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5 - 모든게 무의미

어떤 행위가 범죄로 규정되어 있다는 걸 뒤집어 보면 ‘인간 누구나 그 행위를 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살인 폭행 사기 절도.. 우리들 몸속엔 언제라도 이런 것들을 저지르려는 속성이 숨어 있다. 내 먹이를 위해선, 내 여자를 위해선 인간도 동물적 본능이 최우선이다. 내가 당장 굶어 죽게 생겼다면, 내가 당장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기게 생겼다면 인간은 살인 폭행 사기 절도를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걸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성이란 것이 있어서 이런 원초적 본능들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을 믿지만 혹시나 해서 구체화시킨 것이 인간사회의 법이다. 범죄로 규정해서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걸 어기면 가혹한 처벌을 가한다. 경고의 메시지다. 니들도 까불면 죽어..

이런 것들이 학습되어 인간들은 살인 폭행 사기 절도를 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문명화된 사람들에게는 법보다는 이성과 도덕이 더 큰 영향을 발휘한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를 우린 선진국이라고 부른다. 이성과 도덕은커녕 법도 지켜지지 않는 나라를 후진국이라고 부른다. 법 어기길 밥먹듯 한 사람을 대통령 만들겠다고 국민의 50%가 지지하는 나라, 무슨 짓을 해서든 돈만 잘 벌면 그게 선진국인 걸로 생각하는 국민들이 우글대는 나라는? 그런 나라를 대한민국이라고 부른다. 말이 빗나갔다.

살인 폭행 사기 절도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간통죄도 국가에서 범죄로 규정하고 어겼을 경우 처벌을 한다. 말했지만 이 간통죄는 여성을 위한 법이었다. 1900년 대까지만 해도 여성들의 ‘무기’였었다. 남편들의 외도에 대해 가정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무기였다. 법의 존재가 주는 ‘경고적 메시지’를 기대했던 것이었다. 심약한 남자들은 철창에 갇힐 수도 있다는 염려만으로도 간통을 주저하게 될거라는 기대이다.

그러나 그런 경고와 기대를 무시하고 남자들은 여전히 간통을 저지른다. 그로 인해 인격이 유린되고 권리가 침해된 여성은 남편을 고소한다. 간통죄로 고소된 남성은 우선 바로 구속되어 구치소에 수감되며, 배우자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하게 된다.

여기에 간통죄 소제기의 첫번째 이유가 있다.
구치소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고소인과 ‘합의’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그 배우자는 남편에게 '상당한' 위자료를 요구한다. 구치소에 집어 넣었으니 이혼은 뻔한 것, 먹고 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즉, 간통죄는 이렇게 사회적으로 약자인 여성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장치였다. 간통죄 소제기의 첫째 목적은 돈을 충분히 받아내기 위해서다.

간통죄 소제기의 두번째 이유는 복수다.
상대방에 대한 복수심으로 금전적 보상에 더해 상대방에게 신체적인 처벌을 받게 하여 처절하게 보복하려는 심리다. 신체적 처벌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에 평생 전과자, 화냥년이라는 낙인을 찍어 짓밟고 싶어한다. 이 복수극을 국가가 대신 나서서 해 준다. 간통죄 제기의 두번째 목적은 이런 복수다.

게다가 이런 간통죄 소제기는 변호사 비용도 들지 않는다. 간통죄 고소는 개인이 국가에 직접 하기 때문이다. 돈 들여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다. 

바람피우며 속 썩이던 남편을 국가가 대신 단칼에 철창에 넣어주고, 돈까지 넉넉히 받아내 주고, 그 돈으로 난 새 인생을 살 수 있게 되니.. 앓던 이를 손도 안대고 뽑았다. 가슴속 응어리까지 한순간에 풀었다. 그래서 여성단체는 간통죄 폐지를 기를 쓰고 막아왔었다. 물론 그들이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바른생활 교과서에 있다. 독일병정 머리속에도 있다.^^


하지만 요즈음 현실이 과연 교과서 같은지 보자.

요즈음엔 간통죄로 구속되거나 실형까지 사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 되고 있다고 한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6개월 기간동안 간통죄로 고소된 피고인 중 구속된 사람은 6.9%, 실형을 받은 피고인은 5.4%에 불과했다고 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간통 고소를 당해 혐의가 인정되면 ‘일단 무조건 구속에 징역 1년’이 기본이었다. 97년만까지도 10명중 7명이 구속되고(70%) 4명 중 1명은 실형을 선고받았던(25%)는 점을 감안하면 요즈음 ‘간통 판결’은 솜방망이 수준이 되어버렸다.

