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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인종차별 1 - 생물학적 편견?

약속은 했었지만 워낙 민감한 주제라 슬쩍 뭉개버리려 했었는데, 오늘 아침 대선주자중의 하나인 흑백 혼혈인 오바마에 대한 얘길 듣고, 좀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시작해 보기로 한다.



인종차별..
내나라 내땅에서 사는 행복한 사람들이야 이 문제를 생각할 필요도 없지만, 다른나라에 가서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평생을 지고 가야 하는 명제이다. 민감하기도 하지만 참 막막한 주제이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 설사 우리가 당한다고 해도 사실은 그것이 인종때문이 아닐 공산도 상당히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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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알게 모르게 우리 모두는 차별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지역차별, 종교차별, 학벌차별, 신분차별, 빈부차별, 외모차별.. 우리는 차별에 익숙하다. 늘 차별을 하고 또 차별을 받으면서 산다. 다만 받은 것만 기억할 뿐이다.

어느 지역 출신이라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고, 무슨 종교인이면 벌레 보듯 하고, 학력이 변변치 않으면 깔보고, 가난한 사람 업신 여기고 부자들에게 굴종하고, 못 생기고 뚱뚱한 사람 따돌리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누구나 조금씩은 이런다. 그러나 이걸 바꿔 말하면.. 바로 우리가 어느 지역 출신이라, 무슨 종교인이라, 학력이 낮아서, 가난해서, 못 생기고 뚱뚱해서 차별을 받고 있는 당사자이기도 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다른 이들을 차별하는 건 잘 못느끼면서, 내가 당하면 기분 나쁘고 불합리하게 여기는 이 심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똑 같은 심보다. 내가 차별을 하는 것은 그럴만 하니까 그러는 것이고, 내가 당하는 건 오로지 내 신분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 [좋은 스포츠 센터에 회원이 되었다. 같이 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 질이 좀 떨어지는 사람이 몇이 있었는데 상당히 거슬린다. 굉장히 촌티 나게 생겼던 그들은 늘 시끄럽게 떠들고, 땀이 밴 맨발로 뛰어 다니며 바닥에 발자국을 만들고 다녔다. ‘아 이 스포츠센터는 돈만 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나.. 품위는 지키도록 최소한 회원관리는 좀 해 줘야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스포츠 센터를 욕 했다.]

2. [한국의 꽤 까다로운 프라이빗 골프장에 회원을 따라 갔다. 비회원에 대해 차별이 있었다. ‘아 이 골프장은 뭐가 잘나 비회원을 이렇게 차별 하는거야.. 누구는 금채 휘두르나..’ 사람을 ‘차별하는’ 골프장을 욕 했다.]


정신을 차렸다. 아 바로 이런 거구나. 앞으론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엘 왔다.


3. [한인타운의 잘나간다는 큰 맥주집엘 가서 입구쪽 널찍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근데 잠시후 매니저가 오더니 안쪽 조용한 곳으로 자릴 옮겨주겠다고 한다. 아무 생각없이 그를 따라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일행중 한명이 말하길 ‘안 보이는데 쳐박혀서 먹고 가란 말이군 띠바..’ 에이 그럴리가.. 그러나 나가면서 보니 그 말이 맞았다. 비어있는 안쪽과는 달리 입구쪽엔 젊고 화사한 애들로 그득했다.

에이 띠바들.. 사람을 차별해? 하지만 이해는 된다. 나 같은 늙다리가 들락거리면 주고객층인 젊은 애들이 물 안 좋다고 안 올테니 어쩔 수 없었겠지. 좀 씁쓰름했지만 웃고 털어 버렸다.]


4. [엘에이 북쪽 농장지역의 어느 작은 도시에 갔다가 어느 이탤리안 레스토랑엘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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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생긴 백인 종업원의 안내를 받고 자리를 잡았는데 잠시후 매니저가 오더니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주겠다고 한다. 얼마 전 한인타운 맥주집과 아주 비슷한 그림이다. 근데 느낌이 전혀 다르다. 급기야 식사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테이블에 첵이 올려진다. 빨리 먹고 좀 나가달라는 뜻이다. 아 이런 게 소위 말하는 인종차별 비슷한 거구나. 처음 느껴봤다. 거 기분 디게 더러웠다.

에이 띠바들.. 사람을 차별해? 하지만 이해는 된다. 나 같은 유색인종이 들락거리면 주고객층인 백인들이 물 안좋다고 안 올 테니 어쩔 수 없었겠지. 그러나 털어지지가 않았다. 먹먹하게 슬펐다.]


