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팡생각

간통죄 4 - 오로지 복수의 수단

1. 내 친구 모씨는 이런 주장을 한다. ‘적당한 바람은 오히려 부부관계를 훨씬 좋게 만든다.’ 말인즉슨 결혼생활이 길어지면서 권태기 비슷한 걸 느끼게 되는데.. 한번 바람을 피워봤더니 섹스능력이 향상되었고 죄책감 때문인지 부인에게 훨씬 잘 하게 되더란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행복한 부부관계에 도움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근데 이 작자의 문제는.. 부부관계가 다시 알콩달콩해졌으면 바람을 그만 피워야할텐데 이 작자는 그걸 계속한다. 이유는 ‘적당한 텐션이 유지되어야 부부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 부부는 남편의 바람때문인지 뭔지, 부부간 사랑이 소록소록해져서 요즈음도 일주일 3회가 거뜬하다고 한다. 물론 도덕적으로야 절대 용인받을 수 없지만 일부 작자들에겐 적당한 외도가 삶의 윤활유가 될 수도 있나 보다. 이 방면에 전문가가 된 이 작자들은 상황을 완벽하게 컨트롤한다. 절대로 외도 상대방에게 깊이 빠지지 않으며, 어설프게 행동하다 부인에게 걸리는 법도 없다.

이 경우와 같은 여자들도 많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남편에게 오래도록 느끼지 못하던 그 어떤 느낌때문에 새로운 사랑을 찾기도 한다. 역시 이런 것들을 삶의 윤활유 정도로 여기면서, 싱싱한 애인을 만들고 즐기면서도 배우자와 가족들에겐 여전히 완벽한 아내 엄마로 산다.

남편과 부인을 변함없이 사랑하지만 가끔 애인으로부터 색다른 흥분을 찾는 사람들. 남편과 부인에겐 생활을 의지하고 애인에겐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쾌락을 의지하는 사람들. 결코 애인에게 깊이 빠져들지 않으며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컨트롤해서 가정을 절대 파괴하지 않는 사람들. 정신적 사랑이 동반하든 동반하지 않든 이들에게 ‘또 다른 사랑’은 그냥 즐거움이다. 나태한 삶을 다이나믹하게 만들고 재미없는 삶을 윤택하게 하는 청량제이다.

2. 죽음으로 배우자를 잃는 것보다 배우자의 외도로 배우자를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따라서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순간 어마어마한 충격과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을 받을 것이다. 복수심에 눈이 뒤집혀 복수할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간통죄 고소는 너무 극단적인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주변의 시선도 감내할 자신 없고, 내 아이들의 아버지인 상대방과 평생 철천지 원수로 지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그러던 와중 우연한 기회에 슬쩍 맞바람을 피워본다. 그랬더니 분노의 마음도 희석되고 상대방에 대한 복수심도 씻은 듯이 가라 앉는다. 게다가 누르면서 지냈던 욕망이 되살아나니 새로 세상에 태어난 느낌이 든다. 절망의 나락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다. 절처봉생이다. 서로 모른 척 눈감으면서 적당히 외도를 하고 가정은 지키기로 한다. 이들에게 ‘또 다른 사랑’은 일종의 치유제가 되기도 하겠다.

위의 두 경우가 아주 특별한 경우인지 아니면 실제로 일반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그러는지 어떤지 몇가지 조사통계수치를 살펴보자.

1. 기혼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남편 이외에 사귀는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무려 43.3%가 ‘있다’고 답했다. 이런 조사결과는 더 있다. 서울경기에 거주하는 여성 196명을 대상으로 혼외관계 여부에 대해 조사해보니 40.3%의 유부녀가 혼외정사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한국 여성의 41%가 혼외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유부녀 열명중 네명이 혼외정사의 경험이 있다면.. 과연 유부남은 열명중 몇 명이 혼외정사 경험이 있을까? 성매매를 포함하면 열명 전원이 될 것이며, 성매매를 제외한다 하더라도 그 수치는 최소한 유부녀의 통계수치 네명은 훨씬 넘을 것이다.

