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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팡생각

간통죄 1 - 어제 누구랑 잤어?

오래 전 있었던 실화.

내가 잘 아는 어떤 남자가 이 여자 저 여자와 바람을 피우다가 마침내 마누라에게 꼬리를 밟혔다. 어느 날 르네상스 호텔 룸에서 한 젊은 여자와 놀다가 들이닥친 마누라에게 정통으로 걸렸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러나 침착한 부인은 그 젊은 여자를 조용히 불러 앉혔다.

‘누구세요? 왜 이러시나요?’
‘사모님.. 떳떳하진 않지만 이거 제 직업이예요. 저 술집 나가는 여자예요’
‘ …………… 알았어요. 그만 가 보세요’

실제 대화가 이리 간단했을리는 없지만 대충 이랬었겠다. 사모님의 싸늘한 표정을 뒤로 하고 그 호텔방을 빠져나간 젊은 여자.. 공교롭게도 내 부하 여직원의 친구였다. 내가 잘 알던 남자와 내 부하 여직원의 친구가 바람을 피운거다. 제 친구의 아슬아슬한 ‘무용담’을 들은 부하 여직원이 ‘참 대단하신 사모님’이라면서 내게 얘길 해 줬다. 날나리 제 친구가 그 사모님께 감복을 받았다고.. 그래서 그 남자 다시는 안만날거란다. 그러면서 착하디 착한 사모님께 잘하도록 좀 시키라고 하더란다. 나보고.. 그래서 내가 이렇게 남의 부부의 비밀스런 스토리를 알고 있다.ㅋ 

술집여자라고 했던 그 여자아이.. 술집여자 아니었다. 거짓말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래서 물어봤다. ‘니 친구 왜 그런 거짓말 했대?’ ‘자기를 술집여자로 알면 사모님 충격이 덜하게 될 거라서 그랬대요’

잘 잘못을 떠나^^ 그 여자아이의 배려가 가상했다. 남편이 놀아난 상대가 돈 받고 몸 파는 술집 여자라면 부인의 충격이 훨씬 덜할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배려하여 그렇게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했었다. 나쁜 년이긴 하지만 어린 년이 기본은 되어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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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듣고 말하는 거지만 정확한 뜻은 잘 모른다. 민사소송과 형사소송 그리고 고소. 돈에 관계된 거면 ‘민사’, 깜방에 집어 쳐넣을 심산일 땐 ‘형사’, 이런 것들을 법원에 요청하는 걸 고소라고 난 알고 있었다. 틀린 부분이 있는지 알아보자.

[형사소송은 개인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국가가 ‘형벌’을 내리는 절차이며, 민사소송은 개인간 권리나 법률관계에서의 다툼을 국가(법원)가 ‘해결’해 주는 절차이다. 따라서 민사소송의 양당사자는 개인(원고)과 개인(피고)인데 반하여, 형사소송의 당사자는 국가(검사)와 개인(피고인)이다. 민사소송은 ‘원고의 소제기’로 시작되지만 형사소송의 소제기는 검사가 하는 것이며 개인은 단지 범죄사실을 알리는 ‘고소’를 할 뿐이다. 따라서 민사 소제기(소장)를 내면서 '고소'한다고 하는 것도 틀린 말이고, ‘개인이 형사소송을 제기'했다고 하는 것도 틀린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은 맞았는데 확실히 틀린 건 ‘고소’ 라는 용어였다. 나는 민사든 형사든 소제기를 하는 걸 고소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형사소송 소제기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절차’가 고소였다. 즉 어떤 년놈의 범죄사실을 국가에 일러바치고 그 년놈을 깜방에 쳐 넣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

따라서 고소라는 건 꽤 무섭다. 사람을 깜방에 넣어 달라는 호소 아니든가. 그러나 아무 거나 다 고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가가 미리 법률로 정해놓았는데 폭행죄, 절도죄, 사기죄, 살인죄 등등이 해당된다. 이런 악질적 범죄들은 사회의 유지, 국가의 존립에 너무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개인들끼리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판단하여 국가형벌권으로 범인을 처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형사소송 소제기가 되면 비록 당사자간의 합의가 있더라도 참작만 될 뿐이지 판결의 기준은 전혀 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물론 실제는 이완 많이 다르다. 나중에 얘기한다. 아무튼 형사사건은 무섭다.

이 형사사건중에 간통죄라는 게 있다.
[간통이라 함은, 유부남이 자기 처가 아닌 다른 여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갖거나, 유부녀가 자기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서로 합의하에 정교관계를 맺는 죄 및 그 유부남, 유부녀와 상간(성관계를 맺는 것)하는 죄를 말한다.]