거짓말처럼 비슷한 이 두 상황. 첫번째는 나이를 먹어서 당했고, 두번째는 동양인이라 당했다. 그러나 느낌은 천지차이였다. 나이 먹어 당한 차별은 그곳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잊어버렸는데, 인종 때문에 당한 그 차별은 한동안 기분이 나빴다.


5. [한인타운에 있는 한 싸우나엘 갔다. 사람이 거의 없었다. 푸지게 늘어지다가 가야지.. 샤워를 간단히 하고 뜨거운 탕에 들어 앉아 편안하게 시조를 읊으려는 찰나. 탕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두 남자가 들어 서는데.. 히스패닉이었다. 그들은 비누질도 하지 않고 물만 두어번 끼얹고는 바로 탕안으로 들어온다. 눈인사를 주고 받고 나란히 앉았다. 멕시칸 두 남자와 내가 발가벗고 같은 물 안에 들어앉아 있는 상황. 수영장과는 느낌이 다르다. 괜히 몸이 근질거리는 느낌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슬그머니 탕에서 나와 비누질 박박해서 샤워를 하고 싸우나를 나왔다. 나오면서 주인에게 슬그머니 암시를 줬다.

‘남미애들이 한국 사우나엘 다 오네요?’
‘그러게요. 눈치를 주는데도 저렇게 오는데 참..’

얼마 가지 않아 그 사우나는 완전히 남미계 전용 사우나가 되어버렸다. 타인종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한국사람들은 발길을 끊어버렸기 때문이랜다.]


이태리 식당에서 받았던 더러운 기분을 떠 올리곤 나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그 집 매니저가 왜 그랬겠는가. 유색인종 들어와서 식사 같이 하는 걸 께름칙해 하는 백인 손님들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날 께름칙해 할 그 백인들과 남미인들을 께름칙하게 여긴 내가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그리고 그 작은 도시는 주변이 온통 농장지역이다. 따라서 온통 남미계 노동자로 득실대는 곳이다. 아마 그 식당은 특별히 농장주 백인들만의 배타적인 공간이었던 듯하다. 그걸 전혀 모르는 우리가 멋도 모르고 괜히 들어갔었던 것일테고.. 나라도 싫었겠다. 다 이해하고 털어버리기로 했다.


우리에게 있어서 인종차별은 주고 받는 비김이다.
왈가왈부할 건덕지가 없다. 백인에게 무시당했다고 길길이 뛰면서도, 자기 종업원인 히스패닉에겐 함부로 대하는 한인들이 인종차별을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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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종차별을 좀 다른 측면에서 본다. 그것이 인종에 대한 생물학적 편견이라기 보다는 개인과 그가 속한 국가의 문화적 수준차이에 대한 경험과 편견, 그리고 그에 따른 선입견이라고 본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난 중국인들이 굉장히 싫다. 한국에 있을 땐 전혀 이렇지 않았었는데 미국에 와서 중국인들을 겪으면서 그런 혐오증이 생겼다. 지저분하고 남의 눈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무례한 중국인들에 질려 버렸다. 그러나 물론 모든 중국인들이 이처럼 지저분하고 남의 시선 아랑곳 하지 않고 무례한 것은 아니다. 일부 무식하고 몰지각한 중국인들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극소수의 어글리한 행태가 전체 중국인의 이미지를 만들어 버린건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애들도 중국이라는 국가와는 별개로 중국인들은 상당히 저급하게 보며 멸시하는 편이다. 


그러나 반면, (극단적인 인종주의자가 아니라면) 일본인은 전혀 차별받지 않는다. 일부 순진한 백인들중에는 일본인들을 오히려 백인종보다 더 우수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설마..하시겠지만 사실이다. 같은 황인종 동북아시안이지만 중국인과 일본인간에는 객관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천지차이다.


난 이점에 주목한다. 그래서 인종차별이 단순히 인종에 대한 생물학적 편견이라기 보다는(물론 이런 인종주의도 분명히 있다) 개인이 속한 국가와 개인의 경제적 문화적 수준차이에 대한 경험과 편견, 그리고 그에 따라 형성된 선입견이라고 보는 것이다.


→ 인종차별 1 – 생물학적 편견?
→ 인종차별 2 – 싫어하는 건 그들의 자유의사
→ 인종차별 3 – 인종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 인종차별 4 – 상당부분 조상탓
→ 인종차별 5 – 일본인과 한국인
→ 인종차별 6 – 이슈화하면 오히려 손해
→ 인종차별 7 – 우리가 변해야 산다