2. 우리나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간통죄 존폐여부에 대해 물었더니 ‘폐지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70.1%,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3.6%였다.

3. 검찰청이 발행한 2006년의 범죄백서 56페이지에 의하면, 2005년에 피소된 간통사건은 모두 57건, 검거된 범죄자는 74명이다. 이 중에서 남자는 38명, 여자는36명이다.

4. 우리나라 이혼률은 47%로 세계 3위인데 이혼사유는 성격차이가 45.3%, 경제문제 16.4%, 가족간 불화 13%, 배우자 부정 7.3%의 순이다.

이 네가지 조사결과를 가만히 놓고 보자.

한 콘돔제조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가들의 혼외정사 경험비율은 평균 22%다. 근데 우리나라는 40%를 넘는다. 세계 평균의 두배 수치다. ‘간통 공화국’이라 해도 할말이 없다. 거의 유일하게 간통죄가 남아있는 나라의 간통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50대 부부를 천만명으로 잡으면 40% 라면 400만명이 간통을 해봤다는 얘기다. 근데 이렇게 400만명 이상이 간통을 하면서도 간통죄로 걸려 처벌을 받는 사람은 일년에 고작 74명이다. 쌍방의 숫자이니 건수로 본다면 40건 정도가 되겠다. ‘육체적 간통현장’을 증거로 잡아야 한다는 현실적 어려움과 간통은 하되 가정은 지키겠다는 현실지향형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또 약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하더니 웬걸 남녀 비율이 1:1이다.

(러브호텔과 烈女閣이 나란히 서있다)

이런 간통공화국이건만 국민들의 70%는 아이러니하게도 간통죄를 존속시켜 간통 범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간통을 하지만 내 마누라가 다른 놈하고 배꼽을 붙이는 건 못 봐준다는 얘기다. 남들은 다 추악한 불륜이지만 나는 애틋한 로맨스란 얘기다. 간통을 죄악시하면서도 내가 하는 건 로맨스라는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다.

이혼률로 드디어 세계 3위를 했다. ‘간통공화국’에 이어 ‘이혼공화국’의 이름까지도 얻을 추세다. 물론 전체 부부의 47%가 이혼한다는 뜻은 아니다. 한해를 놓고봤을때 새로 결혼하는 쌍과 이혼하는 쌍의 비교다. 하지만 이혼이 급증하는 건 사실이다. 근데 이렇게 급증하는 이혼부부들의 이혼사유에서 배우자의 간통이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7%밖엔 안된다. 즉, 배우자의 간통이 부부생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간통을 청량제로 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맞간통을 거리낌없이 하고 있다는 얘기다.


간통이 죄로 처벌되는 나라에서 오히려 간통과 이혼이 세계최고라는 충격적인 이 조사결과는 오히려 어떤 측면에선 간통죄라는 범죄가 있음으로 해서 역설적으로 그것이 간통을 부추기고 있었다고 우겨도 할말이 없다.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 같은 것 말이다.

간통죄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부부간 성실의무를 지키고,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을 보호하고, 가정을 보호하는데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그런 간통죄를 고집스럽게 존속해온 우리나라는 간통의 청정지대, 이혼의 무풍지대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다. 간통률 세계 1위이고 이혼률은 세계 3위이다. 그 이혼사유중 배우자 간통은 7%에 불과하다.

간통을 해도 된다거나, 우리 사회를 ‘명랑사회’를 만들자는 말이 아니다. 간통죄라는 ‘죄목’과 ‘처벌’이 이젠 현실적으로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있다면 까짓거 국가가 남녀의 감정이나 침실까지 간섭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간통죄는 이미 그 어떤 경고적 메시지도, 예방적 효과도 거의 없다. 오로지 복수의 수단일 뿐이다.


→ 간통죄 1 – 어제 누구랑 잤어?
→ 간통죄 2 – 찬성과 반대
→ 간통죄 3 – 간통.. 어떤이들에겐 탈출구
→ 간통죄 4 – 오로지 복수의 수단
→ 간통죄 5 – 무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