즉,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 아닌 다른 이성과 섹스를 하면 그것이 간통죄라는 범죄에 해당하여 ‘국가가 직접’ 나서서 그 사람을 형벌로 다스린다는 뜻이다. 유부남이 접대 나갔다가 술김에 룸쌀롱 호스테스와 동침하는 것도 간통에 해당하니 이 글을 읽던 모든 한국 남자들이 헉-하고 놀라겠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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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래 전 르네상스 호텔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배려심이 깊다고 생각했었던 예전 그 여자아이는 실은 영악한 ‘선수’였다. 그 거짓말이 사모님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간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술수'였기 때문이다. 술수라니? 이게 무슨 소리?

자기 남편이 돈을 주고 성을 사는 행위(매매춘)를 간통이라고 고소할 부인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남편과 그 상대 사이는 사랑이 매개가 된 것이 아니라 돈이 매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걸 간통죄로 고소했다간 자기만 미친년 된다.

그렇다면 간통죄는 ‘유부남 유부녀가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과 뜨거운 사랑을 하면’ 성립되는 것이겠다. 그러나 아니다. 아무리 서로 사랑감정을 진하게 나눴다 한들 ‘육체관계’가 없었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자기 배우자에겐 털끝만큼 사랑의 감정 없이 오직 집 밖의 다른 이성에게만 모든 정신적 사랑을 쏟아 붓고 있지만 육체관계만 없다면 법적으론 전혀 죄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유부남 유부녀가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과 뜨거운 사랑을 하고 육체관계까지 맺었다면’ 간통죄가 성립되겠다.. 근데 아직 아니다. ‘증거’가 있어야 한다. 어이없게도 그 증거란 바로 ‘현장 포착’이다.

그렇다면 ‘유부남 유부녀가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과 뜨거운 사랑을 하고 육체관계까지 맺다가 현장을 덮쳐 증거를 확보했다면’ 간통죄가 성립되겠다.. 근데 아직도 아니다. 그럼 도대체 간통죄는 언제 성립되는 거야? 제일 중요한 피해당사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성립된다. 이런걸 친고죄라고 한다. 즉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린 열받은 배우자가 바람 피운 배우자를 고소해야만 성립이 된다. 대다수 평범한 한국남자들이 간통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주 다행스런 조건이다.

즉, 간통죄는 ‘유부남 유부녀가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과 뜨거운 사랑을 하고 육체관계까지 맺다가 현장을 들켜 증거가 확보되었는데.. 열받은 배우자가 그걸 고소해야’ 성립된다. 근데 아직 좀 틀렸다. 실제론 간통의 당사자들이 정신적 사랑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간통죄는 ‘유부남 유부녀가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과 육체관계를 맺다가 현장을 들켜 증거가 확보되었는데.. 열받은 배우자가 그걸 고소하면’ 성립된다.

따라서 예전 르네상스 호텔에서 사모님께서 마음만 먹었으면 간통죄로 남편을 콩밥 먹일 수 있었다. 근데 그 맹랑한 여자아이가 자기는 ‘술집 여자’라고 해버린 바람에 머쓱해져서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모님의 평소 성품으로 보아 남편을 간통죄를 집어 넣을 심산은 아니라 그저 현장을 확인하고 남편에게 경고를 하려던 것이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간통죄에 있어 ‘내가 얼마나 역겨우면 내 배우자가 바람을 피울까’ ‘내 배우자가 정신적으로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다. 속말로 ‘다른 년놈과 떡을 쳤느냐’ ‘그 떡치는 현장을 덮쳐 증거로 잡았느냐’만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들을 콩밥을 멕여 말아?’ 결정만 하면 그만이다. 자기 배우자와 그 상대 이성이 결국 콩밥을 먹었다면 콩밥 먹고 나와선? 과거 배우자와 화해하고 다시 사랑하면서 결합할 미친년놈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 영원히 철천지 원수지간이 된다.

(너 어제 누구랑 잤어?)

이렇게 보면 간통죄는 참으로 무식하기 짝이 없는 원시적 발상이며, 버려진 배우자가 증오에 불타 휘두르는 ‘복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간통죄의 존폐에 대해 아직까지도 찬반 논란이 계속 된다.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 간통죄 1 – 어제 누구랑 잤어?
→ 간통죄 2 – 찬성과 반대
→ 간통죄 3 – 간통.. 어떤이들에겐 탈출구
→ 간통죄 4 – 오로지 복수의 수단
→ 간통죄 5 – 무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