서울 시내 5개 법원에서 2005년부터 최근까지 내려진 간통 관련 판결 224건을 정밀 분석한 자료가 있다.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고소당한 배우자의 연령을 따져본 결과 30대와 40대가 80% 이상으로 ‘사회 활동이 왕성할수록 불륜의 위험성이 크다’는 상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간통죄는 여성의 무기’라는 일반 통념과 달리 ‘남자의 고소’로 간통죄 재판이 시작된 경우가 116건으로 오히려 ‘여자의 고소’보다 많았다. 또 간통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18건중 12건이 남자 쪽 고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만큼 남자 쪽의 처벌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실제 간통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남성 배우자 쪽에서 더 끈질기게 감방에 넣어 달라고 요구하곤 한다. 남자의 복수욕과 독점욕이 훨씬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재판 중 고소 취소로 공소기각 처리된 101건 가운데 60%인 61건이 여자의 고소였다는 점과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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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옥소리가 난잡하게 싸우고 있다. 처음에는 이혼과 재산분할청구소송만 시작했던 것 같더니 중간에 박철이 옥소리를 간통으로 형사고소 하면서 일이 커지고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 이부분이다. 왜 이혼소송과 재산분할소송을 냈다가 갑자기 간통을 추가로 고소하게 되었는지. 재산을 노린 이혼소송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옥소리의 간통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가 가장 아끼던 후배와 옥소리가 간통을 했다’ 박철의 이 말 한마디에 모든 돌팔매는 옥소리에게만 날아가고 있다. 혹시 박철도 잘못한 게 있지 않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도 없다. 옥소리만 걸레 같은 년, 찢어죽일 년이다. 게다가 옥소리의 20년 친구였다가 얼마전 절교했다는 김미미라는 년까지 나서서 ‘옥소리 화냥년 맞음’하는 바람에 이제 옥소리는 영원히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쳐죽일 화냥년으로 굳어져 버렸다.

왜 옥소리만? 이라는 의문이 당연히 가져야 하건만 박철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자가 간통을 하면 ‘능력있는 놈이 재수없어 걸린 거’지만 여자가 간통을 하면 바로 ‘더러운 화냥년’이 되어 찢어죽여야 속이 풀리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당연한 현상이다. 승냥이떼 언론도 똑 같다. 말초만 자극한다. 간통죄는 여성의 권익보호를 위해 꼭 필요하단 말을 되풀이하던 여성단체에서 이 현상에 대해선 왜 아무런 말이 없는지 궁금하다.


누가 더 잘하고 더 잘못한 거 없다. 박철 옥소리 둘 다 똑 같은 크기의 책임이며 잘못이다. 이 부부는 이미 사랑이 완전히 고갈되고 서로간 예의를 무시하는 회복불능의 상태에 오래도록 있었을 것이다.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가 모두 피차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철천지 원수지간이지만 남의 이목 때문에 한지붕에 그저 같이 살기만 했었을 것이다.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이기 때문에 그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끌어오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십여년동안 부부관계가 겨우 열차례 혹은 두번 있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 부부는 그동안 피차 눈감아주며 상습적인 간통을 쌍방이 다 해왔다는 얘기다. 제발 내 눈에만 띄지 말아다오.. 신사협정이다.

근데 갑자기 박철이 신사협정을 깨고 개싸움을 시작했다. ‘너 남자 만나고 싶으면 만나’ 했지만 진짜로 마누라가 다른 남자, 그것도 자기가 아는 남자와 간통을 하자 무시당한 박철의 눈알이 뒤집힌거다. 그래서 ‘사랑하기 때문에..’ ‘좋은 친구로 남기 위해서..’ 거짓말로 조용히 이혼을 하기보단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단 하나다. 증오가 극에 달해 기어이 상대방을 파멸시켜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극단의 복수심이다. 아마 이럴때 옛날엔 남자가 여자를 때려 죽였었나 보다. 그래서 직접 때려죽이진 말라고 대신 국가가 벌을 주는 게 간통죄라고 했다.


[간통죄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성도덕과 가정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다?]
[간통죄가 있기 때문에 약자인 여성이 그나마 보호받고 있다?]

‘간통하다 걸리면 사형’ 이라면 모를까 간통죄의 범죄예방 효과는 전혀 없음을 우린 여러 통계를 보고 확인 했다. 또 실제 고소사건의 처리결과에서 간통죄는 더 이상 여성을 보호하는 기능도 없음을 확인 했다. 요즈음엔 굳이 남편을 구치소에 집어 넣어 팔을 비틀지 않아도 이혼소송만으로 충분히 여성의 권익을 보호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선 간통죄는 여성을 권익을 보호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여성을 재기 불능의 상태로 몰아가기도 한다. 옥소리 박철의 경우가 그렇다. 역설적이지만 간통죄의 최대 피해자는 오히려 여성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요즈음 간통죄에는 어떤 기능이 남아 있을까?
오로지 복수 수단으로서의 기능만 남아있다. 개인간의 더러운 치정사건 해결에 이 간통죄가 악용된다. 돈을 뜯어 내거나 상대방을 전과자로 만들고 치명적인 오명을 남겨 평생 짓밟아 버리려는 복수극에 이 간통죄가 악용된다.

그 더러운 일을 국가가 나서서 대신 해주고 있다.
그래서 ‘내가 간통을 안하면 되지, 간통죄가 있든 없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 할 게 아니다.
민사소송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개인간의 이해관계 정리이건만 치정의 복수극을 국가가 앞장서 부추기고 도와주는 간통죄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 간통죄의 존치여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겠다. 어떤 죄를 지었든 안 걸렸으면 그만, 무슨 짓을 했든 돈만 잘 벌면 그만이라는 추악한 천민 자본주의가 판치는 나라이니까. 죄를 짓다 걸려도 오리발만 내밀면 괜찮은 나라이니까. 이런 자가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고 국민의 50% 가까이가 그를 지지하는 나라이니까. 도덕과 정의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나라이니까.



→ 간통죄 1 – 어제 누구랑 잤어?
→ 간통죄 2 – 찬성과 반대
→ 간통죄 3 – 간통.. 어떤이들에겐 탈출구
→ 간통죄 4 – 오로지 복수의 수단
→ 간통죄 5 – 무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