다. 대신 기타쳐줘야 하고 노래불러줘야 한다. ‘나 어떡해’ ‘이빠진 동그라미’.. 정말 지겹게도 불러댔다. 그땐 까마득한 어른들로 보였는데 요즘 만나면 같이 늙어가는 친구가 되겠다.


이 분들이 서울로 올라갈 때쯤,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하나 나타났다. 등뒤에 ‘당이동’ 이라고 쓰인 이상한 셔츠를 입고 휴양촌을 배회하는 한 남자. ‘저 쉐이 뭘까?’ 휴양촌 지킴이들이 이 수상한 남자를 그대로 놔 둘순 없다.

지나는 길에 인사하고 말 붙이고..정체를 파악하려 애썼다. 드뎌 이 사람도 툭하면 13호로 놀러오는 사이가 됐다. 너무 와서 좀 귀찮다. 족보를 캐어보니 승환이의 형 승찬이형의 고등학교 대학교후배다. 승찬이형의 후배이면 알아볼 것도 없이 양아치다. 이 남자가 나타난 후로 ‘서울서 원정온 양아치’들의 습격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당이동형..우리가 봐서는 괜찮은 남자였는데, 여자들한테는 영 아닌가보다. 어지간히도 여자들에게 작업을 거는 듯 한데 항상 퇴짜를 맞는 눈치다. 그러다가 아다언니 영혜누나와 쌈이 붙었다. 막상막하다. 육두문자 쌍소리는 예사이고 주먹질도 오갈 듯 하다.

이 씨발년 확 그냥..
쳐봐 쳐봐 이 씹새꺄.. 치지도 못하는 븅신새끼가..
에이 이 씨발년 진짜로 확 죽여버릴까부다..
그래 죽여라 이 씨발새꺄. 너죽고 나죽자.. 씨발

사람도 참.. 왜 임자있는 사람을 건드려 가지곤.. 근데 막상 그 임자는 방갈로안에서 나오질 않는다. 자기 여자친구가 우락부락한 남자와 밖에서 쌍소리해가며 쌈을 하고 있는데도 방안에만 있다. 워낙 상대가 살벌하게 생기고 또 우리가 그 싸움을 말리고 있었으니 그랬겠지만.. 그래도 그 화가 아저씨.. 좀 그렇게 보였다.

얼마나 이곳에 머물렀을까. 이십일은 넘은 것 같다. 올해 왔다 돌아간 사람들만 수십명.. 아침 저녁 제법 쌀쌀하다.
먹을 것은 기왕에 떨어졌고 돈도 바닥이 나서 이제 우리도 슬슬 서울로 가야할 때가 되었다. 이제는 바다에 찾아오는 손님들도 끊겼다. 고삼이라 일찍 올라간 아다도 없고, 당이동도 없고, 17호 형누나들도 없고..

바람이 불면 행여나 그님인가
살며시 돌아보면 쓸쓸한 파도소리

이제 올라가자.
근덕바다.. 내후년에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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