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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간통죄 3 - 간통.. 어떤 이들에겐 지옥에서의 탈출구

성욕은 동물의 가장 기초적 욕망이다. 번식을 위한 필수다. 그래서 이걸 생존의 본능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 섹스는 그저 번식만이 목적일까? 아니다. 번식만이 목적이라면 굳이 양성으로 나뉘어 번잡하게 섹스를 할 이유가 없다. 양성으로 나뉘어 섹스라는 걸 하게 된 것엔 동물을 진화시키기 위한 자연의 배려가 숨어있다. 내 블로그 어딘가에 이 얘기가 있다.

자연상태에서의 섹스는 자유롭다. 프리섹스가 본능이다. 눈만 맞고 힘만 있으면 된다. 수컷은 수컷대로 자기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하여 기회만 나면 섹스를 하고, 암컷은 암컷대로 새끼를 낳기 위해서 기회만 나면 수컷들과 섹스할 기회를 끊임없이 노린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게 자유롭지만은 않다. 강한 수컷은 암컷들을 힘 닿는데까지 독차지하며, 암컷도 강한 새끼를 낳으려는 본능으로 강한 수컷과 섹스를 하려 하기 때문에 약한 수컷은 섹스할 기회가 현저히 적다. 이건 아마 못난 암컷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우수한 상대만을 찾아 섹스를 추구하는 이 암수의 본능 때문에, 열등한 유전자는 도태되고 강한 유전자들만 퍼져나간다. 참 오묘한 자연의 섭리다.

그래서 강한 남자가 수십명의 여자를 거느리는 것은 이치적으로 맞다. 또 여자들이 강한 남자 주변에만 우글거리는 것 역시 맞다. 자연의 이치다. 그러다보니 약한 남자들은 섹스를 할 기회가 거의 없다. 참 불공평하다. 그래서 그 욕구를 배설하라고 생긴 게 창녀다. 하지만 못난 여자들은 그렇게 돈 주고 욕구를 배설할 기회조차 없다. 더 불공평하다. 힘세고 돈많은 것들만 섹스를 하게 되어있다니..잘 나고 예쁜 것들만 섹스를 하게 되어있다니.. 이런 것들이 사회의 불안요인이 될 것임은 당연하다.

‘결혼’이라는 제도와 ‘일부일처제’라는 원칙은 이래서 생겼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섹스할 기회를 주자는 것. 따라서 일부일처제는 자연의 이치에는 반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문명의 인간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겠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섹스상대를 지정하는 제도로 인해 아무리 약한 수컷도, 아무리 못난 암컷도 평생 안정되게 섹스를 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다. 일부일처제하에서의 결혼은 평생 자기 배우자하고만 섹스를 하겠다는 약속이다. 즉 프리섹스를 추구하는 원초적 본능을 끝까지 누르고 살겠다는 약속이다. 따라서 강한 남자를 차지한 여자나 아름다운 여자를 차지한 남자는 별 불만이 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떨까? 능력도 없으면서 성질만 더러운 남자나 못 생기고 성질까지 나쁜 여자를 차지한 사람들은.. 골 때릴거다. 평생 이 화상하고만 섹스를 해야 한다고?

내 배우자가 설사 최상은 아닐지라도 나와 가족에게 충실하다면 프리섹스의 본능을 그냥저냥 이성으로 억누르면서 살아갈 수 있다. 근데 살면 살수록 내 배우자가 순 xxx라면? 이성의 억제력은 급속히 약해지기 마련이다.

마늘냄새 풍기면서 펑퍼짐해져 가더니 급기야 성질마저 더러워진 마누라, 갈수록 까탈스럽고 완고해지면서 몸과 마음은 점점 빈약해 지는 남편.. 사랑이란 감정은 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고 마지못해 그냥 같이 산다. 사랑도 없고 흥분 유발요인도 없으니 섹스가 즐거울 리 없다. 여자는 불감증에 시달리고 남자는 발기부전에 시달린다. ‘가족끼리 무슨 섹스를 해?’가 된다.

‘부부싸움을 아무리 심하게 했더라도 절대 각방을 쓰면 안된다’ 라는 말이 있다. 살다보면 부부지간에 갈등이 수도 없이 발생하는데 대화로 일부 풀어지기도 하지만 그 갈등을 말끔하게 잊게 하는 것은 역시 섹스라는 말이다. 실제로 남녀관계에 있어서 섹스라는 것은 단순히 ‘살을 섞어 쾌감을 얻는’게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몸과 마음이 온전히 합치되는 그 느낌, 섹스는 남녀간 만병통치의 윤활효과가 있다.

