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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인종차별 3 - 인종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지구상 종족중 가장 침략적이고 잔인한 종족을 들라면.. 앵글로 색슨을 꼽을 수 있겠다. 십자군전쟁을 벌인 것도 그들이며, 북아메리카를 점령한 것도 그들이며, 호주를 점령한 것도 그들이다. 토착민을 멸종시키다시피 압살한 것도 그들이고, 아프리카에서 흑인을 잡아다가 노예로 삼은 것도 이들이다. 인종차별의 정점엔 바로 이들 앵글로 색슨의 배타적 인종주의가 있다. 자기네 민족이 월등히 우월하다는 생각. 참으로 건방지기 짝이 없는 생각이지만 그렇게 무시해 버리기엔 근세에 이르러 그 민족의 끝 모르는 성공과 승리가 예사롭지 않다.

내 세계사 기억엔 원래 앵글로 색슨족은 게르만족의 무지랭이 일파들이었다. 게르만족의 대 이동 당시 영국땅으로 흘러 들어가 그곳에 살던 켈트족을 몰아낸 것이 그 족속의 침탈역사의 시초였던가. 유럽의 역사가 워낙 민족들간에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자세한 건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쨌든 이후 앵글로 색슨의 영국은 승승장구했다. 지도자를 계속 잘 만나서 그랬는지 암튼 잘 나갔다.

영국 호주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미국의 주류 역시 앵글로 색슨족이다. 이라크 전에서 굳건히 동맹을 맺었던 그 세나라. 앵글로 색슨 국가들이다. 앵글로색슨족이 미국마저 장악하게 된 히스토리를 보면 재밌다. 번즈 아저씨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건국초기 미국엔 독일계 게르만족이 인원수에서 가장 많았기 때문에 게르만족과 앵글로색슨족 이 두 민족이 세 싸움을 했었다고 한다. 판가름은 어느 나라 언어가 공식 국어로 채택되는가에 달려있었다. 그걸 건국준비위원회(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투표에 부쳤는데 개표시 마지막 한명을 남겨두고 영어와 독일어의 표가 동수였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지막 남은 한명의 투표위원은 공교롭게도 독일계. 당연히 미국의 공식언어가 독일어로 결정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의외로 그 독일인은 영어를 선택했다고 한다. 번즈아저씨의 설명으로는 그의 신념이 ‘영어가 미국의 언어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라고 했는데 사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자기 모국어를 버리고 영어를 선택했다는 그 독일인.

드라마틱한 투표에 의해 기적적으로 영어가 미국의 국어로 지정되면서 미국은 앵글로색슨족의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까짓 언어가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한 국가에서 공식 국어가 가지는 상징성과 파워는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몽골의 원나라가 중국대륙을 끝내 가지지 못한 결정적 패인이 바로 한족의 언어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 아니었던가. 만약 독일어가 그때 미국의 국어로 채택되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영어제국주의’는 없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이후 미국은 앵글로색슨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 앵글로 색슨족 백인이며 신교도) 여야 한다는 것이 암묵적 기준이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일랜드 이민자 후손 케네디가 덜컥 대통령이 되었다. 링컨이 흑인들을 노예제에서 구해냈다면, 케네디는 소수민족들을 차별에서 구해낸 영웅이다. 그 케네디가 얼마 후 살해당했다.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지만 인종주의에 젖은 미친 WASPer 들에 의해 살해 당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 사회의 주류이며 귀족들인 WASPer. 미국에서 같은 백인끼리의 인종차별은 이들이 핵심이다. 미국에서 차별을 당하는 백인 민족은 유태인(Jewish)과 아일랜드인(Irish) 그리고 이태리인(Italian)들이다. 인종차별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던 옛날엔 식당입구에 ‘No Dogs, No Italian’ 혹은 ‘No Dogs, No Irish’ 라는 안내판이 꽤 있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유태인들이야 태생이 팔레스타인이니 원래 중동계이다. 워낙 유럽에서 오랜 떠돌이 생활을 해서 백인들의 피가 훨씬 더 많이 섞여버린 것뿐이다. 게다가 유별난 민족주의와 선민주의로 얘네들 '왕재수 없음'은 세계가 다 안다. 


이태리사람들은 유럽의 백인들과는 다르게 생겼고 좀 시끄럽고 행동거지가 험하다.


따라서 이 유태계와 이태리계 두 민족에 대한 차별은 그럴 수 있겠다고 이해가 약간 된다.
그러나 아일랜드인들이 인종차별을 당한다는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걸 아일랜드 사람인 번즈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첫번째는 종교, 청교도국가인 미국에서 구교를 믿고 있는 아일랜드인은 배척을 받았다.
두번째는 역사, 앵글로 색슨족과 켈트족간의 뿌리깊은 민족감정이 미국에 와서까지 이어져, 미국사회의 주류를 이룬 앵글로 색슨족이 여전히 켈트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번째는 이민의 역사가 늦은 아일랜드인들이 하층계급 노동자로 자리를 잡으면서 이루어진 계급의식이라고 했다.

즉 인종차별은 인종외에 다른 요인, 즉 종교 역사 경제 문화 생활습관등 때문에도 일어 날 수 있는 것이었다.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놈들이 무조건 싫다든지, 옛날부터 우리나라에 엉기던 나라의 놈들은 무조건 싫다든지, 가난한 나라의 놈들은 빈티나 보여서 무조건 싫다든지, 시끄럽게 떠들고 노는게 습성이 놈들은 무조건 싫다든지.

그렇다.. 이런 거 우리도 늘 경험하는 느낌들이다. 뚱뚱하고 못생긴 애들과 대화할 때 극히조심한다든지, 골수 종교인은 무조건 싫다든지, 어느 지방사람은 괜히 경계를 한다든지, 무식하게 생긴 사람은 일단 배척한다든지.

자기가 직접 경험에 의해 습득한 것일 수도 있지만 선입견도 상당부분이다. '뚱뚱하고 못생긴 애들은 사랑이란 걸 받아보질 못해서 성격이 괴팍하다. 어느 지방 사람들은 한 맺힌 자격지심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한다. 사람은 생긴대로 놀게 마련이니 무식하게 생긴 놈은 틀림없이 무식하다..' 막연히 색안경을 낀다.


우리가 단지 '황인종이라서' 당하는 차별이 있다면 이건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기분 나쁘고 속이 상하지만 방법이 없다.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니들 그러지 말어’ 하셔도 이건 안된다. 방법이라곤 우리도 똑같이 백인종을 차별해서 되갚아 주는 것 뿐이다. 그러나 인종과는 별개로 위에서 말한 다른 문제들로 인해서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건 해결의 여지가 있다.

유태인 아일랜드 이태리인들의 뒤를 이어 차별을 받은 민족은 라띠노와 차이니스였다. 이들은 종교 문화 언어 모든 것이 틀리는데다 인종마저 틀리다. 당연히 유태인 이탈리아인 아일랜드인들이 겪었던 것보다 차별이 더 심하고 수월해졌겠다. ‘턱 보면 알기’ 때문이다.


→ 인종차별 1 – 생물학적 편견?
→ 인종차별 2 – 싫어하는 건 그들의 자유의사
→ 인종차별 3 – 인종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 인종차별 4 – 상당부분 조상탓
→ 인종차별 5 – 일본인과 한국인
→ 인종차별 6 – 이슈화하면 오히려 손해
→ 인종차별 7 – 우리가 변해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