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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얘기

근덕 13호 4 - 85년 8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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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굴의 입구다. 윗사진은 늦가을이나 초봄에 찍은 사진인 듯하다. 아래사진에서 보다시피 한여름엔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물살의 세기가 엄청나다. 깊이는 허리-가슴정도쯤.. 물살을 헤치고 입구쪽으로 걸어가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동굴옆쪽 벽을 타고 동굴 입구쪽으로 접근을 해야만 한다. 진입하는 입구 벽에 충희가 파리처럼 붙어있다.)



4. 85년. 제대하고 처음가는 근덕바다.
드뎌 근덕에 내 평생 친구 영애도 들어왔다. 비록 13호는 잃었지만 23호가 남아있다. 빠그니가 고맙다.

불과 삼년이건만 느닷없이 어른이 된 느낌이다. 예비역이라는 감투로 ‘애덜’ 에서 갑자기 ‘아저씨’ 가 되어버렸다. 불과 삼년이건만 바다가 훨씬 묵직하게 다가온다. 아침에 눈뜨고 밤에 술에 골아 떨어질 때까지 그저 마냥 환희롭기만 하던 근덕바다가, 이제는 바다가 제법 인생으로, 철학으로.. 어떨땐 슬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바다를 한동안 바라보고 앉았어도 놀 시간 줄어 마음이 급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 진다. 헐떡헐떡 노는 거 보다 그냥 앉아만 있는 게 더 좋기도 하다. 예전에 하루종일 바닷가에서 마작만 하시던 할아버지들이 이해가 된다. 같은 바다인데..몇 년 사이에 이렇게 느낌이 달라졌다. 친구들도 어른들이 되었다. 세상이 마냥 노는 곳만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나 보다.



86년, 280 대부분이 제대를 했다.
남자끼리만 갔다. 맞다. 역시 남자끼리 와야 더 재밌다. 확실히 다르다. 제각각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다. 매일 시장만 보러 다니는 조, 밥짓는 조, 설거지만 하는 조, 청소만 하는 조. 정리정돈 확실하다. 아침에 똥누러 갈때도 열맞춰 군가부르면서 간다. 일사불란하다. 역시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 지난 81년 82년에 비해 격세지감이다.

말로만 떠들던 초당굴로 향했다. 길을 걸어도 행군대형으로 길옆으로 줄지어 걷는다. 초당굴에 적접 들어가기로 했다. 산위에서 초당굴쪽으로 내려오니 순간적으로 온도가 10도쯤 떨어진다. 여기까지 오느라 범벅이 되었던 땀이 한꺼번에 식는다. 으슬으슬 춥기까지 하다. 이 한기가 도대체 뭘까? 굴에서 솟구치는 거대한 얼음물살과 떡 벌어진 입구에서 나오는 냉기이다. 굴 입구가 참으로 요상하게 생겨먹었다. 남자들 묘한 상상력이 발동한다.

굴 입구까지 접근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역시 이런일은 쉬운게 아냐.. ㅋㅋ 물살이 너무 거세어 정면으로 접근 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많은 물이 나오는 걸까.. 수수께끼다. 물은 또 더럽게 차다. 뼛속까지 시리다. 비스듬히 옆 산자락을 타고 동굴입구로 접근했다. 갓 제대한 예비역들 몸이 역시 다르다. 드디어 초당굴로 들어갔다. 일순간 정적이 감돈다. 신비한 자연앞에 기가 꺽였다. 그러나 금새 시끄러워 졌다. 난생처음 초당굴이 시끄러운 놈들때문에 욕봤겠다.

시원한 초당저수지 옆에서 송어회에 소주 한잔. 돈없어 조금밖에 시키지 못한 송어회가 입에서 저절로 녹는다. 분위기와는 전혀 거리가 멀던 배추머리 입에서 소주 한잔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와 좋다..


꽤 여러 번 더 갔었다.
근데.. 기억이 어슴푸레하다. 언제 갔었는지 누구랑 갔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밤이 되면 묵호항 등대에서 비추던 불빛만 기억난다. 아 아니다. 묵호가 80년대 초반에에 동해시로 이름이 바뀌었었다. 묵호하고 또 다른 어떤 곳 하고 합쳐진 곳이 동해시인데. 뭐였더라..무슨 '북'자가 들어간 지명이었는데.. 나이 탓이다. 뽄때없이 동해시가 뭔가.. 난 계속 묵호항으로 기억하겠다. 얼마나 정겨운 이름인가 묵호항.



휴양촌 관리하는 회사가 따로 생겼다고 한다. 한동안 잘 운영되는 듯 하더니 그 회사 없어져 버렸다. 휴양촌 임대기간이 다 되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건설회사를 운영하던 회원중의 한사람이 삼척군청과 협의하여 그곳에 현대식 콘도를 짓자고 한다. 다들 좋다고 했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근덕 13호 23호, 휴양촌 전체가 철거되고 말았다.


→ 근덕 13호 1 – 75년
→ 근덕 13호 2 – 76년 ~ 79년
→ 근덕 13호 3 – 81, 82년
→ 근덕 13호 4 – 85, 86년
→ 근덕 13호 5 – 86년 이후
→ 근덕 13호 6 – 79년 보충
→ 근덕 13호 7 – 82년 보충
→ 근덕 13호 8 – 79년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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