남녀간에 섹스는 중요하다. 근데 이 중요한 섹스가 사라져 버린 부부들이 많다. 보통사람들에겐 사랑이 없으면 섹스도 없고, 섹스가 없으면 사랑도 희미해 진다. 서로 ‘돈 벌어 오는 사람’ 과 ‘밥해주고 아이들 키우는 사람’으로만 사는 부부는 휴화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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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평생 한 여자 혹은 한 남자하고만 섹스를 하겠다고 맹세를 했지만, 그래서 ‘도덕’이라는 쇳덩이로 본능들을 강제로 억제하고 있었지만 자기의 배우자에게 더 이상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할 때 그 본능은 다시 꿈틀대기 마련이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이성과의 섹스를 꿈꾼다.


세상엔 三分원칙이란 게 있는 것 같다. ‘의사가 사람을 살리는 비율 1/3,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비율 1/3,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게 1/3’ ‘일생 잠을 자는 시간이 1/3, 열심히 일하는 시간이 1/3, 일하지도 잠자지도 않는 시간이 1/3’ ‘야구에서 타자가 공을 칠 확률 1/3, 헛스윙할 확률 1/3, 기타 포볼이나 땅볼 플라이 아웃될 확률 1/3’ ‘개미집단에 열심히 일하는 개미가 1/3, 전혀 일하지 않는 개미가 1/3, 쓸렁쓸렁 흉내만 내는 개미가 1/3’..

부부지간은 어떨까? ‘행복한 부부 1/3, 공허하지만 갈등없이 그런대로 사는 부부 1/3, 악을 품고 사는 부부 1/3이다.’ 마침 비슷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혼은 안했어도 '한지붕 아래 남남처럼 사는 무늬만 부부'가 10쌍 중에 3쌍이나 된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년 부부 10쌍 가운데 3쌍은 ‘대화’도 '관계'도 없는, 이른바 '섹스리스 부부'로 집계됐다. '행복가정재단 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성인 남성의 18%, 여성의 24%가 부부생활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부부 성생활 만족도는 남자가 9%, 여자가 7%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막내 대학만 가면.. 결혼만 시키면.. 내게 경제력만 생기면.. 바로 이혼해 버려야지. 그때까지만 참자.. 이들에겐 배우자의 손길이 오히려 거머리처럼 소름이 끼친다. 이들에게 인생은 전혀 살만한 것이 못된다. 이런 생활속에서 다른 이성을 꿈꿔보는 건 인지상정이다. 아직 이혼한 상태가 아니니 다른 이성을 꿈꾸는 것조차 죄악이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하지만 인간의 내면엔 엄마나 아버지, 남편과 아내의 자리에 앞서 여성성과 남성성이 분명히 있다.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꿈을 현실화 할 기회가 없으므로 그저 상상으로만 끝내게 된다. 그러나 기회가 실제로 닿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오랫동안 흠모하던 옛사랑의 주인공을 우연히 만날 수도 있고, 말없이 날 살펴주던 사람이 어느날 내 앞으로 나서게 될 수도 있다. 그들에겐 배우자에 대한 죄책감이 전혀 없다. 제어장치가 이미 반쯤 없어진 상태다.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가슴떨림’에 여성성 남성성을 되찾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그 새로운 사랑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이들에게 ‘새로운 사랑’은 인생을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탈출구다. 설사 정신적 교감을 넘어 육체적 관계가 되었다 하더라도 이들에겐 그것이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정말로 오랜만에 느끼는 '몸과 마음이 온전히 합치되는 그 생경한 느낌'. 거기에 깊이 빠져 들 수도 있다.


간통죄로 조사를 받던 중년여성이 당시 검사 시보였던 내 친구에게 했다는 푸념,
‘검사님처럼 젊은 분이 날 어찌 이해하시겠수?’

사람들에겐 우리가 모르는 절박한 사정이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사회적 파장이나 반대 당사자의 정신적 충격같은 걸 잠시 덮어두고 간통이라는 거 자체만 놓고 보면.. 이걸 간단히 '범죄'라고 단정 짓기는 좀 어려워 보인다.


→ 간통죄 1 – 어제 누구랑 잤어?
→ 간통죄 2 – 찬성과 반대
→ 간통죄 3 – 간통.. 어떤이들에겐 탈출구
→ 간통죄 4 – 오로지 복수의 수단
→ 간통죄 5 – 무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